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육 혁명 중심 'IB'
토론·비교과 강화해 사고력
키워 세계 3300여 개 대학 입시 반영
EF국제사립학교, 해외 인턴십
제공"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최근엔 세계 대학의 신입생 선발 기준 등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합격한 선배들의 사례를
모델 삼아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은 위험해요. 특히 '보여주기'식 활동은 대학 입학사정관이 쉽게 알아보죠. 최근 세계 대학은 '만들어진
인재'보다는 자신이 열정을 쏟을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해온 학생을 뽑고 싶어합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자기만의
영역에 몰두하는 탐구심을 높이 평가해요. 이런 열정과 탐구심이 대학 입학 후 공부하는 데도 힘을 발휘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드류
그라누치(Drew Granucci) EF국제사립학교
뉴욕캠퍼스 대학 진학 상담 교사는 최근 변화하는 입시 트렌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라누치 교사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아메리카대에서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대입 전문가다. 그는 "한국의 중·고교생은 자신만의 관심사나 적성을 찾기가 쉽지 않아 성적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 대학의 입학사정관들도 이 점을 알기에 한국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높은 시험 성적을 요구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교육
흐름이 달라지는 만큼 우리나라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세계의 명문 학교들은 변화하는 교육과 입시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드류 그라누치 EF국제사립학교 뉴욕캠퍼스 대학 진학 상담
교사(왼쪽 사진). EF국제사립학교는 IB를 운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보딩스쿨이다. 지난해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100%를
기록하는 등 매년 향상하는 입시 실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EF국제사립학교
제공
◇IB, 글쓰기·토론·비교과활동으로
문제해결력·사고력 키워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교육 과정은 단연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공인 교육과정)다. 일본의 경우, 최근 대대적인 공교육
혁명을 단행하면서 그 핵심에 IB를 뒀다. 그동안 객관식으로 출제했던 대입 센터시험을
2020년부터 서술형문제·절대평가 중심 시험으로 전환하고, 올해까지 200개 학교에 IB 과정을 도입해 점차 공교육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제주·충남도교육청 등이 IB 과정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IB는 토론 수업과 글쓰기 과제로 논리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고, 스포츠·봉사 등 비교과활동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의사소통력·협업력 등을 강화하는 교육과정이다. 커리큘럼은
모국어·외국어·수학·과학·인문사회·예술의 6개 선택형 과정 아래 다수 교과목이 있는 형태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교사와 상담을 거친 뒤
적성·흥미·레벨(심화·표준)에 따라 직접 교과목을 골라 수강한다. 그라누치 교사는 "학생 스스로 시간표를 설계하므로 적성과 수준에 따라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스로 정한 주제로 연구하고, 4000단어 내 심화 장문 에세이(Extended Essay)를 쓰면서
학업 능력을 키울 수 있다.
IB는 스위스 IBO 재단 주관하에 엄격한 심사를 거친 학교만 도입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세계 명문대가
IB를 이수한 학생을 높이 평가한다. 그라누치 교사는 "전 세계 3300여 개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 시 IB 디플로마(Diploma) 이수 여부를 반영한다"며 "특히 미국 대학은 학생이 선택한 교과목 리스트와
성적, 다양한 활동을 토대로 학습력·도전 정신·결단력·끈기·발전가능성 등을 가늠하는데, IB 디플로마처럼 검증된 교과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이 같은 역량을 어느 정도 갖췄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IBO 재단 통계를 보면 IB 디플로마 이수자의 대학 합격률은 미이수자보다 22%p 더 높다.
스웨덴 글로벌
교육 기업 EF가 운영하는 EF국제사립학교는 IB를 운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보딩스쿨(기숙학교)이다. 미국 뉴욕 및 영국 옥스퍼드·토베이 캠퍼스를 둔 EF국제사립학교의 재학생들은 고교 2학년(11학년)이 되면 IB 디플로마(고교 학위 과정)와 A레벨(A-Level·영국 대학 준비 과정) 중 하나를 골라 2년간 이수한다. 요즘 이곳에서 많은 학생이
IB를 택한다. 지난해 EF국제사립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100%이며, 미국 예일대·펜실베이니아대·코넬대 등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세계 상위 5% 대학(QS 세계 대학 순위 기준)에서 받은
합격증만 543개에 달한다(중복 합격 포함). 한국인 졸업생의 경우 미국 보스턴대·엠브리리들 항공대·노스이스턴 약대, 캐나다 UBC(4년 장학금) 등에 진학했다.
◇동아리·인턴십 활동 지원… 적성·진로
발견 도와
EF국제사립학교는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성·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동아리·인턴십 등 활동을 다각도로 지원한다. 특히 성적이 우수한 11학년생에게 세계 530여 개 학교와 사무실에서
학생들에게 인턴십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한국 학생은 EF 홍콩 사무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인턴십을 했다. EF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공식 후원하는 글로벌 교육 재단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학생은 지난해 보스턴대에 합격했다.
최근
EF국제사립학교 뉴욕캠퍼스에서는 컴퓨터공학·약학·미술·항공 등 특정 학과에 합격하는
학생이 느는 추세다. 학교가 관련 분야 수요를 일찍 예측해 커리큘럼과 동아리 활동을 집중적으로 제공한 덕분이다. 실제로
로봇공학·경영·축구·농구·배구 등 60개 넘는 동아리가 학교 지원으로 운영되며, PGA 티칭 프로가 교내 골프 동아리를 지도하기도 한다. 컴퓨터공학으로 잘 알려진 미시간대와
정기적으로 교류하면서 학생들의 비교과 경험을 넓히고 있다. 그라누치 교사는 "EF국제사립학교가 70개국 출신 학생들이 다니는 진정한 국제학교라는 점도 입시 실적 향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과 기숙사 생활을 함께하며 리더십과 소통력, 협업력 등을 갖춘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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