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5일 수요일

일본 노벨 과학상 22개 키워낸 '헤소마가리 정신' (へそ曲がり·외골수)

자기만의 외길 가는 고집불통 뜻
올 생리의학상 오스미도 비주류, 남들 안하던 '세포 쓰레기통' 연구


오스미 요시노리
올해 노벨상 5개 부문 중 생리의학상부터 일본인 수상자가 나오자 일본 사회가 흥분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은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사진) 도쿄공대 명예교수가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헤소마가리(へそ曲がり·외골수) 정신'을 꼽았다.

'헤소마가리'란 남이야 뭐라건 자기 식으로 외길을 가는 고집불통을 의미한다. 어원 연구자들은 이 말이 베틀로 옷감을 짜던 시대에 생겼다고 본다. 삼베 실을 실패에 둘둘 감아놓은 것을 '헤소(綜麻)'라고 한다. '마가리'는 구부러졌다는 뜻이다. 순한 사람이 남이 시키는 대로 하면 가지런하게 감기지만, 고집쟁이가 제멋대로 감으면 구부러지면서 독특한 모양이 된다는 것이다.

오스미 교수는 고교 시절부터 화학·생물학에 푹 빠졌다. 성적은 톱이지만 기초과학에 푹 빠진 괴짜였다. 화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정체 모를 기체를 만들어 풍선을 날리고, 이상한 음료도 만들기도 했다. 효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미국 유학 중이던 1976년이었다. 이후 일본에 돌아와서도 계속 현미경 앞에서 살았다. 1988년 도쿄대 조교수로 일할 때,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가 제대로 이뤄지는 효모와 그렇지 않은 효모를 처음으로 직접 자기 눈으로 자세히 관찰했다. 이 순간이 노벨상으로 이어졌다.

오토파지는 세포가 자기 안에 쌓인 단백질 노폐물을 청소하는 기능이다. 이 과정에서 아미노산이라는 영양분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이 제대로 안 되면 몸에 노폐물이 쌓여 때로는 암이 되고, 치매와 파킨슨병을 일으킨다. 오스미 교수는 돌연변이 효모 3만8000종을 대조해 오토파지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발견 덕분에 암·치매·파킨슨병 치료가 한걸음 전진했다.

이 부문은 그가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유망 분야가 아니었다. 그도 51세에 겨우 정교수가 됐다. 그래도 다른 길 기웃거리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는 젊은 시절 고향 친구와 술을 마시며 "연구자 열에 여덟이 단백질 합성을 연구하지만, 나는 단백질이 없어지는 걸 연구한다. 남이랑 똑같은 걸 해선 소용없다"고 했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오스미 교수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세포 속 쓰레기통'을 연구했다"면서 "'헤소마가리'의 개척심이 노벨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일본은 미국 국적 수상자까지 합쳐서 25번째 노벨상을 안았다. 평화상·문학상을 뺀 과학상은 22번째, 생리의학상은 네 번째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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