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6일 금요일

식물 따라하기… '인공 나뭇잎'으로 연료·고무 등 만들죠 인공(人工)광합성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이 왔어요. 식물들은 햇빛을 잔뜩 받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요. 광합성을 통해 잎과 줄기는 물론 열매까지 튼튼하게 만들고 있는 거예요. 광합성은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햇빛과 반응시켜서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식물이 오랫동안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아주 멋진 '에너지 생산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과학자들은 식물의 광합성을 따라 해 우리에게 유용한 에너지나 자원을 만들려고 하는데요. 이 기술을 '인공광합성'이라고 해요.

◇햇빛을 좋아하는 엽록소
먼저 식물이 광합성을 어떻게 하는지부터 알아볼까요? 식물은 동물의 먹이가 되죠. 먹이사슬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하지만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어요. 햇빛과 이산화탄소와 물만 있어도 나무가 수백 년씩 살 수 있는 비밀이 여기에 있어요.

식물은 햇빛을 이용해서 물(H₂O)과 이산화탄소(CO₂)로부터 탄수화물((CH₂O)n)을 만들죠. 이때 산소(O₂)가 밖으로 나오게 되고요. 이게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광합성 과정이에요.

광합성은 녹색식물의 세포에 들어 있는 엽록체에서 일어납니다. 엽록체라는 방 안에는 엽록소라는 녹색 알갱이가 있는데, 햇빛을 아주 좋아하죠. 엽록소가 햇빛을 흡수하면 에너지가 높아지게 되는데, 이 에너지 주변으로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들이 전달되면서 화학반응이 일어나요. 이 반응을 통해 식물은 물을 분해해 산소를 만들고 화학반응에 쓰일 에너지원을 만들죠. 이 에너지원들은 이산화탄소와 만나 탄수화물이 된답니다.

이렇게 식물이 광합성하는 과정은 1945년이 돼서야 미국 화학자 멜빌 캘빈 박사가 밝혀냈어요. 캘빈 박사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화학상을 받았지요. 앞서 1912년 이탈리아 광화학자 자코모 차미찬은 "인류는 100년 안에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 대한 비밀을 알아낸 후 건조한 사막지대 여기저기에 식물보다 더 좋은 효율로 물질과 에너지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죠. 그렇다면 이 광합성 원리를 알아낸 과학자들은 어떤 연구를 하고 있을까요?

◇식물의 원리를 흉내 내는 인공광합성
과학자들은 식물의 광합성 과정을 따라 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어요. 햇빛이 가진 에너지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자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였죠. 이렇게 하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유용한 물질을 생산해낼 수 있으니까요.

이런 가능성을 맨 처음 보여준 사람은 일본 도쿄대의 후지시마 아키라 교수예요. 1970년대 아키라 교수는 물에 전기를 흘리는 대신 빛을 쪼여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때 빛에 반응하는 '광촉매'가 쓰였지요. 광촉매는 빛을 받아서 화학반응, 즉 수소와 산소가 분해되는 반응을 도와주는 물질입니다. 식물의 엽록소가 햇빛을 받아서 물을 분해하듯 광촉매 역시 햇빛을 이용해서 물을 분해할 수 있으니 인공광합성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그래픽=안병현
식물은 햇빛, 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포도당 같은 '탄소화합물'을 만들어요. 인공 광합성은 인위적으로 광합성을 일으켜서 인간에게 유용한 탄소화합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에요. 탄소화합물은 그 종류가 매우 많아 섬유나 의약품, 석탄 같은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죠.

광촉매는 햇빛을 받아서 높아진 에너지를 주변으로 전달해요. 이 에너지가 물을 분해하고, 이산화탄소와 화학작용을 하게 되면 인간에게 유용한 탄소화합물을 만들어내게 된답니다. 인공광합성이 일어난 뒤에는 물과 산소만 남으니까 환경을 오염시킬 걱정이 없지요. 인공광합성 기술이 상용화하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이산화탄소 없이 자원 얻어 일석이조

아직 인공광합성 기술이 널리 쓰이고 있지는 않답니다. 광촉매의 효율이 낮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자원 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인공광합성 기술 개발을 쉽게 포기할 순 없죠.

이와 관련해 얼마 전 한국화학연구원 백진욱 박사팀이 반가운 연구 성과를 발표했어요. 햇빛을 받아서 이산화탄소(CO₂)를 포름산(HCOOH)으로 바꾸는 인공광합성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이에요. 포름산은 고무 제품이나 세척제, 향료, 살충제, 연료 전지의 연료 등을 만들거나 섬유를 염색할 때 쓰이는 물질이에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동시에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까지 만들어준 거예요.

이 기술은 '3차원(3D) 광촉매'를 만든 게 핵심이에요. 광촉매 용액을 평면에 뿌리면 '뽁뽁이'처럼 표면에 올록볼록한 돌기가 튀어나오도록 했죠. 얇은 인공나뭇잎 표면에 이 광촉매를 코팅할 수 있도록 했어요. 표면적을 늘려 광촉매 효율을 높이는 원리랍니다.

기존에 인공광합성을 위한 광촉매는 보통 햇빛의 4%에 불과한 자외선을 이용했어요. 하지만 3차원 광촉매는 햇빛의 46%나 차지하는 가시광선을 이용하죠. 더 많은 태양광을 인공광합성에 이용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연구진은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태양광 공장'을 세워 인공광합성을 상용화할 수 있다고 밝혔어요. 햇빛을 이용해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들고 우리가 살 집의 건축 재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예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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