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일 월요일

자연의 가장 깊숙한 음악

생명력으로 꿈틀거리는 자연을 음악으로 느껴 보자. 소재는 영국의 의료자선재단 웰컴 트러스트의 의학 이미지상 수상작. 의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현장 사진부터 화려한 전자현미경 사진까지 그 해 웰컴 트러스트에 새로 등록된 사진 중 정보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을 골랐다. 현미경으로 만들어 낸 인공의 이미지지만, 정교한 패턴과 아름다운 조화가 리듬과 선율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나방 날개의 비늘 케빈 맥캔지(아버딘대)]
Kevin Mackenzie, University of Aberdeen/Wellcome Images

음악의 기본, 리듬을 느껴 보자!
생물을 찍은 이미지는 그 자체로 세밀한 반복 무늬가 된다. 사진은 마다가스카르 나방의 날개 비늘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이 나방은 날개가 20cm, 꼬리가 15cm로 길게 뻗어 ‘혜성나방’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날개 비늘은 나비와 나방에 있으며 날개 전체의 색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 나방은 연두색이 아니다. 전자현미경에 인공색을 입혔을 뿐이다.



[꿀벌 데이비드 맥카티, 애니 캐버너프]
David McCarthy and Annie Cavanagh/Wellcome Images

음악에는 하나의 멜로디와 리듬이 돌림노래처럼 되풀이되는 ‘푸가’ 형식이 있다. 동물의 몸 역시 구석구석 되풀이되는 형태가 많다. 비슷한 형태가 겹쳐 마디를 이루는 곤충의 몸통, 가슴과 머리를 덮은 솜털, 똑같은 도형이 가득 모여 있는 겹눈이 그 예. 꿀벌을 찍은 이 전자현미경 사진은 벌의 세세한 몸을 잘 보여주기 위해 진공상태에서 금으로 코팅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거치지 않고 자연상태 그대로 관찰했다. 덕분에 솜털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살아났다.



[청벌란 스파이크 워커]
Spike Walker/Wellcome Images

완벽한 공 모양을 이룬 성체 청벌란을 현미경으로 확대했다. 배 안쪽으로 동그랗게 말아 위기 때 몸을 보호하는 모습이다. 이 사진은 변덕스러운 음악이 떠오르는 강렬한 무지갯빛이 인상적이다. 머리와 가슴은 금속성을 띠는 녹색과 파란색이고 몸통은 보석 루비를 떠오르게 하는 빨간색이다. 청벌란은 침이 있지만 독은 없어 위험하지 않다. 2~3초 얼려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뒤 찍었다.


[쥐의 망막 프레야 모와트(런던대)]
Freya Mowat, UCL/Wellcome Images

생후 한 달 된 쥐의 망막을 세로로 잘라 공초점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아름다운 대칭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에서 풀처럼 보이는 녹색은 신경세포를 돕고 마이엘린(뉴런의 액손을 둘러싼 전도성 보호층)을 만드는 신경교세포다. 꽃처럼 보이는 빨간색은 신경에 영양을 공급하고 신경 활동을 조절하는 별교세포고, 파란색은 세포핵이다.




[제브라피쉬의 망막 카라 서브니(런던대)]
Kara Cerveny, Steve Wilson’s lab, UCL/Wellcome Images

음악에서는 대칭이 중요하다. 생물 역시 마찬가지. 3일된 제브라피시의 눈 망막을 광학현미경으로 찍었다. 이 사진에서는 서로 다른 발생 단계에 있는 조직을 색으로 구분했다. 빨간색은 망막의 줄기세포로 뇌에 시각 정보를 전달할 부분이다. 보라색은 성숙한 신경세포로 망막 주위에 분포한다. 중앙의 노란 영역은 수정체다.




[동굴에 사는 심해어의 배아 모니카 폴기에이라(런던대)]
Monica Folgueira, Steve Wilson’s lab, UCL/Wellcome Images

음악은 눈이 보이지 않는 대상과도 대화할 수 있게 해 준다. 수정 후 5일이 지난 동굴심해어(멕시코 테트라)의 배아는 눈이 있지만 시력이 없다. 그래서 몸에 난 옆줄로 진동과 움직임, 압력 변화를 느끼는데, 시력이 있는 다른 어류보다 감각수용체가 예민하다. 녹색으로 표현한 선과 입 옆의 점이 이 물고기의 신경망과 감각수용체다.




[생장의 순간 페르난 페데리치(케임브리지대), 리오넬 뒤파이(스코틀랜드 곡물연구소)]
Fernan Federici, University of Cambridge, and Lionel Dupuy, SCRI/Wellcome Images

천 개는 족히 될 듯한 수많은 식물세포가 모여 있는 모습이다. 장엄한 생명의 합창이 들릴 것 같은 이 사진은 애기장대가 자라는 모습을 공초점현미경으로 확대한 장면이다. 연구진들은 세포분열 장면을 연구하기 위해 형광단백질 유전자를 넣어 발현 여부를 관찰했다. 세포 외곽을 알 수 있게 세포막에 반응하는 형광물질도 사용했다.




[신경세포의 합창 마이클 하우저, 헤르만 쿤츠(런던대)]
Michael Hausser and Hermann Cuntz, UCL/Wellcome Images

대뇌피질에서 볼 수 있는 뉴런인 추체세포가 질서정연하게 모여 합창을 한다. 추체세포는 포유류의 전뇌피질과 해마에 자리하며 인지 과정에 관여한다. 세포체가 피라미드 또는 추를 닮아서 추체세포라 부른다. 이 사진은 실제 뉴런을 찍은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만든 인공 뉴런이다.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배반포 배아 아녜즈카 제드루식,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케임브리지 거돈 연구소)]
Agnieszka Jedrusik and Magdalena Zernicka-Goetz, Gurdon Institute, Cambridge/Wellcome Images

산모와 태아 사이엔 어떤 대화가 오갈까. 수정한 지 3~4일 된 쥐의 배반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단계는 세포가 다른 여러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줄기세포 단계다. 가장 안쪽 빨간색 세포가 태아가 될 부분으로, 몸의 모든 조직과 기관이 만들어진다.




[딱정벌레 앞다리의 빨판 스파이크 워커괴츠(케임브리지 거돈 연구소)]
Spike Walker/Wellcome Images

지휘자를 향해 줄 맞춰 앉은 오케스트라일까. 수컷 딱정벌레의 앞다리 빨판을 광학현미경과 컬러 필터를 이용해 찍은 사진이다. 이 딱정벌레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물속에서 곤충이나 올챙이, 물고기 등 먹이를 사냥하며 지낸다. 짝짓기도 물속에서 하는데, 앞다리에 있는 넓적한 근관절로 암컷을 붙잡는다. 이 근관절에 크고 작은 빨판이 있다.




[반창고에 붙은 피떡 앤 웨스톤(영국암센터 런던연구소)]
Anne Weston, LRI, CRUK/Wellcome Images

적혈구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 하다. 면도칼에 벤 부분에 붙였던 반창고 거즈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봤다. 빨간 적혈구와 베이지색으로 보이는 작은 섬유(단백질 피브린)가 보인다. 검푸른 색은 반창고 거즈의 섬유다. 피브린은 혈구 세포와 혈소판을 붙잡아서 단단한 피떡을 만든다. 상처에서 피가 안 나게 막을 뿐 아니라 감염을 막는다.




[치주 박테리아 데렌 레디(이스트먼치과연구소)]
Derren Ready, Eastman Dental Institute/Wellcome Images

우리 몸의 미생물은 때로 격한 불협화음을 낸다. 치주에 사는 박테리아가 그 예. 이 박테리아는 플라그를 만들어 치아의 건강을 위협한다. 플라그는 초기에는 칫솔질만으로 쉽게 사라지지만, 오래 남아 있을 경우 단단하게 굳어서 치석을 이루고, 결국 잇몸질환을 일으킨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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