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4일 화요일

노벨위, 난해한 '위상학' 설명 위해 빵 들고나와

전혀 다른 물리적 특성 수학적 계산…“미지 세계의 문 연 것”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영국 출신 과학자 3명의 업적은 위상학이라는 수학적인 도구를 이용해 물질의 변화를 추적한 것으로, 극히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연구분야인 데다 난해하기 그지없다.
이 때문에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대중들에게 몹시 생소한 위상학을 설명하려고 기자회견에 빵까지 들고 나왔다.
4일 오전(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상자 발표를 맡은 노벨위원회의 이론물리학자 토르스 한스 한손은 “위상학 개념에 대해 대중들이 익숙지 않기 때문에 내 점심을 가져왔다”는 농담을 건네며 빵을 꺼내들었다. 둥근 시나몬빵, 가운데에 구멍이 1개 뚫려 있는 베이글, 2개의 구멍이 있는 프레첼이었다. 그는 “이 빵들은 맛과 모양 등 여러 가지 특성이 다르지만 위상학에서는 딱 한 가지에 집중한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세 종류의 빵에는 각기 다른 개수의 구멍이 뚫려 있다. 구멍의 수는 세 물질의 위상 차이를 가리킨다. 빵에 구멍이 있을 수도 있고 한 개나 두 개가 있을 수도 있지만 ‘반 개의 구멍’ 따위는 있을 수 없다. 접시나 컵이나 시나몬빵은 우리 눈에는 다르게 보이지만 ‘구멍이 없다’는 점만 놓고 보면 위상학적으로는 같다. 구멍이 하나 있는 베이글과 손잡이가 있는 찻잔도 위상학에서 볼 때는 같은 셈이 된다.
반면 구멍이 하나 뚫린 베이글과 구멍 두 개의 프레첼은 ‘위상이 다르다’. 위상학은 이 물질들이 물리적으로 전혀 다른 것이라는 점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학문이다.
위상학에서 볼 때 구멍이 없는 시나몬빵이 구멍이 하나 있는 베이글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수상자인 데이비드 사울레스와 마이클 코스털리츠는 저온상태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위상 변화의 조건을 확인했고, 덩컨 홀데인은 초전도체를 지나가는 자기장 흐름의 양이 정수의 배수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왕립과학원은 “이번 연구는 미지 세계의 문을 연 것”이라고 표현했다. 한손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전자공학이나 컴퓨터공학에 실질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효용성보다는 물리학의 통찰력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3명의 위상물리학자에게 돌아갔다”며 “수학과 물리학의 아름다운 연계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경향신문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