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4일 수요일

서울대·KAIST 강의 … 누구나 들을 수 있다

교육부‘한국형 무크’하반기 시행
온라인으로 과제·시험·평가·토론
학점 인정 땐 대학교육 판 흔들 수도
중앙일보
울산과학기술대(UNIST·유니스트) 학·석사 통합과정에 재학 중인 김아람(24)씨는 지난해 1학기 빅데이터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김씨에게 통계 기법을 가르친 교수는 모교 교수가 아니다.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이 운영 중인 에덱스(edX)란 온라인 공개 강좌 서비스에서 강의를 들은 것이다. 강의실에선 모교 교수의 전공 강의가 이어졌다. 김씨는 “빅데이터 활용 기법은 온라인 강의로 미리 배우고, 수업은 토론으로 하니 재미도 있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미국 등 해외 명문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온라인 공개 강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대학도 이를 활용한 연계 교육을 실시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국내 대학의 강의를 묶어 온라인 공개 강좌(MOOC) 서비스를 시행키로 했다. 무크(MOOC)란 수강자 수의 제한이 없는 대규모 강의(Massive)로 별도 강의료 없이(Open) 인터넷(Online)으로 제공되는 교육과정(Course)을 말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한국형 무크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황 부총리는 “국내 대학 강좌 중 올해 20개 내외의 고품질 강좌를 선별해 하반기부터 인터넷으로 시범 제공하고, 2018년까지 500개 이상 강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일단 한국어로 인터넷 강좌를 운영한 뒤 향후 영어·중국어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형 무크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정부가 구축한다. 하지만 강좌의 실제 개발·운영은 대학들이 맡는다. 김정연 교육부 대학재정과장은 “이달 중 계획을 확정 짓고 시범 운영에 참여할 10여 개 대학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시행하려는 무크는 동영상만을 제공하던 기존 온라인 강좌와 다르다. 온라인으로 과제물 제출과 평가, 시험, 교수와의 질의응답, 수강자 간 토론 등 쌍방향 교육이 가능하다. 시험 성적이 일정 기준 이상이 되면 대학 명의의 이수증도 나온다.

무크 도입은 국내 대학교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형률 숙명여대 디지털휴머니티즈센터 소장은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업을 듣는 무크는 ‘등록금을 받고 학점을 준다’는 기존 패러다임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무크 시행에 발맞춰 새로운 형태의 강의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연 과장은 “유니스트처럼 강의 내용은 온라인으로 미리 듣고, 수업은 토론·발표·실습 중심으로 진행하는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칙을 고쳐 무크 강의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대학도 나올 수 있다. 중국 칭화대·베이징대는 2013년부터 전공과 연계된 해외 무크 강의를 들은 학생에게 별도의 시험을 치게 하고, 통과하면 학점을 준다.

국내에서 이미 개발된 무크 강의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부산 동서대는 올해 9월부터 소속 교수의 북한학 강의를 아시아 80여 개 대학과 함께 만든 무크(GAA)에 제공할 예정이다. 임진혁 유니스트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은 “누구나 무크를 통해 어느 학교·교수의 강의가 나은지 알 수 있다”며 “초기엔 교수의 반발도 있겠으나 결국 교육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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