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아는 내용 대학선 학점 불인정 / 전과하거나 졸업 후 의전원 가기도 / 학점 선이수·조기졸업제 도입 목소리
초·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영재교육 대상자였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 뒤엔 무슨 교육을 받을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고등교육 단계에서의 영재교육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재교육의 흐름이 끊기고 영재교육 도입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영재학계 등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는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이나 보장제도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일부 대학이 자체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영재교육과의 연계나 대학 간 연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고교 때까지 영재로 교육받은 학생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영재학교의 심화과정은 대학의 수업 내용과 겹치는 경우가 많지만 대학은 이를 학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 배운 내용을 대학에 가서 그대로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영재’들이 대학에서 학업에 흥미를 잃고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빚어지는 이유다.
이 문제는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 진학 문제와도 직결된다. 의대 진학의 유혹을 물리치고 이공계열 학과에 진학한 영재학교 학생들이 대학 생활에 실망하면서 다시 의대 등으로 전과를 하거나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부는 이 문제에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2013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영재학교 심화과정을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선이수제’를 도입한다고 밝힌 적 있다. 현재 과학중점대학에서조차 제대로 학점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영재교육을 대학 단계까지 연장하려는 노력을 하는 대학이 있기는 하다. 카이스트는 학부생에게까지 연구비를 지원하고 이를 학점과 연계해주는 연구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일부 대학은 ‘대학 단계의 자기설계 전공 운영’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맞게 전공을 융합하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대학 영재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어 활성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교육과정 연계와 더불어 대학 조기졸업제를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온다. 지금도 학사과정은 한두 학기 조기졸업이 가능한데, 이를 확대하고 적극 장려하자는 것이다. 영재교육 대상자로서는 그만큼 학사 과정을 단축해 석·박사 과정에 조기 진입할 수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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