최근 2~3년간 막스 플랑크의 이름을 들을 기회가 종종 있었다.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이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벤치마킹해서 세워지면서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종종 보도되거나 연구소 관련 인사들이 국내를 방문하는 일이 잦아진 덕이었다.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막스 플랑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독일의 연구소들에 이름을 남긴 영광스러움만큼이나 그 사람의 삶이 고뇌로 차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싶은 생각이 들어, 20년도 더 전에 출판되어 지금은 도서관에서나 찾을 수 있는 책이지만 막스 플랑크의 삶을 마치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처럼 그려낸 과학사학자 존 하일브론(John Heilbron)의 막스 플랑크 전기를 소개할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하일브론이 그려내는 막스 플랑크(Max Planck, 1858~1947)는 그 책의 부제에 붙은 “upright”라는 표현이 전해주듯이 과학에서나 그 밖의 생활에서나 모두 매우 올곧고 일관된 세계관을 지켜나가려는 사람이다. 그는 전통적인 가치를 보존하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 보수주의자이기도 했다. 10대 시절 독일 제국의 통일을 목도한 사람으로서 통일된 독일 제국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었던 애국자였으며 과학에서도 그런 통일된 세계관을 제시하고 싶어했던 물리학자였다.
하일브론이 보여주는 플랑크의 위대성과 비극성은 자신이 담겨져 있는 세상의 전통을 보존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했던 인물이 그 세상의 전통과 문화를 깨는 데 일조했다는 바로 그 아이러니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전물리학의 세계관 속에 살던 물리학자가 의도치 않게 양자 개념을 도입하여 고전물리학의 세계관을 깼다는 데 그 첫 번째 아이러니가 놓여 있다.
하일브론은 이런 점에서 플랑크의 양자 개념의 도입과 이론 인해 시작된 소동들, 즉 양자역학의 등장이 플랑크에게는 “타협, 더 나아가서는 항복의 결과”였다고 평가한다. 자신의 과학적 성과인 “작용 양자 h의 이론적 도입은 가능한 보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것을 도입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그렇게 말하던 보수적인 물리학자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는 인간의 감각이나 인간의 뿌리 깊은 직관까지 초월하는 보편적인 물리학의 가능성을 보고 열렬히 환영했던 면모에서도 또 다른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다.
정치에 있어서도 하일브론은 플랑크가 자신이 보존하고자 했던 독일 문화의 보존과 독일의 통일이라는 일관된 목표를 위해 신중히 행동했으나 그런 행동의 결과가 오히려 그것들을 파괴하는 데 일조했던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나치 정권 하에서 빌헬름 황립학회의 회장이자 독일 과학의 대표자로서 독일 과학과 독일 문화의 보존을 위해 조용하고 신중하게 행동했으나 결과적으로 국제적 명성과 국내적 신망을 얻고 있던 플랑크가 나치 정권의 과학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저항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은 나치 정권에 협력하는 듯한 결과를 낳았다.
소동과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일을 처리함으로써 독일 과학계를 보존하려고 했던 그의 소망은 바로 그로 인해 아인슈타인이나 막스 보른 같은 유태인 학자들이 독일 과학계를, 자의로든 타의로든 떠나게 됨으로써 독일 과학계의 위축을 가져왔다. 나치 정부에 대해, 유태인 동료를 떠나보내야 하고 나치 정당에 가입을 강요하는 독일 과학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그렇게 해서라도 독일이라는 국가와 민족을, 그리고 독일 과학계를 보존해 내려던 그의 노력은 종국에는 그의 가족사의 가슴 아픈 비극을 막지 못했다. 1945년 2월 23일 그의 아들 에르빈 플랑크는 히틀러 암살 기도에 연루되어 사형에 처해졌던 것이다.
하일브론은 “정직함, 진지함, 성실함, 확고한 세계관과 깊은 철학적 성찰에 바탕한 그의 신념과 원칙. 그리고 양식과 자존심에 수반된 그의 무한한 책임감과 자제력”(역자 후기)과 같은 존경받을 만한 인간적 성품들이 격동의 시대를 만나 갈등과 고뇌, 비극성을 낳는 요소로 작동하는 모습을 플랑크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과학자의 평전에서는 보기 드물게 비극적 영웅담 같은 느낌을 남긴다. “그의 세계관은 그를 고귀하게 하였는가, 아니면 욕되게 하였는가?” 하일브론이 던진 마지막 질문은 이 책이 한 과학자의 과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이인 동시에 인간 보편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독일의 연구소들에 이름을 남긴 영광스러움만큼이나 그 사람의 삶이 고뇌로 차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싶은 생각이 들어, 20년도 더 전에 출판되어 지금은 도서관에서나 찾을 수 있는 책이지만 막스 플랑크의 삶을 마치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처럼 그려낸 과학사학자 존 하일브론(John Heilbron)의 막스 플랑크 전기를 소개할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하일브론이 그려내는 막스 플랑크(Max Planck, 1858~1947)는 그 책의 부제에 붙은 “upright”라는 표현이 전해주듯이 과학에서나 그 밖의 생활에서나 모두 매우 올곧고 일관된 세계관을 지켜나가려는 사람이다. 그는 전통적인 가치를 보존하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 보수주의자이기도 했다. 10대 시절 독일 제국의 통일을 목도한 사람으로서 통일된 독일 제국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었던 애국자였으며 과학에서도 그런 통일된 세계관을 제시하고 싶어했던 물리학자였다.
하일브론이 보여주는 플랑크의 위대성과 비극성은 자신이 담겨져 있는 세상의 전통을 보존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했던 인물이 그 세상의 전통과 문화를 깨는 데 일조했다는 바로 그 아이러니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전물리학의 세계관 속에 살던 물리학자가 의도치 않게 양자 개념을 도입하여 고전물리학의 세계관을 깼다는 데 그 첫 번째 아이러니가 놓여 있다.
하일브론은 이런 점에서 플랑크의 양자 개념의 도입과 이론 인해 시작된 소동들, 즉 양자역학의 등장이 플랑크에게는 “타협, 더 나아가서는 항복의 결과”였다고 평가한다. 자신의 과학적 성과인 “작용 양자 h의 이론적 도입은 가능한 보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것을 도입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그렇게 말하던 보수적인 물리학자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는 인간의 감각이나 인간의 뿌리 깊은 직관까지 초월하는 보편적인 물리학의 가능성을 보고 열렬히 환영했던 면모에서도 또 다른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다.
정치에 있어서도 하일브론은 플랑크가 자신이 보존하고자 했던 독일 문화의 보존과 독일의 통일이라는 일관된 목표를 위해 신중히 행동했으나 그런 행동의 결과가 오히려 그것들을 파괴하는 데 일조했던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나치 정권 하에서 빌헬름 황립학회의 회장이자 독일 과학의 대표자로서 독일 과학과 독일 문화의 보존을 위해 조용하고 신중하게 행동했으나 결과적으로 국제적 명성과 국내적 신망을 얻고 있던 플랑크가 나치 정권의 과학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저항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은 나치 정권에 협력하는 듯한 결과를 낳았다.
소동과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일을 처리함으로써 독일 과학계를 보존하려고 했던 그의 소망은 바로 그로 인해 아인슈타인이나 막스 보른 같은 유태인 학자들이 독일 과학계를, 자의로든 타의로든 떠나게 됨으로써 독일 과학계의 위축을 가져왔다. 나치 정부에 대해, 유태인 동료를 떠나보내야 하고 나치 정당에 가입을 강요하는 독일 과학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보다 그렇게 해서라도 독일이라는 국가와 민족을, 그리고 독일 과학계를 보존해 내려던 그의 노력은 종국에는 그의 가족사의 가슴 아픈 비극을 막지 못했다. 1945년 2월 23일 그의 아들 에르빈 플랑크는 히틀러 암살 기도에 연루되어 사형에 처해졌던 것이다.
하일브론은 “정직함, 진지함, 성실함, 확고한 세계관과 깊은 철학적 성찰에 바탕한 그의 신념과 원칙. 그리고 양식과 자존심에 수반된 그의 무한한 책임감과 자제력”(역자 후기)과 같은 존경받을 만한 인간적 성품들이 격동의 시대를 만나 갈등과 고뇌, 비극성을 낳는 요소로 작동하는 모습을 플랑크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과학자의 평전에서는 보기 드물게 비극적 영웅담 같은 느낌을 남긴다. “그의 세계관은 그를 고귀하게 하였는가, 아니면 욕되게 하였는가?” 하일브론이 던진 마지막 질문은 이 책이 한 과학자의 과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이인 동시에 인간 보편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소개도서:
존 L. 하일브론 지음/ 정명식, 김영식 옮김, <막스 플랑크–한 양심적 과학자의 딜레마>,
민음사, 1992 |
- 박민아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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