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4월 5일자) 표지는 모기의 날갯짓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소용돌이’ 현상을 소개했습니다. 모기가 날갯짓으로 만들어 내는 공기 흐름의 순간적인 방향성을 묘사했습니다. 영국 런던 왕립수의대학 운동구조연구실 소속 동물학자 리자드 봄프리와 공동연구팀은 모기가 비슷한 크기의 곤충보다 4배 빠른 날갯짓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동안 곤충 비행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공기 역학 원리(에어로 다이내믹 메커니즘)를 밝혀냈습니다.
모기 날개짓에서 관찰할 수 있는 소용돌이를 표현했다. - Toshiyuki Nakata 제공
● 모기의 날갯짓에는 특별함이 있다
곤충은 빠른 날갯짓으로 날개 주위에 소용돌이를 만들면서 안정적으로 비행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곤충은 크기가 작고 날갯짓 속도도 빨라 그 비행 원리를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주로 비행기는 소용돌이를 피해 나는 방식을 쓰지만, 곤충은 갑자기 발생하는 돌풍에도 흔들림없는 비행 능력을 선보입니다. 연구자들은 계속해서 이런 곤충의 뛰어난 비행능력을 모방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영국의 동물학자 리자드 봄프리는 모기의 날갯짓에서 특별한 회전 메커니즘을 발견했습니다. 모기는 대부분의 곤충과 마찬가지로 날갯짓을 할 때 날개 위 쪽에 작은 소용돌이가 발생하는데, 연구팀은 이 소용돌이의 패턴을 분석해 모기 비행의 특징을 알아냈습니다.
모기의 날개짓(위로 올리는)으로 형성되는 소용돌이를 그래프로 나타낸 모습. 연구팀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날개의 위아래 쪽에 압력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알아냈다. - Nature 제공
연구팀을 이끈 봄프리는 논문에서 “다른 곤충에 비해 모기의 날개가 길고 얇기 때문에 비슷한 크기의 곤충보다 4배 빠르게 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맨 왼쪽부터 모기, 초파리, 꿀벌, 박각시나방의 날개가 움직이는 각도와 레이놀즈 수(Re), 날개의 가로세로비(AR)를 측정해 정리한 결과. 비교한 곤충의 크기가 모두 다르므로, 날개의 길이를 같은 값으로 맞춰 다른 정보를 계산했다. 모기는 날개의 움직임 각도와 레이놀즈 수가 가장 작고, 날개의 가로세로비의 값이 가장 컸다. - nature 제공
모기는 초파리, 꿀벌, 박각시나방과 같은 조건으로 비교해 봤을 때, 날개가 움직이는 각도와 레이놀즈 수★가 가장 작고, 날개의 가로세로 비율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용어 설명 ☞ 레이놀즈 수★란 흐르는 물질(유체)이 이동하던 방향으로 계속 가려는 힘(관성)과 유체의 점성에 의해 발생하는 힘 사이의 비율을 말합니다. 레이놀즈 수란 흐르는 물질의 물리 현상을 다루는 학문인 유체역학에서 기본이 되는 수입니다.)
보폭이 적은 사람이 빠르게 걸을 수 있는 것처럼, 곤충의 날개가 움직이는 각도가 작으면 비행 속도가 빨라집니다. 또 연구팀은 곤충의 비행능력을 관찰하기 위해, 각 곤충의 날개가 공기저항에 어떻게 반응하는 지 각각의 레이놀즈 수를 측정해 객관적인 비교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레이놀즈 수가 1보다 작으면 흐르는 물질은 질서있게 흐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편, 레이놀즈 수가 3000을 넘으면 흐르는 물질이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킵니다. 따라서 측정된 레이놀즈 수가 작을수록 공기저항에 강한 비행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곤충은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대부분 날개의 가로세로 비율이 3 정도 입니다. 실제로 날개의 가로세로비율이 3 정도일 때, 안정된 비행을 이끄는 소용돌이와 양력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모기는 다른 곤충들에 비해 날개가 좁고 긴 모양(가로세로 비율이 4.2)이어서 빠른 비행에 더 최적화 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날개의 가로세로 비율이 적으면 날개의 끝에서, 날개의 가로세로 비율이 크면 가슴에 붙어있는 날개 뿌리 부분에서 복잡한 구조의 소용돌이가 발생해 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입니다.
우리가 평소 모기를 쉽게 잡을 수 없는 이유가 혹시 이런 특별한 비행 실력 때문은 아닐까요? 모기 날갯짓의 특별한 비밀이 풀렸다고 하니, 모기의 우월한 비행성능이 적용된 새로운 기술을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합니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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