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2일 일요일

한글 속에 담겨 있는 과학원리

한글은 세계 여러 언어들 가운데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언어로 인정을 받는다. 우리의 중요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창제를 한 인물도 정확하게 나와 있는 언어다.
우리의 관심 속에서 점차 멀어지는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한국연구재단이 마련한 석학인문강좌가 31일 서울 서초구 구민회관에서 열렸다. 홍윤표 개관위원장은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와 그 속에 담겨 있는 그 과학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우수성에 대해 강조했다.
홍윤표 개관위원장은 ‘훈민정음의 창제’라는 내용의 강의를 시작으로 4주 동안 한글의 변화, 선조들 생활 속의 한글을 살펴볼 예정이다. 또한 훈민정음 이전의 문자생활부터 훈민정음 창제의 역사적 필연성과 훈민정음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강연을 맡은 홍윤표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장은 제10대 한국어학회 회장, 국어학회 회장,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다음은 홍 위원장의 강의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한글에 관해 자부심 많아, 그러나 관점은 달라
홍윤표 국립한국박물관 개관위원장 ⓒ ScienceTimes
홍윤표 국립한국박물관 개관위원장 ⓒ ScienceTimes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글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리고 한글에 대해 잘 안다고 하는 전문가도 많다. 그러나 한글을 보는 관점은 각각 다르다. 한글은 이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말과 문자를 통해 사상이나 감정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고 전달받는다. 이 말과 문자를 활용하는 언어활동을 통해 인간은 협동을 할 수 있다. 말을 통해서는 주로 동시적 협동을, 문자를 통해서는 주로 계기적 협동을 하여 왔다.
그리고 이 협동을 통해 문화를 창조하고 축적해 간다. 말과 문자를 통해서만 인간은 협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말과 문자는 인간의 문화를 창조하고 전달하는 유일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여 왔던 문자는 ‘한자’와 ‘한글’이다. ‘한자’는 한글이 없던 시절에 우리 말을 표기해 오던 유일한 문자였었다. 문자생활은 ‘읽기’와 ‘쓰기’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자가 지니고 있는 ‘뜻’과 ‘음’(예: 家 집 가)을 이용하여 읽고 쓰는 일을 하였다. 그것을 ‘차자표기법’(借字表記法)이라고 한다.
우리의 의사를 한자를 빌어 쓸 때에도 역시 몇 단계의 변화과정을 볼 수 있다. 한문의 구조대로 쓰는 방식에서 어순을 우리말 어순에 맞추어 쓴 것이다. 임신서기석(552년? 612년?)이 대표적이다. 주로 5세기 이후의 자료에서 볼 수 있다.
국어 어순과 한문 어순을 혼용해서 사용하면서 어미류나 투어(套語) 등을 한자의 뜻과 음을 이용하여 사용하여 왔다. 이것을 이두(吏讀)라고 하는데, 이러한 이두문은 20세기 초까지도 그대로 사용되어 왔다.
이두와 향찰 오랫동안 사용돼 
그러나 이 방법은 우리말을 전면적으로 표기하는 방식은 아니어서, 우리말을 전면적으로 표현하는 방안이 고안되었는데, 그 방법이 곧 향찰(鄕札)이라고 할 수 있다. 향찰은 우리말을 전면적으로 표기하려는 방식이었다.
한자를 이용하여 한문을 읽거나 우리말을 쓰거나 할 때, 한문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읽고, 한자로 우리말을 표기하는 방식으로 변하여 왔다. 이러한 역사적 변화과정의 마지막 결실이 훈민정음의 창제이다.
차자표기 방식은 읽기 위해서는 구결을, 쓰기 위해서는 이두나 향찰 등을 사용하였는데, 이와 같은 불편한 점을 일거에 해소한 것이 훈민정음이다. 훈민정음은 읽기와 쓰기를 모두 우리말과 우리 문자로 해결한 문자생활의 완성품이라고 할 수 있다.
훈민정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훈민정음’이란 용어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문자 이름이고 또 하나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 ‘훈민정음 언해본’과 같은 문헌 이름이다. ‘훈민정음’의 ‘훈민’은 그 시대에는 임금만이 사용할 수 있는 어휘다. ‘훈민’은 훈민정음이 세종이 직접 창제하였음을 증명한다.
훈민정음 언해본에 보이는 ‘나랏말 미 中國에 달아 文字와로 서르 디 아니’의 ‘문자’(文字)를 모두 ‘한자’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나랏말’과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이다. ‘나랏말’은 ‘소리’인데, ‘문자’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원래 ‘문자(文字)’의 의미는 ‘예전부터 전하여 내려 오는, 한자로 된 숙어나 성구(成句) 또는 문장’을 뜻한다. 이런 뜻의 ‘문자’는 오늘날에도 ‘문자 쓴다’거나 ‘문자속 기특하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훈민정음의 제자원리는 문자 ‘훈민정음’을 설명한 문헌인 ‘훈민정음’(해례본)의 정인지 서문에 나타나는 ‘상형이자방고전(象形而字倣古篆)’이란 말에 가장 잘 압축되어 표현되어 있다. ‘상형(象形)’과 ‘자방고전(字倣古篆)’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상형’을 원리로 하고 구체적으로 문자의 형태와 그 결합방식은 ‘방고전’의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의 과학성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
그러면 훈민정음의 과학성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선 창제 방식이 언어학적이다. 훈민정음 제자원리와 제자방법이 ‘상형이자방고전(象形而字倣古篆)’이어서 발음기관을 상형하여 만들고 또한 문자의 변형원칙에 따라 만들었으므로 언어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다음으로 음소를 표기하는 문자라는 것이다. 한 음절을 초성, 중성, 종성으로 구분하였다. 초성과 종성은 소리로서는 다른 소리이지만, 음소로서는 한 음소이어서 한 글자로 만들었다. 현대언어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문자는 흔하지 않은 과학적인 글자이다.
중국의 운학을 받아들였으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변화시켰다. 예컨대 초성, 중성, 종성으로 한 음절을 구분한 것은 현대 언어학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창의적이고 과학적이다. 이에 비해 중국의 운학에서는 운모(韻母)와 운미(韻尾)의 이분법으로 구분하였다.
한글은 가로쓰기와 세로쓰기가 자유롭다. 좌우 상하의 대칭은 대개 2분법이나 3분법에 의한다. 예컨대 ‘가’는 가로로 2분법으로, ‘굴’은 세로로 3분법으로, 그리고 ‘각’은 역시 세로로 2분한 것에서 윗 부분을 다시 2분법으로 도형학적으로 구분이 되는 것이다. 세계의 어느 글자도 자모의 배분이 일정한 원칙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볼 수 없는 것이다.
한글 속에 철학적 사고도 엿볼 수 있어
또한 철학적이다. 문자 창제에 철학적 사고가 밑바탕이 되었다. 천지인 삼재는 곧 신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반영한 것이다. 인간과 하늘의 관계는 종교관 또는 신관(神觀)이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자연관이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인생관(또는 인간관)이다.
정보화에 적합한 문자다. 훈민정음은 정보화에 유익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초성, 중성, 종성으로 구분하여 입력할 수 있고, 또 검색이 용이하다. 글자의 짜임새가 구조적이어서 폰트가 수월하다. 초성, 중성, 종성을 연결하는 규칙이 매우 체계적이다.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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