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라는 책을 법정 스님이 아니라, 탐욕스러운 자본가가 썼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이젠 이런 주제로도 돈을 벌려고
하나?’라며 그 진정성을 의심했을 것이다. ‘무소유’를 읽고 그 메시지에 감동받아 친구들에게 “난 이제 ‘무소유’의 삶을 살 거야”라고 말은
하면서 각종 스마트기기를 섭렵하거나 아이돌의 최신 음반이나 상품을 구하러 새벽부터 줄 서 있는 모습을 SNS에 올린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일까?
물론 위의 예처럼 부모님의 조언을 탐욕에 찬 자본가의 ‘무소유’ 메시지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부모님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이 이루지 못한 꿈을 나에게 투영시키려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나에게 풀려고 한다거나, 공부 외에는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생각한다거나, 현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구세대의
가치를 주입하려고 한다거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른다고 생각하거나 등등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길게 나열한 이유는 어떤 사유나
핑계로든 부모님의 조언을 늘 하는, 큰 의미 없는 잔소리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님의 잔소리는 왜
나오게 되는 것일까? 자녀에게 쓸데 없는 스트레스를 주고자 잔소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학부모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자녀인 고3 학생이 시험기간에 너무 피곤해서 잠깐만 쉬었다가 독서실 간다고 해놓고, 방에서 자기 시작한지 4시간째’라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고3이 저래도 되나 화가 나기도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
놓으셨다. 그 글에는 비슷한 상황을 겪어 본 다른 학부모님들의 댓글이 정말 많이 달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떤 부모님은 모른 척 학생에게
아무 말 없이 넘어 가셨을 수도 있고, 어떤 부모님은 더는 못 보겠다며 학생을 깨우기 위해 실랑이를 벌였을 수도 있고, 어떤 부모님은 학생이 깬
후 크게 잔소리를 하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잔소리를 하든, 하지 않든 부모님에게는 ‘잠깐만 쉬겠다’는 말이 앞으로는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간고사를 마친 학생들은 대부분 기말고사는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다음 수행평가에는 내가 조금 더
주도적으로 참여해야지, 이번 주말에는 친구들의 방해가 없는 먼 동네의 도서관에서 공부해야지, 이번 월드컵은 하이라이트 영상으로만 봐야지 등과
같은 다양한 결심을 한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그 결심과 다짐들을 잘 지켜내었는지 되돌아 보자. 아마 그것을 지키지 못한 학생들이 다수일
것이다. 이런 모습이 부모님들께는 어떻게 비춰질까? ‘자녀가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는 것 같은데 왜 저렇게 행동할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말과 행동이 다를 때, 잔소리가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내가 어떤 것을 얼마만큼 실천할 수 있을지 알고
있어야 한다. 결국 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운다면, 부모님의 잔소리로부터 벗어나게 될 것이다.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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