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30일 목요일

현직 교사에게 듣는 '명문고 학생들의 마인드컨트롤 공부법'

현직 교사에게 듣는 '명문고 학생들의 마인드컨트롤 공부법'
명문고 재학생은 어떻게 공부하고, 어떤 마인드컨트롤로 시험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날까. 현직교사가 쓴 책을 통해 엿볼 기회가 생겼다. 상산고와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이하 '외대부고')에 각각 14년·6년간 근무한 강영준 <사진 오른쪽>·윤희석 교사의 저서를 통해서다. 이들을 만나 교사의 눈으로 들여다본 명문고 학생의 공부법과 마음 다스리는 법을 정리했다.

강영준 교사가 말하는 상산고 문학공부 論

작품 넘어 '작가의 삶' 통해 역사까지 엿본다

요즘 대학에 들어가 순수 인문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고교생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강영준 전북 전주 상산고 교사 역시 "자연계열 고교생은 말할 것도 없고 인문계열 학생도 대학에서는 상경계열 전공을 희망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문학은 쓸모없는 학문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강 교사는 문학의 쓸모를 알려주기 위해 문학과 사회 사이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삶과 문학 사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강조하는 것. 그가 역사와 문학 사이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해 쓴 책 '시로 읽자 우리 역사'(창비)는 그 결과물이다. "역사는 대부분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죠. 반면 문학은 실패했거나 소외된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역사는 우리나라가 1960~1970년대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고 말하지만 문학은 그 시대의 고달픔을 이야기하는 식이죠. 두 과목을 두루 섭렵하면 한 시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요."

자연스레 상산고 재학생 또한 스스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며 문학을 한층 깊게 공부하게 된다. 이 학교 3학년 김경배군은 강 교사의 수업을 통해 알게 된 박노해 시인의 작품 '지문을 부른다'에 감동해 시인의 삶과 역사의 궤적이 맞물린 지점을 살핀 논문을 스스로 써보기도 했다. 사회복지학 전공을 꿈꾸는 김군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의욕을 더욱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된 건 물론이다.

강 교사는 고교생을 위해 "문학 작품은 김군의 경우처럼 작가 위주로 공부하고 시대 배경까지 살피면 두고두고 자산이 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 교재에는 작가별로 한두 작품만 수록되지만 작가의 생애나 서너 작품 정도만 읽어봐도 작가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어내는 배경지식이 되기도 합니다. 수능이나 논술고사에서 처음 보는 지문이 나왔을 때도 응용력을 발휘할 수 있고요."

윤희석 교사가 말하는 외대부고 아이들의 사춘기 論

큰 위기 이겨낸 인물의 책 읽어보길

그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외대부고생들은 유독 학교생활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윤희석 외대부고 교사 역시 "무엇이 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윤 교사가 유독 개성 강한 제자 14명의 이야기를 한 데 모은 책이 지난 9월 발간된 '행복한 사춘기는 가능하다'(뜨인돌)다. 그는 "책에 실린 열네 명의 이야기 가운데 나 또는 우리 아이와 가장 비슷한 경우를 택해 '행복한 사춘기를 보내는 법'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외대부고생은 공부를 마냥 즐기며 아무런 고민 없이 산다고 여기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이 아이들 역시 학업 스트레스나 인간관계 고민으로 힘겨워하고 부침을 겪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책에 등장한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자신의 부침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받은 아낌 없는 격려 덕분이었다. 자녀가 위기에서 회복되도록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적재적소에 자녀 수준에 맞는 도전과제를 하나씩 던져주는 부모의 모습이 거의 모든 학생의 사례에서 나타났던 것.

커다란 위기를 극복했던 인물의 책을 읽으며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도 있다. 학업 스트레스와 친구관계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가원(외대부고 졸·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년)씨는 고 3때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돌베개)을 반복해 읽었다. 억울하게 무기징역형을 살게 된 신 교수가 '교도소의 여름이 겨울보다 힘든 이유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 덩어리로만 느껴 미워하는 고통 때문'이라고 언급한 구절을 보며 박씨는 친구를 입시체제의 경쟁자로만 여겼기 때문에 압박감에 시달렸음을 깨닫게 됐다. 친구를 '나처럼 고통을 느끼고 성적에 부담감을 느끼는 존재'로 인식하자 한결 마음이 너그러워졌고 힘든 수험생활도 함께 잘 견뎌낼 수 있었다.

윤 교사는 "마음이 불안한 고교생이라면 멘토로 삼을 만한 이의 책을 읽거나, 자신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사람에게 요청해 면담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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