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3개 주제만 파고들어
과목·학년 구분 않고 융합수업
교사 호칭은 협력자 "우린 도울 뿐"
한쪽에선 바닥에 깔린 큰 천 위에 학생 3명, 그리고 교사로 보이는 어른 한 명이 앉아 하늘색 테이프를 천 위에 붙이며 미로 같은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다른 곳에선 11~14세 아이들이 찰흙·나무·고무·종이 등으로 뭔가를 제작하고 있었다. 다락방 같은 2층 공간에선 고등학생 19명이 소파에 앉아 두런두런 열띤 토론을 하는 중이었다.
제각각이라 종잡기 어려운 이들 활동을 엮는 키워드는 '심장'. 미로 구조는 심장과 혈관을 형상화한 것이고, 찰흙이나 나무로는 심장과 주변 장기 모양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토론에서 심장과 관련된 시를 읽고 의견을 나눴다.
학생들과 인체 장기 모양을 만들던 리치 교사는 "과학수업이면서 동시에 미술수업"이라며 "아이들도 어떤 수업인지 굳이 구분 짓지 않는다"고 했다. 학생마다 장기 하나씩을 완성하면 이를 모아 1.5m 높이의 사람 모형을 만든다. 학생 마리아(12)는 “심장과 장기를 그림으로만 볼 때는 이해가 안 됐는데 직접 모양을 만들어 보니 피가 어떻게 흐르고 각각의 장기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협력자는 모두 11명인데 세부 교과가 정해져 있지 않다. 가령 고교생을 담당하는 협력자는 3명인데 한 명은 과학을, 한 명은 문학·작문 등 인문학 전반을, 한 명은 수학여행 등 프로젝트를 책임진다.
공립학교에 있다가 이곳에 온 맨스필드 교사는 “학생과 함께 배우며 성장한다는 철학에 공감했다. 공립학교보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학생 각자가 원하는 학습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숙제가 없고, 시험도 보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에서 하던 활동에 재미를 느낀 학생이 자발적으로 집에 가서도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시험이 없는 대신 학기 끝엔 교사와 학생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한 학기 동안 했던 활동을 기록하고 그간의 과정과 성과를 논의한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희망자에 한해 방과 후 수업에서 미국대입시험(SAT)를 대비할 수 있다. 털리 설립자는 “하버드·MIT 등 점점 더 많은 대학이 SAT가 아니라 학생의 활동 이력만으로도 신입생을 뽑기 때문에 학생 각자가 자신의 프로젝트에 열중해도 충분히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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