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0일 화요일

원소 탄생과 물질세계의 내비게이션, 주기율표

수헤리베붕탄질산...’,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외워 본 적 있는 주기율표의 원자 배치 순서이다. 여러 개의 가로줄과 세로줄이 만들어 내는 백여 개의 네모 칸은 그 위치에 따라 원소들의 특징을 알려주는 물질세계의 내비게이션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물질들이 존재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탄생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몇 가지의 근본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물질의 근원인 원소들에 대한 궁금증은 고대로부터 많은 학자의 관심사였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기초과학이 발전하였다.

기원전 600년경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엠페도클레스는 물, 불, 공기, 흙의 4가지로, 그 후 아리스토텔레스는 엠페도클레스가 제안한 4가지 원소에 따뜻함, 차가움, 건조함, 습함의 성질을 조합하여 세상의 모든 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신의 세계에 도전하는 무모한 인간의 욕망인 듯 황당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2,000년 동안이나 사람들의 물질관을 지배하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후예인 수많은 연금술사! 그들은 어두컴컴한 실험실 속에서 빛도 보지 못하고 세상 밖으로 사라져 갔지만 화학을 발전시킨 숨은 주인공들이다. 질병에서 해방될 수 있는 불로장생의 약을 꿈꾸었고 값싼 금속을 이용하여 고가의 귀금속을 만들고자 끊임없는 시도를 반복했던 연금술(鍊金術, alchemy)의 등장은 계속된 실패와 실험을 통해 물질관의 변화뿐 아니라 근대 과학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원소기호는 전 세계 사람들이 원소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나타내는 공통의 기호이다. 이 원소기호의 등장이 과학자로도 인정받지 못했던 중세의 연금술사들에 의한 것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원소 하나하나를 그림 형태로 표현했던 최초의 원소기호는 그 수가 증가함에 따라 18세기에 들어 원자설을 주장한 돌턴에 의해 원과 기호를 사용한 간단한 모형으로 변화되었고 이를 계기로 체계적인 화학의 발전이 촉진되었다.

수소는 ‘H’, 탄소는 ‘C’, 산소는 ‘O’ 등으로 나타내는 오늘날의 원소기호는 스웨덴의 베르셀리우스(Berzelius)가 제안한 것으로 각 원소의 알파벳 이름을 이용하여 1~2개의 알파벳으로 표시한다. 원소의 이름은 라틴어나 그리스어의 어원에서 유래되었으며 원소의 물리적․화학적 성질, 대표적인 용도, 발견된 지명이나 과학자의 이름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96번 귀륨(Cm)은 마담 퀴리를, 99번 아인슈타이늄(Es)은 아인슈타인을, 101번 멘델레븀(Md)은 주기율표를 완성한 멘델레예프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명명한 원소기호이다.

현재 발견된 원소 중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는 92번 우라늄(U)이며 나머지 원소들은 과학자들의 일생을 건 노력과 집념의 연구 속에서 탄생한 원소들이다.

2011년에는 원소 114번과 116번인 플레로븀과 리버모륨이 주기율표에 새로 등재되었으며 113번, 115번, 117번, 118번은 생성, 발견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의 규정에 따라 새로운 원소로 공식 명칭을 얻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기관 2곳에서의 발표가 있어야 하므로 아직은 주기율표상 공식적인 명칭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스웨덴의 룬드대학 연구팀에서 115번 우눈펜튬을, 얼마 전에는 독일의 GSI 헬름홀츠 중이온연구소에서 2010년 미국과 러시아 연구진이 처음 만들어 낸 원소 117번 우눈셉튬(Ununseptium)의 재현에 성공하여 곧 주기율표상의 공식 등재가 기대되고 있다.

초기 원소의 대부분은 영국과 스웨덴의 과학자들에 의해 주로 명명되었으며 최근 발견되는 새로운 원소의 경우는 미국, 러시아, 독일의 과학자들에게 행운이 돌아갔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2011년 일본의 모리타 고스케박사가 113번 원소를 발견한 영광의 인물이 되었으며 주기율표 역사상 최초의 일본식 원소이름인 자포늄(Japonium)을 부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리나라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2021년까지 1조 6662억 원을 투입하여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 건립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이온가속기는 무거운 금속 이온을 가속하는 장치로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할 수 있는 핵물리 연구뿐 아니라 원자력, 의학,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건립을 계기로 과학자들의 글로벌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기초과학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킴은 물론 주기율표에 한국형 원소이름을 등재할 수 있는 영광을 기대해 본다. 특히 미지 원소의 발견으로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이 앞으로 10년 안에 이루어져 우리의 자긍심을 높여줄 것이라 확신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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