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클리드가 알렉산드리아에서 학원을 설립해 기하학을 가르치고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한 학생이 기하학의 명제를
배운 뒤에 상당한 회의감에 빠졌습니다.
수학의 정의, 공리, 공준 등을
기초하다.“알쏭달쏭한 이 이야기들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차라리 이런 것 말고 빨리 기하학을 배워 측량하는
법이나 배워 돈이나 벌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가정(假定)이란 무엇이고, 정리, 공리 등은 뭐란 말인가? 또 명제는 뭔가? 저렇게 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살아가면서 어떤 도움이 되는 건가?”
다시 말해서 돈 안 되는 이상한 정의(定義)나, 공리들이 계속 나오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저 하잘것없는 말 장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이 친구는 마음을 굳게 먹고 스승인 유클리드를 찾아
갔습니다. 영어로 유클리드는 원래 에우클레이데스인데 ‘훌륭한 영광’(good glory)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뭐 대단하다고 생각할 것
없습니다. 우리도 이름자를 풀이하면 이보다 다 좋은 뜻을 갖고 있습니다.
“스승님, 아니 이런 알쏭달쏭한 기하학의 명제 같은 것
배워서 뭐합니까? 측량하는 법이나 배우면 될 것을요. 아무런 보탬이 안 되는 것을 붙잡고 늘어지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배운 것으로 이득을 꼭 취해야만 하는 친구에게는…”
▲ 유클리드는 최초의 수학이론가다. 그는 수학의 모순을 철학으로 해결했다.
그러자
유클리드는 하인을 불러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Give this fellow a penny, since he must gain
from what he learns. 이 친구에게 동전 한 푼을 주게. 배운 것으로 이익을 얻어야만 하는 친구이니까.” 그야말로 학문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거죠.
그런데 사실 이 친구의 이야기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유클리드가 이야기하는
명제들을 보면 모순 덩어리인데다가 별로 현실생활에 보탬이 안 되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수학 대부분의
공리(公理), 정의(定義), 공준(公準)이라는 말들이 유클리드에서 비롯됩니다. 점, 선, 면 등과 같은 기본적인 사실은 누구나 잘 아는 상식적인
것이어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당연한 기초 개념들도 필요할 때 혼동하지 않고 쓸 수 있도록 그
성질만이라도 약속해 두는 것이 좋겠다고 유클리드는 생각한 겁니다. 몇 가지만 이야기해볼까요?
“점은 길이나 면적이
없다” 예를 들어 “ A point is that which has no part. 점은 부분(길이, 또는
면적)이 전혀 없다.” “A line is a breadthless length. 선(선분)은 나비가 없는 길이이다.” 기하학이론에서 모든 것은
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A straight line lies equally with respect to the points on
itself. 직선이란 점들이 꼭 같이 모여있는 것이다.” “A line is length without breadth. 선(선분)이란
넓이(면적)가 없는 길이이다” 이런 게 유클리드가 한 정의들입니다.
“One can draw a straight line from
any point to any point. 한 점에서 다른 한 점으로 직선을 그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직선이란 점과 점 사이를 곧게 연결한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을 공준(公準)이라고 합니다.
왜 길이도 면적(부피)도 없는 이런 점이 모여 선분이 되는가? 왜 또 선분이
모여 부피가 되는가? 하는 의문을 한다면 유클리드의 명제나 정의, 이런 것들이 그야말로 말 장난 하는 것 같은 거죠.
그리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런 것을 배워서 어디에 써 먹겠습니까? 점이면 점이고, 선분이면 선분이지, 구태여 모순으로 가득 찬 이론으로 그런 명제나 정의를
배워야 하느냐? 하는 겁니다.
<기하학 원본>은 지금까지도 경전
▲ 유클리드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처음으로 증명한 수학자로 알려져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굳이 그런 것 몰라도 삼각함수 잘 풀 수 있고, 미분적분도 거뜬히 해치울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몰라도 훌륭한
수학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모든 과학의 기초가 되는 수학은 자체적으로 정연한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 일을
한 사람이 바로 유클리드입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그의 유명한 저서 〈기하학 원본〉에 담겨 있는데 저술된 당시부터 현재까지 중요한
영향을 끊임없이 미쳐왔습니다.
이 책은 19세기 소위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출현할 때까지 기하학의 추론·정리·방법의 주요한
근원이었습니다.
이〈기하학 원본〉은 서구세계에서 씌어진 책 중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출판 번역됐고 연구대상이 됐습니다. 무려
2천300년 이상 바뀌지 않고 사용됐으니 일급 수학자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일급 수학 교사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겠죠?
가우스, “유클리드보다 나은 게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 유클리드의
수학이론은 지금까지도 유효합니다. 비유클리드란 간단히 말해서 유클리드의 이론에 반대하고 수정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특별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게 수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그만큼 유클리드가 가진 수학에서의 영향력은 대단하다는 이야기입니다.
19세기 최대
수학자로 근대 수학이론을 확립한 독일의 가우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수학이론에서 우리는 지금까지도 유클리드보다 나은 게 없다. 이것은
(현대) 수학의 부끄러운 부분이다.”
‘괴팅겐(대학)의 거인’ 가우스 이렇게 이야기할 정도니 유클리드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 가장 이성적이고 정확한 수학이론이 유클리드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우리가
‘과학적’이라는 말을 신뢰하는 것은 정확하고 사실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학적’이라는 말은 더 정확하고 거짓이 없다는
이야기겠죠?
그래서 프란시스 베이컨이 “마음의 길을 잃은 사람은 마땅히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라는 말을 남긴 것 같습니다.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훌륭한 기독교인은 수학자를 잘 알아야 한다. (하느님의) 계시란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잘 알아야
한다. 수학자들은 인간의 영혼을 어둡게 하고 인간을 ‘지옥’의 굴레에 감금 시키기 위해 악마와 계약한 위험한 사람들이다.”
이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지도자로 삼위일체설을 주장한 성(聖) 아우구스티누스(Saint Augustine, 354~430)의 이야기입니다. 수학을 바로
과학의 주춧돌로 만들어, 종교와의 대립 속에서 과학의 손을 들게 한 일등공신입니다. “자연의 법칙은 신의 수학적
방법”
▲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본>은 2천300년이 지난 오늘날 까지도 기하학의 경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화나 전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먼 2천 년하고도 300년 전의 유클리드의 이론과 그의 영향력은 이만큼
대단합니다. 사실이냐? 신화냐? 하며 논쟁이 되는 예수 탄생 한참 이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수학은 모든 과학의
언어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계산이 아니라 사변(思辯)의 학문입니다. 알쏭달쏭하게 시작한 철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The laws of nature are but mathematical methods of God. 자연의 법칙이란
신(神)의 수학적인 방법일 뿐이다.” 유클리드가 남긴 명언입니다. 위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클리드가 대단한 수학자일 수
있었던 것은 대단히 철학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라파엘로가 <아테네 학당>의 중요한 모델로
선정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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