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6일 목요일

"중국보다 입학 쉽고 취업에도 유리" 중국 입시생 일본 명문대 입학 러시

치열한 중국 대입서 탈락한 ‘입시 난민’
도쿄대·와세다대 등 일본 명문대로 피난

도쿄대와 와세다대를 비롯한 일본 명문 대학들이 치열한 중국 입시 경쟁에서 밀린 ‘입시 난민’들의 피난처로 전락하고 있다.

책상 위에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공부하는 중국 수험생들./ 사진=트위터 캡처
▲ 책상 위에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공부하는 중국 수험생들./ 사진=트위터 캡처
지난해 영국 타임스 고등교육이 발표한 세계 대학 평가에서 5년 동안 아시아 1위였던 일본 도쿄대의 세계 순위는 지난해보다 20계단 떨어진 43위에 머물렀다.

26위에 자리한 싱가포르국립대에 아시아 1위 자리를 내줬고 중국 베이징대(42위)에도 밀리며 자존심을 구겼다. 일본의 또 다른 명문대인 교토대도 59위에서 88위로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본국의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밀린 중국 학생들이 ‘학벌 세탁’을 위해 대거 일본으로 몰리면서 일본 고등교육의 경쟁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쿄의 사학 명문 와세다대의 경우 지난 5월 기준 중국인 재학생수가 2550명이나 된다. 5년 전보다 40% 늘었다. 같은 기간 도쿄대의 중국인 학생 증가율도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중국 대학입시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중국 유학생의 일본 대학 입학을 전문으로 하는 도쿄 소재 ‘코치 아카데미(行知学園)’의 중국인 원장 양게(楊舸)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 학생의 절반가량은 중국 대학이나 대학원 입학 실패자들”이라고 말했다.

중국 랴오닝성 출신으로 지난해 코치 아카데미를 거쳐 올해 4월 와세다대 인문학부에 입학한 한 여학생이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대학에 입학하긴 했지만, 워낙 학교 수준이 낮아 졸업했다 하더라도 취업을 확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해 충격을 더했다.

중국 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어학 과정을 병행하며 경제학 전공으로 와세다대 대학원 입학 시험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

◆ 일본 입시제도 다양해 입학 쉬워

[이코노미조선] "중국보다 입학 쉽고 취업에도 유리" 중국 입시생 일본 명문대 입학 러시
일본에서 와세다대와 게이오대는 도쿄의 양대 사학 명문이다. 하지만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는 와세다대가 특히 인기가 높다. 양씨는 이에 대해 “명품 브랜드 중에도 루이뷔통이 중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코치 아카데미는 일본의 대표적인 한인 거리인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에 2008년 문을 열었다. 이곳을 거쳐 간 중국 유학생들이 대거 일본 명문대에 진학하면서 현재 1200명이 넘는 중국 학생이 적을 두고 있다.

재학생들은 별도로 도쿄나 가나가와(神奈川), 지바(千葉) 등지의 어학원에서 일본어 수업을 병행한다. 오전에 일본어 수업을 듣고, 코치 아카데미로 가서 밤 9시까지 대학입시 준비 수업을 받는다. 주말에도 쉬지 않는다. 이를 통해 1~1년 반이면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도록 짜여 있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 대학의 국제 위상도 전에 없이 높아졌다. 반면 일본은 장기간 이어온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대학 경쟁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2014년 타임스 고등교육 대학 순위에서 상위 200위권에 포함됐던 도쿄공업대학과 오사카대학 등은 지난해 아예 순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중국 유학생수가 늘어난 건 미국과 영국 등 서구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다양한 입시제도로 인해 입학이 수월한데다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인기다.
미국의 국제교육협회(IIE)는 2014~2015년 등록된 미국 대학 외국인 유학생 중 중국인이 제일 많은 30만4040명으로 31.2%를 차지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2위는 13만2888명(13.6%)의 인도이며 한국은 6만3710명(6.5%)으로 3위였고 일본은 1만64명(2%)에 불과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와세다대 캠퍼스./ 블룸버그 제공
▲ 일본 도쿄에 있는 와세다대 캠퍼스./ 블룸버그 제공
일본의 미국 유학생수는 1994~98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1997~98년 4만7000명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과 국내 대학 설립 붐 등으로 인해 일본 내 대학 입학이 수월해진 것과, 취업난으로 대학 3학년부터 시작되는 일본 대학생들의 구직활동에 유학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 등을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일본인 유학생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로 지목한다.

입시제도의 차이도 중국 대입 실패자들의 일본 명문대 입학 열풍을 부추기는 중요한 이유다.
일본의 대입 전형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학교마다 시험 날짜나 방법 등이 다양하다. 반면 중국의 대입시험인 가오카오(高考)는 1년에 단 한 번 시행되는 ‘단판 승부’다. 매년 6월이면 900만명을 헤아리는 입시생들이 중국 각 성에서 2~3일간 일제히 가오카오 시험을 본다.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가오카오 시험 성적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시험 도중 기절하는 학생도 있고, 결과에 실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가오카오는 엄격한 처벌 규정으로도 악명이 높다. 각종 부정행위는 범죄로 규정된다. 수험생이 커닝하다 걸릴 경우 최대 7년 형을 선고받게 된다. 또 3년 동안 같은 시험에 응시하지도 못한다.

◆ 中 2류대보다 日 2류대 졸업이 취업도 유리
중국 대학은 일류대학을 의미하는 이번(一本)에 이어 얼번(二本), 산번(三本)대학으로 분명한 순위가 매겨져 있다. 예컨대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은 이번, 상하이(上海)이공대학은 얼번, 쓰촨(四川)대학 금강학원이나 상하이 공상 외국어학원은 산번으로 평가되는 식이다.

좋은 기업에 취직하려는 학생은 이번대학에 몰린다. 또 다른 중국인 예비교 관계자는 “중국에서 2류대학을 나오는 것보다는 일본에서 와세다와 게이오 다음가는 레벨인 ‘MARCH(메이지·아오야마·릿쿄·주오·호세이)’대학을 나오는 편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실시된 가오카오 시험 응시자는 약 940만명으로 2008년의 1050만명에 비하면 100만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특히 베이징의 경우 6만1000명이 응시, 2006년 12만6000명에 비해 무려 절반이나 급감했다. 이 연령대의 학생들이 출생할 무렵이 한 가정당 한 명만 낳는, 이른바 계획생육(가족계획)이 철저하게 실시됐던 것이 이유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응시자의 30% 정도는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인구 13억 중국의 경제 성장이 순조롭게 이어지는 한, 그리고 중국 대입제도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중국 입시생들의 일본행 러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hosu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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