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난 뒤, 절친과 피자를 먹으러 갔지요. 팔뚝만 한 대왕새우 위에 스위스 그뤼에르 마을을 통째로 옮겨온 듯 깊은 풍미의 치즈가 잔뜩
뿌려진 ‘피자헐’의 신 메뉴 ‘듬뿍 뿌린 치즈에 빠져 눈 깜짝할 새우 사라지는 피자’를요! 그런데 오늘따라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직원도
정신없었는지, 우리 피자를 조금 이상하게 잘라줬습니다. 동그란 피자 중앙에서 한참 먼 곳을 중심으로 피자를 자른 것이지요. 저와 절친의 우정은
늘 음식을 똑같이 나눠먹었기에 가능했던 것인데…. 이렇게 우정에 금이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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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김윤재 작가
“한
방향으로 번갈아가며 한 쪽씩 먹으면 되겠다! 같은 각도로만 8조각으로 나눈다면, 어떤 점이 준이더라도 정확히 반씩 먹을 수 있지.”
친구는 이 중대한 문제를 참 태연하게도 말합니다. 그러나 곧 당황스러운 제 표정을 보고 친절히 설명해 주더군요. 피자를 나누는 방법에 대한 논란은 약 50년 전부터 시작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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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있는 피자 정리
때는
1967년, 미국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수학 잡지에 퀴즈 하나가 등장합니다. 동그란 피자에서 한 가운데가 아닌 아무 곳이나 기준을 잡아 4번
칼질해 크기가 서로 다른 8조각을 만들어도 두 사람이 공평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지요. 그리고 이듬해 이 문제를 일반화해 원 안에
어떤 점을 선택하든 4이상의 짝수 번 칼질로 여러 명이 똑같이 나눠먹을 수 있는 방법을 문제로 제시합니다.
일반적으로 피자는 한 가운데를 중심으로, 같은 각도로 자릅니다. 보통 십자 모양으로 자른 뒤,×자모양으로 잘라 8조각으로 나누지요. 그런데 피자 정리를 알고 있다면 어디를 중심으로 잡아도 상관없습니다. 각도를 360°를 8등분한 45°로 유지하기만 하면요.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이 한 조각씩 건너뛰어 먹으면 정확히 피자를 반씩 나눠 먹게 됩니다. 아래쪽 그림에서 하늘색 부분의 넓이 합은 주황색 부분의 넓이 합과 같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크기가 제각각이라 똑같이 나눠지지 않을 것 같지요?
1994년
래리 카터와 스탠 웨이건은 직소 퍼즐처럼 피자를 조각내는 ‘해체 퍼즐’ 방법으로 수식 없이 피자 정리를 증명했습니다. 해체 퍼즐은 같은 조각으로
서로 다른 기하학적 형태를 만드는 퍼즐입니다. 두 사람은 8조각을 각각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눈 뒤 똑같은 모양으로 두 개씩 짝지었습니다. 그
결과 짝이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림에서 하늘색 부분에 속한 조각과 주황색 부분에 속한 조각을 같은 숫자끼리 직접 짝을 맞춰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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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2명이 8조각을 4개씩 나눠 먹는 경우, 문제는 쉽게 해결됩니다. 이후 피자 정리에 관심이 있는 다른 수학자들이 더 정교하게 증명해냈습니다.
2012년에는 마침내 수학자 그렉 프레드릭슨이 8보다 크거나 같으며, 4로 나눠지는 모든 수에서 이 정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중심을
어느 곳으로 잡든 일정한 각도로 자르면 n명이 4n 조각을 똑같은 양으로 나눠 먹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3명이 12조각을, 4명이 16조각을
나눠 먹는 경우도 해결된 것입니다.
피자헐
직원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피자를 정확히 같은 각도로 잘라 놓아 주었네요. 그리고 피자 정리 덕분에 친구와의 우정은 변하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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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피자 정리?
1.
무한히 나뉘는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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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버풀대학교 수리과학과 연구원인 조엘 안토니 하들리와 스테판 월슬리는 2016년 원판 모양의 피자를 가능한 많은 사람이 나눠 먹을 방법을
찾았습니다. 방패처럼 갈고리 모양으로 피자를 나눴지요. 이 방법을 이용하면 20, 28, 36조각까지 낼 수 있고, 이론적으로 무한히 자를 수
있습니다. 다만 토핑이 골고루 올라간 맛있는 부분을 먹는 사람과 퍽퍽한 빵만 먹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게 흠이지만요.
2.
피자가 PIZZA인 수학 같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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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넓이는 원주율 파이(π, pi)에 반지름을 두 번 곱하면 구할 수 있고, 원기둥은 여기에 높이까지 곱해 부피를 구합니다. 반지름이 Z이고,
높이가 A인 피자의 양은 PI × Z × Z × A =PIZZA라서 피자가 됐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이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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