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저녁. 온라인 영상으로 노벨 생리의학상 발표를 지켜봤다. 발표 현장에 동양인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중국이나 일본, 아니면 한국 과학자가 수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일본 과학자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교수의 수상 발표가 이어졌다. 50년에 걸쳐 ‘한우물’만 판 연구의 가치가 인정되는 순간이었다.
노벨상 발표 첫날 생리의학상에 일본인 과학자가 선정되자 일본은 어떻게 노벨상 강국이 됐는지 분석이 쏟아졌다. 기초 연구에 대한 장기 지원 투자,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지원 등 매년 반복되는 이야기다. 일본과 중국에서 수상자가 나오면 ‘한국은 왜 노벨 과학상을 못받나’ 하는 뻔한 분석과 부러움이 묻어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4일 물리학상과 5일 화학상 발표 이후에는 거짓말처럼 이런 분석이 잠잠해졌다는 점이다. 올해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유럽 출생 과학자 6명에게 돌아갔다. 대다수 언론들이 차분하게 수상자들의 연구와 수상자들을 소개했다. 일본인 수상자가 나온 직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총 7명의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유행과 트렌드를 좇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초 연구로 독자적인 길을 오랫동안 걸어가며 새로운 발견을 해냈다는 점이다.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 업적을 설명해 준 국내 한 과학자는 “결국 언젠가는 받을 만한 분들이 수상 영예를 안았다”며 부러움을 드러냈다.
올해로 22명째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과 작년 처음으로 노벨 과학상을 받은 중국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노벨상 수상만을 목표로 연구하는 것도 아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이 자신만의 연구에 묵묵히 몰입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또 그런 과학자들을 눈여겨 보고 과감한 지원과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의 혜안과 시스템을 부러워해야 한다.
이번 노벨상 수상 발표는 국정감사 기간과 겹쳤다. 정부 출연연들의 기술이전 성과가 별로 없다며 질타하는 식상한 내용에는 이런 수준의 고민은 없었다.
“한국에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온다고 좋아할 것 없습니다. 현재의 교육제도와 연구 지원투자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국감에 나온 한 과학자의 쓴 소리만 기억에 남는다.
Chosu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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