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3일 월요일

융합교육, 아이가 직접 활동·생각·체험하게 하라

심미혜 뉴욕주립대 교수가 말하는 융합사고력 키우는 법

지식 아닌 '문제 해결 과정' 중심
교사는 학생의 체험 돕는 역할
하나의 주제에 여러 과목 융합
분석·발표 후 사회 이슈까지 다뤄


국내서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로 공부시키기가 유행한 적이 있다. '미국 교과서'라는 이름을 단 학습교재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해외에서 직접 교과서를 공수해 오기도 했다. 그런데 실상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교과서를 별로 보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도, 혼자 공부할 때도 다른 자료들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 13년간 미국과 캐나다의 교사들을 키워낸 교수법 분야의 전문가인 심미혜 뉴욕주립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들여온 미국 교육과정 중에는 알맹이를 쏙 빼놓고 껍데기만 들여와 잘못 시행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요즘 회자하는 융합사고력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6년간 교사로 활동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 미국공교육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교수법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의 교육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최근 '하루 20분, 미국초등학교처럼'(센추리원)이란 신간을 내고 잠시 한국을 찾았다.


 염동우 기자
 
융합하는 아이가 공부하는 아이를 이긴다

심 교수는 미국에서 유학하며, 한 가지 궁금증이 들었다.

"미국 아이들을 보면 실컷 놀고 취미활동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대체 공부는 언제 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면 대학도 잘 가고 취업도 잘하지요. 문제가 생기면 일단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기발한 창의력을 보여주는 아이들도 있어요. 학원 보내고 과외를 시키며 아이를 대학에 보내놓아도 다시 취업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에게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답은 미국의 교육 방식에 있었다. 어릴 때부터 실생활과 다양한 교과를 연결하는 융합사고력 훈련을 많이 시킨 덕분이었다.

"미국 교육의 핵심은 '교과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아니에요.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될 크고 작은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과정이 촘촘히 들어가 있어요. 미국의 학교 현장에서는 입시형 수업과 내신형 수업의 구분이 없고 아이들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동시에 다 융합시켜 한꺼번에 가르칩니다. 그런 융합교육을 받으며 대입뿐 아니라 평생을 위한 융합사고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교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국어·수학·외국어·과학·사회 등의 과목은 각각 있지만, 40분씩 일괄적으로 끊어 앞 수업과 다음 수업이 전혀 연결되지 않도록 교과를 진행하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과목을 융합해 가르친다. 예를 들어, 그날의 주제가 '해양 동물'이라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래'에 대해 먼저 탐구학습을 한다. 과학 중심의 수업을 하되 다른 교과와 논술까지 융합해 함께 가르치는 것이다. 고래는 무엇을 먹는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신체적 특징을 가졌는지 등의 과학 지식을 아이들 스스로 찾고, 분석하고, 종합해서 논리적으로 발표까지 한다. 나아가 왜 고래를 보호해야 하는지와 같은 사회적 이슈까지도 논술을 통해 함께 다룬다. 심 교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분야를 연결해 생각하는 능력, 즉 융합사고력을 키운다"며 "융합사고력은 억지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키워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핸즈온 학습법을 활용하라

미국 교사들은 교과서에 의존하기보다 해당 주제를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자료와 교수법을 연구한다. 하지만 누구나 활용하는 공통된 교수법이 하나 있다. 일명 '핸즈온(hands-on)'이라 불리는 교수법이다. 말 그대로 '손을 쓰는 것'이 핵심. 어떤 수업이든 교사는 일방적으로 진도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율동을 하거나 쓰거나 만지는 것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만히 앉혀놓고 따라 하며 하나하나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와 춤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몸으로 터득하고 생각하며 배우게 하는 것"이라며 "융합사고력은 이처럼 체험적이며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잘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화산'의 개념을 이해하는 미션을 정해보자. 일단 '화산'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아이가 중요한 개념을 습득하도록 한다. 그다음 '화산'에 대한 중요 개념을 간략하게 서술하도록 해본다. 화산을 그려보기도 하고, "화산이 어떻게 폭발하는지 보여줄래?"라고 질문하며 몸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한다. 인터넷을 활용해 화산에 대한 노래를 자녀와 함께 부르고 율동하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그마, 용암 같은 핵심 개념을 익히도록 돕는다. 화산 폭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사는 가상의 친구에게 '화산이 폭발하면 이렇게 하렴'이라는 내용의 편지도 쓰게 한다.
심 교수는 '핸즈온'교수법을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추천했다. 그는 "일상생활 자체가 아이들의 교육 현장이기 때문에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직접 활동하고, 사고하고, 체험하도록 관심을 기울여라"고 말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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