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5일 수요일

음악 속에서 수학을, 수학에서 철학과 종교를 아테네 학당 피타고라스

수학은 까다롭고 힘들게 보이며 유명한 과학자들이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일할 때 사용되는 학문으로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돈 계산 정도를 빼면 수학은 힘겹게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매달리고,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를 위해 사용하는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러나 물리학이 자연의 이치와 비밀을 캐고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수학은 자연현상의 패턴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숫자의 패턴이 바로 수열이죠? 일정한 형식이 있습니다. 제일 유명한 피보나치 수열이 그렇다는 것은 이미 언급했습니다.

헝가리 출신으로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꼽히는 폴 에르도쉬(1913~1996)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A mathematician is a device for turning coffee into thereoms. 수학자란 커피 속에서조차 정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계(사람)이다.”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무릇 수학자란 그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일정한 틀(공식이나 이론)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 수학자라는 칭호를 받을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피보나치 수열에 대해 잠시만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힌두-아라비아 수 체계(Hindu-Arabic numbering system)를 도입해 고대수학을 부흥시킨 피보나치가 만들어 낸 피보나치 수열이 토끼의 번식이라는 자연에서 그 패턴을 발견한 것처럼 피타고라스 역시 수학을 음악에서 찾았습니다.

“피보나치 수열은 ‘자연의 공식’”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피보나치의 수열을 두고 ‘자연의 공식’, 또는 ‘신이 만든 공식’이라고 평가합니다. 자연현상을 수열이라는 수학이론에 접목시켰기 때문이죠.

그런데 피보나치의 수열이 비단 토끼에게만 해당된 게 아니었습니다. 꽃잎의 수뿐만 아니라 심지어 양의 뿔의 자라는 크기도 피보나치 수열과 같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꽃의 여왕 백합의 꽃잎은 한 개, 연령초는 3장, 채송화나 딸기는 5장, 코스모스나 모란은 8장이며, 금잔화는 13장입니다.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니까 꽃잎의 수가 피보나치 수열에 따라 배열되면 태양의 빛을 잘 받아 들여 다른 꽃잎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꽃잎의 수가 피보나치 수열대로 되면 꽃잎끼리 서로 중복되거나 헝클어지지 않고 햇빛을 잘 받으며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꽃들 간의 조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큰 뿔양의 뿔의 생김새도 피보나치의 수열을 닮았습니다. 은하의 소용돌이도 이와 비슷합니다. 생명이 움트는 봄이 되면 나뭇가지가 새로 생겨 가지를 뻗습니다. 그 수가 늘어나는 것도 그렇고 벌집이나 솔방울도 그렇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에 자연의 공식이라고 하는 피보나치의 수열이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학은 자연현상의 패턴을 연구하는 학문”
피보나치의 수열은 또 비단 자연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달러의 환율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금융 전문가나 증권 전문가에게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분할에 대한 공부는 필수입니다.

경기만 좋다고 주식이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거기에는 항상 굴곡(up and down)이라는 변동이 있습니다. 그 변동의 주기를 파악하는 데 피보나치 수열을 이용합니다. 신기한 일이죠? 그래서 신이 만든 공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닐까요?

이렇게 보면 수학이란 교실이나 연구실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자연 속에 있습니다. 그러한 진리를 우리들에게 보여준 학자가 중세시대 최고의 수학자로 평가 받고 있는 피보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지자면 그가 유럽에 도입한 아라비아 수 체계와 십진법이 서양 과학문명의 발전의 모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가 이룩한 수학적 업적은 대단합니다.

“수학은 라이어(lyre) 현의 울림 속에서 나온다”
그러나 피보나치보다 2천년 앞선 피타고라스도 역시 자연에서 수학을 찾았습니다. 그가 찾으려고 했던 대상은 음악으로 당시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필수였던 라이어(lyre)라는 수금(竪琴) 악기에서 찾았습니다.

아폴로, 아테네 여신을 비롯해 전설 속에 등장하는 고대 그리스 신들의 그림을 보면 라이어를 항상 갖고 다닙니다. 전설 속의 여류 시인 사포(Sappho,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며 나중에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기독교에 영향을 끼쳤다는 오르페우스 역시 라이어와 늘 같이 합니다.

당시 라이어라는 악기는 학문의 상징으로 지식인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도구나 마찬 가지였죠. 종류에 따라서 5~11개의 현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다른 철학자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피타고라스는 현의 조화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수학과 자연의 신비를 터득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피타고라스가 “There is geometry in the humming of the strings. 수학은 (라이어의) 현의 울림 소리 속에서 나온다”는 말을 남길 정도면 당시 음악이 수학에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 기하학 연구가 대부분인데도 대수학이라고 할 수 있는 수 자체를 연구하는 정수론(산술)을 깊이 연구하게 된 거죠. 그래서 자연수의 성질 가운데 간단한 것, 아름다운 것, 조화가 잡힌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예를 들면 홀수, 짝수, 소수, 과잉수, 완전수, 부족수, 친화수 등과 같은 것입니다.

음악에 대해 실제로 어떠했는지 알려진 것은 없지만 어쨌든 고대 그리스인들의 삶에서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리스인들은 시와 같은 문학을 통해 음악에 대한 사변적 사색의 글을 많이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스 시대 음악은 체육과 대칭되는 단어
당시 음악이란 체육에 대칭되는 단어로 모든 예술과 과학, 철학을 총칭하는 말을 가리켰습니다. 음악은 그저 듣기 좋은 멜로디만이 아닙니다. 피타고라스는 최초로 음악을 수의 개념으로 이해하여 음향학의 기초를 마련한 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음향학은 음파· 파동의 원리처럼 물리학의 기본이 되는 학문입니다. 피타고라스를, 수를 체계화시켜 물리학을 창시한 학자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소리의 파장을 넘어 빛의 파장에 대한 이해 없이는 우주론 연구가 불가능합니다. 천체물리학에서 스펙트럼 현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 아실 겁니다.

이처럼 현의 진동에 대한 연구는 역학적인 파동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피타고라스는 현의 전체 길이를 간단한 정수의 비를 갖는 2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동설의 갈릴레오 역시 음악을 물리학에 접목시킨 대가죠. 그는 현의 질량과 장력(張力)이 현의 진동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현의 울림은 물리학에서 중요한 파동이론의 기초
그러나 파동의 운동에 대한 확고한 기반은 뉴턴의 법칙과 이보다 200년 후 영국의 물리학자인 제임스 맥스웰에 의해서 형성된 전자기 법칙에 의해서 확고히 다져졌는데, 이들에 의해서 파동현상과 고전역학을 이해하는 포괄적이며 정량적인 기초가 다져진 겁니다.

훗날 광파(光波)를 연구하면서 과학자들은 에테르(ether)라고 하는 가상의 매질을 상상해냈습니다. 결국 실험에 의해서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현대 물리학에서 중요한 파동의 이론과 원리가 음악에서 나왔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과학과 예술, 그리고 철학 역시 별개가 아니라 하나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나중에는 분야들이 세분화되면서 뿔뿔이 흩어졌지만 모든 학문의 출발점은 하나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이렇게 세분화된 학문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일고 있습니다. 소위 학문의 융합, 과학의 통섭과 같은 이야기들이죠.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려면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각기 다른 분야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음악 속에서 수학을 발견하고, 수학 속에서 인간의 진면목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을 내세운 피타고라스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과학자가 아닐까요? 또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철학자가 아닐까요?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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