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8일 일요일

지구온난화로 '환경 재앙' 되나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지난 7월은 1880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달로 기록됐다. 변화가 가장 뚜렷한 곳은 북극이다. 1970년대와 비교하면 북극의 얼음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북극에서 뜻하지 않은 위협이 생겨났다. 캐나다 요크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최신호에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그린란드의 옛 미군(美軍) 비밀 기지에서 오염 물질이 새어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에서 지구온난화가 빙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던 중 폐쇄된 군사기지를 발견했다. 해안가에서 200㎞ 떨어져 있는 이 군사기지는 옛 소련과의 전쟁에 대비해 미군이 1959년 극비리에 그린란드 지하에 설치한 ‘캠프 센추리(Camp Century)’이다. 축구장 100개 크기에 이르는 캠프 센추리는 핵미사일 시험용 기지이자, 소련의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탐지하는 시설이다. 미사일을 탐지해 미국 본토에 통보하는 레이더도 설치돼 있었다.

이 기지는 당초 핵미사일 600기를 배치하고, 4000㎞에 이르는 지하 터널로 인근 국가와 연결한다는 계획으로 추진됐지만 1967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쇄됐다. 미군은 기지를 철거하는 대신 그 위에 눈과 얼음을 35m 높이로 덮는 방식을 택했다. 연구를 이끈 윌리엄 콜건 교수는 “당시로선 얼음 속에 그대로 파묻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었을 것”이라며 “1960년대만 해도 북극의 얼음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자 영원히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 같았던 기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폐쇄 당시 미사일 등 무기는 다른 곳으로 옮겨졌지만, 엄청난 양의 기름과 유독 물질 등은 얼어붙은 상태로 방치됐다. 콜건 교수는 “얼음이 녹으면서 경유·휘발유·폐화학 물질 등이 흘러나와 그린란드 전역을 오염시킬 수 있다”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2090년이면 얼음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기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이 기지 건설 과정에는 현재 사용이 금지된 환경호르몬 ‘폴리염화페닐’이 대량으로 사용됐고, 원 자력 발전기에 사용했던 방사성 물질인 윤활유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지 제거 작업의 책임이 어느 나라에 있느냐다. 뉴욕대 국제환경법 교수인 제시카 그린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미군 기지이지만, 덴마크 땅이고 현재는 그린란드 자치권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대책 수립을 누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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