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0일 수요일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 탄생에 공헌...노벨 화학상, 생명체 진화 화학적 설계 과학자 3명 수상

2018년 노벨 화학상의 영예는 생명체 진화를 분자 수준에서 확인하고 이를 에너지와 의약품등 인류의 이익에 활용하는 데 기반이 되는 연구 업적을 남긴 3명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화학상 선정위원회는 프랜시스 아놀드(62)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교수, 조지 스미스(77) 미국 미주리대 교수, 그레고리 윈터(67) 영국 캠브리지대 MRC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원을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3일(현지시각) 밝혔다.

▲ 2018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아놀드 교수와 조지 스미스 교수, 그레고리 윈터경(왼쪽부터)./위키미디어 제공.

아놀드 교수는 이른바 ‘효소의 유도진화’를 연구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진화의 결과물인 효소는 생명체의 생리작용을 통제할 수 있는데, 이는 DNA의 돌연변이를 통해 수천년에 걸쳐 이뤄진다. 이를 화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직접 유도진화를 유발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같은 유도진화의 목표는 우리가 원하는 특정 효소나 단백질, 또는 원하는 형질을 가진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이오에탄올이나 의약품, 식량 등 인류가 원하는 특성을 지닌 생명체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도 가능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유도진화는 이른바 짝짓기로 불리는 ‘육종’만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박테리아 수준으로 원하는 형질을 가진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데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연구업적"이라며 "수백, 수천년에 걸쳐 이뤄지는 효소의 돌연변이를 화학적인 방법으로 해내는 것이 유도진화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지 스미스 교수와 그레고리 윈터 교수는 ‘파지 전시’ 기술을 이용해 특정 항원에 반응하는 단백질(항체)를 찾아내고 이를 증폭하는 연구에 성공했다. 파지전시법은 아주 짧은 시간에 인간에게 필요한 기능을 가진 효소나 항체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진화의 힘'을 인간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파지 전시 기술은 원하는 단백질(항체)을 많이 얻고 싶을 때(증폭), 또는 어떤 항체가 어떤 특정 물질과 결합하는지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이다. 랜덤한 단백질이나 펩타이드를 바이러스 표면에 붙였을 때 항체항원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한 뒤 반응이 일어난 물질의 유전자를 분석, 어떤 항원과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특히 반응을 일으킨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배양하면 원하는 항체를 증폭시켜 다량의 항체를 얻을 수도 있다.

조유희 차의과대학병원 교수는 "항체를 만들 때 항원의 결합 부위를 바이러스에 올릴 수 있는데,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항체 결합 부위를 ‘파지 라이브러리’로 만들면 항체반응을 통하지 않고 인간이 발현하는 항체를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 수 있다"며 "특히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항체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런 연구업적을 통해 만들어진 최초의 항체가 ‘아달리무맙’"이라고 설명했다.

아달리무맙을 이용해 최초 의약품으로 개발된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현재 전세계 매출 1위 의약품으로 유명하다. 노벨위원회는 "오늘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인류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줬다"며 "앞으로도 의약품이나 바이오 연료 분야에 상당한 이익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벨 화학상 상금은 900만 스웨덴 크로네(약 11억원)로 3명의 교수가 나눠 갖는다. 아놀드 교수가 절반을, 스미스 교수와 윈터 연구원이 나머지 절반을 나눠 갖는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날인 매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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