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손꼽히는 공과대학인 MIT와 Caltech의 대학입학지원서를 보면 다른 대학 지원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AP나 SAT 점수를
기입하는 난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살펴보면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AMC나 AIME 시험 점수를 기입하는 난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시험들이 뭐야, MIT와 Caltech은 이들 점수를 왜 이렇게 중요하게 취급하는 거지?’란 생각이 자연스레 일어납니다.
AMC는
American Mathematics Competitions, 즉 미국 수학경시대회를 가리킵니다. AMC는 미국에서 수학을 잘 하는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일련의 시험으로 이뤄져있습니다. 또한 이들 시험을 통해 미국 수학 대표팀을 꾸리기도 합니다. 미국 내에서 그동안 이들 시험은
훌륭한 수학적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선별해 내는 좋은 경시대회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들 시험을 활용하는 나라가 다수 있습니다.
AMC 시험 중 첫 번째로 치러지는 것은 AMC 8입니다. 이는 중학생들 위한 Problem Solving 시험입니다. AMC 8
시험의 목적은 참가자들이 좀 더 어려운 수학에 도전하고, 또 고등학교에서 요구되는 더 높은 수준의 Problem Solving에 준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AMC10과 AMC12는 궁극적으로는 미국 수학 대표팀 선발에 이르는 고등학교 경시대회 시리즈의 첫 번째
라운드입니다.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의 시험은 American Invitational Mathematics
Examination(AIME)과USA Mathematical Olympiad(USAMO)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작년의 경우 AMC 10과 AMC
12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약 30,000명 정도의 학생들이 AIME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이중 상위 430명 정도가 USAMO에
초대되어 시험을 치렀습니다.
MIT와 Caltech, 그리고 다른 미국의 명문대들이 이들 AMC 시험을 가치 있게 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MIT와 칼텍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수학에 관한 한 완벽한 SAT, AP 성적을 갖고 있습니다. SAT
혹은 AP 수학 시험은 이들 우수학생들에게는 쉽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AMC 시험은 훨씬 도전적입니다. AMC 시험은 수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을 요구하며, 한 문제를 푸는 데 다양한 원리를 결합해서 풀어야 합니다. 이에 비해 SAT나 AP의 문제들은 문제 하나 당 한 가지 원리만
알면 풀 수 있습니다. AMC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단지 아는 정도가 아니라,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바로 MIT와 Caltech이
우수학생을 선발하는데 AMC가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제가 프린스턴에 재학 중일 때 알게
되었습니다.(프린스턴 역시 AMC 시험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1989년도에 치러진 USAMO에서 우승했을 때, 저는
학장님으로부터 프린스턴에 도착했을 때 자신을 방문해 달라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프린스턴에서의 공부들은 고등학교 재학시절 받았던
수업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또 중요한 요점을 외우면 쉽게 A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명문대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명문대에서의 수학, 과학, 컴퓨터 공학과의 수업들은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하여, 이런 개념들을 전에는 보지
못했던 문제들을 접할 때 적용해 보기를 요구했습니다. 이들 수업들은 단지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있느냐를 따졌습니다.
이들 대학 수업에서 제가 경험했던 것은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하지만 제가 고등학교 시절 치렀던 여러
경시대회의 문제들과는 많이 유사했습니다. AMC와 다른 경시대회 준비는 저를 잘 훈련시켜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시대회에 무심했던 다른
친구들 ? 하지만 SAT 수학에서 800점을 받고, AP에서 5점을 받았던 ? 과 달리 저는 대학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으며, 전공 및 기타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학 경시대회를 치르면서 했던 이런 경험들은 화학, 공학, 물리학 등 다른 과목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학 경시대회는 단순한 수학원리 이상을 가르쳐주었고, 또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가르쳐주었습니다. 이들 시험을 통해 저는 어떻게
사고해야 하나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명문대 혹은 미래의 고용자들이 AMC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현대의
세계에서 단순한 지식은 값어치가 없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지식이 누구에게나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단지 안다는 사실로는
부족합니다. 그 지식을 갖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AMC 시험, 그리고 그 준비가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이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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