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학자로 평생을 연구에 헌신한 혼조 다스쿠(本庶佑·76) 일본 교토(京都)대 특별교수는 자신의 연구 덕분에 암을 극복한 이를 만날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부작용이 심한 방사선이나 화학요법 대신 인체 면역체계를 활용한 암 치료법을 연구한 혼조 교수가 1일(현지시간) 노벨상 수상의 명예를 안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이날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혼조 교수와 제임스 앨리슨(70) 미국 텍사스대 엠디앤더슨 암센터 교수를 선정했다.
이 중 혼조 교수는 일본인 가운데 26번째 수상자. 아사히,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혼조 교수는 수상자로 선정된 뒤 “여러 가지 생각해 보면 운이 좋은 인생을 걸어온 것 같다”며 기쁨을 표했다.
1971년 대학원 과정을 마친 혼조 교수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카네기 연구소와 국립위생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하면서 면역학에 관한 최신 연구를 접했다.
ABC뉴스에 따르면 혼조 교수는 위암 진단을 받은 뒤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숨진 대학 시절 동급생에게 영향을 받아 연구를 시작했다고. 그는 “연구를 계속해서 면역체계를 활용한 치료로 더 많은 암 환자를 살릴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1979년 일본으로 돌아온 혼조 교수는 오사카(大阪)대 교수로 취임해 연구를 이어갔다. 1984년 교토대로 자리를 옮겼고 2005년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혼조 교수는 면역 억제 단백질 ‘PD-1’ 발견 등 수많은 연구 업적을 냈다. 인간의 면역 세포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PD-1’은 항암 치료제 ‘옵디보’ 개발에 기여했다.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혼조 교수는 ‘PD-1’이 “대학원생의 재미있는 제안으로 시작한 연구에서 우연히 발견한 물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이 물질의 기능을 잘 몰랐지만 이후 면역 억제 역할을 알아냈다면서 “브레이크를 제거하면 면역이 암을 공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응용하게 됐다. 예상 밖의 전개였다”고 설명했다.
“기초 의학도 의학”이라는 혼조 교수는 “치료에 활용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구하고 있다. 치료에 직접 관여하거나 환자를 접할 기회는 없지만 감사 편지를 받으며 격려받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혼조
교수는 “기초 연구가 응용으로 이어지는 일이 결코 드물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장기적인 전망을 보고 체계적으로 기초 연구를 지원해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할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생명과학에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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