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6일 금요일

용인외대부고 끝없는 ‘혁신’이 만든 우수 인재 양성소

《2019학년도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이 폐지되면서 기존의 고교 입시 지형이 모두 뒤틀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부 자사고들이 우선선발권 폐지에 반발해 제기한 헌법 소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코앞으로 다가온 고교 입시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깜깜이 고입’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요?   
이럴 때야말로 ‘정공법’이 필요합니다. 향후 대입에서 특목·자사고가 혹은 일반고가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따져보며 입시 변화의 종속 변수로 고교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교 생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학교가 그에 알맞은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따져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단 뜻입니다.  
경기도의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이하 외대부고)는 남다른 진학실적으로 매년 세간의 주목을 이끈다.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08년에는 무려 21명이 서울대에 합격했으며, 지난해에는 그 수가 무려 61명에 달했다. 
  
해외 대학 진학률 또한 우수하다. 외대부고에서는 매해 평균 50명의 학생이 해외 대학에 진학한다. 지난해에는 국제계열 전공 학생 61명이 미국의 유펜대, 컬럼비아대, 다트머스대, 존스홉킨스대,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 아시아의 홍콩대 등 국외 유수대학 29곳에 합격했다.
  
국내외 대학의 마음을 사로잡은 외대부고의 교육 경쟁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조경호 입학홍보부장과 외대부고 1학년 박건희 양(국제계열), 조상민 군(인문사회계열), 정예원 양(자연과학계열)을 만나 그 비결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 세계가 원하는 인재 양성의 비결, 끊임없는 교육과정의 ‘혁신’ 
  
 
외대부고 국제계열 학생들의 휴게공간에는 의견 교환에 활용할 수 있는 칠판(왼쪽 상단) 및 해외대학 합격 선배들의 모교 깃발이 전시된 게시판(우측 상단)이 마련돼 있다. 하단은 RC&P(Research, Creativity&Presentation)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제작한 결과물.​



외대부고는 학교의 혁신의지가 강한 곳이다. 2005년 외고로 개교했으나,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조화를 이룬 인재를 기르기 위해 2011년 자사고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외국어 중심으로 개설된 전공을 △국제 △인문사회 △자연과학 계열로 재편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교육과정을 개편함으로써 국내외 대학이 선발하고 싶은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표면만을 바꾼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를 깊이 학습할 수 있도록 학생참여중심 수업의 비중을 늘렸다. 수능 중심의 학습이 이뤄질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외대부고의 수업 대부분은 토론, 발표, 팀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뤄진다. 가령 국어 시간에는 학생들이 모둠별 토의를 통해 시의 함축적 의미를 분석해보고, 생물학 시간에는 DNA 구조를 깊이 학습하기 위해 네이처지에 실린 논문을 찾아 직접 해석해본다. 각 교과의 핵심 내용을 학생 스스로 깊이 탐구하면서 자연스레 학업역량이 향상되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과정을 개선한 결과 자사고 전환 후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4년 이래로 매해 평균 229명의 SKY 합격자와 71명의 의·치·한의대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중복합격 포함). 
  
국제계열의 수업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박건희 양(국제계열)은 “영어문학 수업에서는 셰익스피어나 포크너 등의 문학작품을 학생들이 토의·토론을 통해 숨겨진 의미 등을 찾는다”며 “국제계열의 수업은 국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외 대학 진학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대부고의 교육과정은 해외 유수 대학으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 중국의 칭화대, 일본의 와세다대, 오사카대 등은 외대부고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이 교장과 디렉터로부터 추천서를 받으면 해당 학생을 선발하는 MOU를 체결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계열 학습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방과 후 선택수업(ET, Elective Track)은 학생들의 지식을 심화·확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T 프로그램은 5명의 신청자만 모이면 원하는 과목을 개설할 수 있을 정도로 학생들의 과목선택권을 보장한다. 대학 진학을 위한 수능, 논술, AP, SAT 수업을 비롯해 △통계학 △빅데이터 △AI △국내외 저널 논문 쓰기 등의 교양 수업이 개설돼 있어,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심도 있게 학습할 수 있다. 
  
조경호 입학홍보부장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내년에 교육과정을 새로이 개편할 계획”이라며 “현재 3개 계열로 나눠 선발하던 신입생을 올해부터 통합해 선발하고, 전공별로 진행되던 정규 수업의 칸막이를 허물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적성에 맞춰 자유롭게 정규수업도 선택해 이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심층 탐구활동’…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기른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방과 후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외대부고는 가능한 한 많은 공간을 학생에게 개방한다. 다양한 형태의 자습실과 라운지를 마련하고(좌, 우 상단), 시청각실도 동아리 활동을 위해 개방했다(좌측 하단). 벽화 역시 외대부고 학생들이 직접 그린 것이다.
  
학생참여중심의 수업 방식에서 살펴볼 수 있듯 외대부고는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떠 먹여 주는 학교’가 아니다. 학교가 가이드라인을 줄 것이란 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외대부고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정규수업이 끝난 오후 5시 40분부터 기숙사 복귀 시간인 11시까지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동아리 △방과 후 선택수업(ET) △탐구활동 △스터디 그룹 △야간자습 등을 진행한다. 교내 행사 및 교칙 등도 직접 기획하고 결정한다.
  
외대부고 재학생들이 꼽은 가장 특징적인 활동은 ‘탐구활동’이었다. 외대부고에는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을 벌인 뒤 활동보고서를 쓰거나(R&D(Reading&Discussion)) △자연과학분야의 주제를 선정한 뒤 팀별로 탐구·실험을 진행하고 연구보고서를 쓰고(ARC(Advanced Research Course))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연구한 뒤 영어로 연극, UCC, 전시 형식 등으로 발표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RC&P(Research, Creativity&Presentation)) 등의 탐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탐구활동에 참여하며 희망진로 및 관심 분야에 대한 지적호기심을 충족하고, 팀 프로젝트를 통해 의사소통 능력과 협동심도 기른다.
  
평소 경제학에 깊은 관심을 보여 온 조상민 군(인문사회계열)은 “매일 아침 신문을 읽으며 다양한 시사이슈를 파악하고 있는데, 이때 알게 된 내용을 R&D 프로그램의 주제로 활용했다”며 “당시 미국과 북한이 북핵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상황에 호기심을 느껴 ‘게임이론’을 읽은 뒤 ‘치킨게임’을 두 나라의 상황에 적용해보는 내용의 토론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탐구활동은 동아리 안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외대부고에는 40여개의 창체동아리를 비롯해 200개가 넘는 자율동아리가 개설돼 있을 정도로 동아리 활동이 왕성하다. 영어토론 동아리의 부원으로 활동 중인 박건희 양은 “‘전쟁지역에 파견된 기자들이 전쟁기아, 고아를 돕는 등의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민사고와 친선 영어토론대회를 벌였다”며 “친구들과 함께 사회 이슈를 공부하고 토론을 벌이며 영어 실력까지 꽉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수준의 심화된 탐구활동은 추후 해외 대학에 진학해 영어로 논문을 쓰고, 토론을 진행하는 데에 밑거름 역할을 한다. 
  
  
○ “정답을 찾는 ‘과정’을 갖춘 학생을 선발할 것” 
  
 
조경호 입학홍보부장은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컨텐츠”라며 “잠깐의 인터넷 검색, 우연히 책장에서 뽑아 읽은 책이 아닌 자신의 관심분야와 목표를 위해 깊이 학습했던 경험을 통해 외대부고에 진학해 얼마나 즐겁게 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부터 외대부고의 교육과정이 바뀜에 따라 신입생 선발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계열별 모집이 통합선발로 바뀌며 계열별 ‘공통문항 면접’은 사라질 예정.  
  
조경호 입학홍보부장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개별 문제만을 출제할 예정이다. 기존에 15분간(대기 5분) 진행되던 면접도 20분(대기 5분)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해답’만 찾던 학생이라면 면접이 매우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정답을 찾는 ‘프로세스’를 익힌 학생이라면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프로세스’란 자기주도적 학습과정을 의미한다. 만약 수업을 통해 양자역학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면, 인터넷 검색으로 양자역학의 정의(정답)만을 ‘쏙’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관련 서적·논문 등을 찾아 읽고, 탐구활동을 진행하며 지적호기심을 확장·충족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프로세스가 강조되는 이유는 외대부고의 수업 및 방과 후 활동이 학생들이 주도하는 탐구활동을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적성 및 진로에 맞춰 교육과정을 구성해야해 ‘자기주도성’이 더더욱 중요해진다. 즉, 기술적으로 면접을 대비하기보다 중학교 생활을 충실히 보내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외대부고 1학년 재학생 3인. 왼쪽부터 정예원 양(자연과학), 조상민 군(인문사회), 박건희 양(국제).
  
그렇다면 외대부고 선배들은 중학교 생활을 어떻게 보냈을까? 지난해 입시를 치른 정예원 양은(자연과학계열) “교과와 연계된 내용을 깊이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독서활동에 기반 한 탐구활동을 실행했다”며 “중3 수업시간에 삼각비를 배우며 흥미가 생겨 조사하다보니 삼각함수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것이 또 물리랑 연결됨을 알고 ‘파동을 삼각함수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도서를 읽으며 탐구했던 과정을 자소서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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