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2일 목요일

영어 절대평가, 대입에 어떤 영향 미쳤나?

영어 1·2등급 받기 쉬워지자 다른 과목에 투자, 학습 완성도 높아져

지난해 치른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화두 중 하나는 '영어 절대평가' 실시였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 영어 성적을 보면, 상대평가로 진행된 전년도까지의 결과와 차이가 크다. 2016학년도 수능에서는 영어 1등급 비율이 4.62%, 2017학년도는 4.42%였지만,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에는 10.03%로 두 배 이상 늘었다. 2등급 비율은 2016학년도 12.30%, 2017학년도 11.29%에서 2018학년도 29.68%로 껑충 뛰었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많은 학생이 대입, 특히 정시에서 영어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입시 업계에선 "영어 절대평가가 입시 전체에 미친 영향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어 절대평가의 핵심은 영어가 아니라 다른 과목의 학습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데 있다"며 "수험생은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어 공부 시간 줄자 다른 과목 학습 완성도 높아져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되면서 자연히 상대평가로 남은 국어·수학·탐구의 중요도가 커졌다. 실제로 많은 대학이 2018학년도 입시에서 변별력을 유지하고자 국어·수학·탐구 영역의 반영 비중을 높였다. 일례로 연세대는 영역별 반영 비율(인문계)을 전년도보다 ▲국어 28.6→33.3 ▲수학 28.6→33.3 ▲탐구 14.2→16.7로 각각 늘렸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수능 학습 수준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절대평가로 영어 1·2등급을 받기가 예년보다 쉬워지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 학습에 투자할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예컨대 전년도까지 영어 학습에 100시간을 썼다면, 2018학년도에는 이를 40~60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시간을 자신이 취약한 영역에 쏟을 수 있게 됐다. 김 소장은 "인문계를 예로 들면 전년도까지는 수학·국어·영어를 공부하느라 사회탐구 학습이 부족한 채로 수능을 보는 학생이 많았다. 그런데 2018학년도에는 영어 절대평가 영향으로 사회탐구를 충분히 학습하고 수능 치른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수능 사회탐구의 경우, 9과목 중 생활과윤리·윤리와사상·세계지리·동아시아사·법과정치의 5개 과목은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 경제는 2등급이 아예 없어 한 문제 틀리면 바로 3등급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 소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기보다는 학생들의 사회탐구 학습 완성도가 높아진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과목 중요도가 커지고 학습 수준까지 높아지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빨리 영어 성적을 안정시키고 다른 과목 학습에 전념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1등급을 노린다면 모의고사에서 1~2개만 틀리는 수준을 유지해야 해요. 모의고사에서 90~91점으로 1등급을 받는다면 실제 수능에서는 2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거든요."

◇정시에선 대학별 영어 반영 방식 따라 유·불리 뚜렷

2018학년도 정시모집에서는 대학별 영어 반영 방식의 차이에 따른 유·불리도 명확하게 나타났다. 영어 절대평가 실시로 등급별 인원이 증가하면서 동점자 수도 대폭 증가했고, 이 때문에 지원 전략을 세우기가 어려웠다. 특히 국어·수학·탐구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고도 영어에서 2~3등급을 받은 학생들의 분포도 예상보다 높았다. 김 소장은 "학습 우선순위에서 영어를 제외하고, 다른 과목 학습 완성도를 높인 학생이 많아지면서 생긴 결과"라고 말했다. 대학별 영어 반영 방식의 차이에 따른 유·불리가 뚜렷한 사례로는 연세대와 고려대를 꼽을 수 있다. 고려대는 영어를 제외하고 총점을 산출한 뒤 영어 점수에 따라 감점하는 방식, 연세대는 총점 산출 과정에서 영어를 일정 비율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선발했기 때문이다.

<표1>은 2018학년도 수능 수학과 과학탐구에서 같은 성적을 받았으나, 국어·영어 성적이 다른 두 학생의 성적표다. 두 학생의 성적표로 대학(연세대·고려대)별 환산점수를 산출해 보면 <표2>와 같다. 국·수·탐 조합에서 표준점수 단순 합으로는 B 학생의 성적이 더 높지만, 고려대와 연세대의 대학별 환산점수에서는 유·불리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두 대학의 영역별 반영 비율이 다른 탓이기도 하지만, 영어 반영 방식의 차이가 미친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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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모집에서 대학별 영어 반영 방식을 보면, 총점 계산 후 영어 성적에 따라 따로 가점(또는 감점)하는 대학과 일정 비율을 정해 두고 총점 계산 시 반영하는 대학으로 나뉜다. 대부분 대학은 반영비율을 두고 총점 계산 시 적용하는데, 이 경우 영어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김 소장은 "등급별 배점, 전형 총점, 반영비율 등을 활용한 기본적인 산출식을 적용할 경우, 반영비율을 적용하는 대학에서 점수 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며 "반영 비율을 적용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은 영어에서 반드시 1등급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전형 총점에서 최종적으로 가·감점하는 대학도 있다. 대부분 대학은 2등급에서 0.5~1점을 가·감점하지만, 성균관대는 2~3점으로 감점 규모가 크다. 김 소장은 "가·감점하는 대학은 상대적으로 영어 영향력이 작지만, 정시에서는 0.5점이 당락을 가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수험생들은 90점 이상의 안정적 영어 실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국어·수학 등 다른 과목의 학습 완성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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