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4일 수요일

SKY도 ‘슬픈 인문계’ … 취업 절반도 못했다

대학원·군입대 제외해도
3명 중 1명은 실업자 상태
“이공계 선호에 간판 안 통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를 졸업한 강모(29)씨는 ‘백수’ 2년차다. 대기업·공기업 등 22곳에 지원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한 게 여섯 곳에 불과했다. 강씨는 “서울대 간판이 통하던 시절은 지나갔다”며 “토익 945점, 해외 교환학생, 대기업 인턴 등의 스펙도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2013년 8월과 2014년 2월 서울대·연세대·고려대(SKY) 인문·사회계열을 졸업한 3745명 가운데 취업한 학생은 1701명(45.4%)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이들 대학의 인문·사회계열(상경대 제외) 졸업생의 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특히 대학원 진학자, 군 입대자, 외국인 유학생을 제외한 1112명(29.6%)은 ‘무적(無籍)’ 상태였다. SKY 인문·사회계열 졸업생 3명 중 1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대학 인문·사회계열 졸업생의 취업난이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부가 공시한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졸업생의 지난해 취업률은 59.1%였다. 이는 대학원 진학자, 군 입대자 등을 제외하고 산출한 수치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와 대학원에 진학한 A씨(31)는 “취업에 실패해 임시방편으로 대학원에 오는 이들이 대다수”라며 “실제 취업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 분석 결과 지난해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졸업생 879명 중 취업에 성공한 학생은 356명(40.5%)에 그쳤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대학 인문계열 졸업생의 취업률은 1995년 62.6%에서 지난해 45.9%로 떨어졌다. 반면 공학계열 졸업생의 지난해 취업률은 66.9%로 인문계열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기업들의 이공계 선호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재근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취업시장에서 인문계 명문대생이란 타이틀이 더 이상 먹혀 들지 않고 있다”며 “인문학과 실용학문을 접목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학과 학생이 공히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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