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30일 월요일

영재 정의도 제대로 안 된 허술한 法

영재교육의 근거가 되는 ‘영재교육진흥법’(영재법)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어느 정도 현실성 있는 영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낮잠’만 자고 있다. 길 잃은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30일 학계에 따르면 영재법은 2002년 처음 시행된 후 지금까지 17차례 개정됐지만 내용상 실질적인 개정으로 볼 수 있는 건 3차례에 불과하다. 2005년 개정 때 영재교육특례자와 소외계층 선발 절차 마련 등 5개 조항이 신설됐다. 2016년에는 관계 행정기관 협조 요청 근거 규정이 새로 마련됐다. 시행령은 2005년 개정 당시 영재교육진흥위원회 설치·구성 등 내용이 추가됐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 현장에서는 ‘현행 영재법과 시행령 일부 조항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지적한다. 영재법 시행령 32조는 1개 영재학급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영재교육 운영비를 대는 일선 초·중·고교 입장에서 한 반에 20명 이하로는 최소한의 강사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영재의 기준이나 영재교육 대상자 선별 방법도 개선돼야 한다. 영재법 2조는 영재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모호하게 정의했다. 31조는 영재 선발 주체만 규정했을 뿐 판별 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다. 시행령 12조가 소외영재 선발 요건을 ‘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자’로 제한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리적 소외 여부만 반영했지 경제·사회적 요건은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 등 15명이 지난해 12월 공동으로 발의한 영재법 개정안은 이런 문제점들을 손질하는 방안을 담았다. 개정안은 영재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소외계층에서 영재를 뽑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다른 법안들보다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먼지만 쌓여가는 실정이다.

김주아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소장은 “2011년에도 우리가 연구를 해서 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그때는 법안 발의조차 안 됐다”며 “조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만 입법이 이뤄져도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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