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8일 일요일

돼지 몸에서 키운 인간 臟器, 인류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美, 중단했던 '키메라' 연구 재개
동물 배아에 사람 줄기세포 주입, 환자들 위한 이식용 장기 키워
인간 지능 가진 돼지 탄생 우려에 뇌세포의 인간화는 원천 봉쇄

그리스 신화에는 사자의 머리에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하고 입에서 불을 뿜는 괴물이 나온다. 바로 '키메라(chimera)'다. 고대 그리스인에게 공포의 대상이던 키메라가 이제 전 세계 환자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 4일 장기이식(臟器移植)을 위한 인간-돼지 키메라 연구에 정부 지원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작년 9월 NIH는 키메라 연구가 자칫 사람의 지능이나 외모를 가진 동물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정부 연구비 지원을 잠정 중단한다는 '연구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NIH는 다음 달 4일 공청회를 열고 최종 정책안을 만들어 내년 1월부터 연구 모라토리엄을 공식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질병이나 사고로 장기 기능이 떨어지거나 소실된 환자들에게는 장기이식이 희망이다. 하지만 이식용 장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대기 환자는 2만7900여명. 평균 대기 시간은 5년이다. 미국에서는 이식 대기자가 12만명을 넘고 매일 22명이 이식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다. 과학자들은 다른 동물의 장기인 이종장기(異種臟器)를 대안으로 본다. 특히 돼지는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생리와 장기의 형태가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 하지만 돼지 장기를 이식하면 사람 몸이 이물질로 간주해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치명적인 동물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미국 UC데이비스의 파블로 로스 교수는 지난 6월 DNA를 효소로 마음대로 자르고 붙이는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결합한 키메라 기술을 돼지에게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환자의 피부세포를 특수 처리해 수정란에 있는 배아줄기세포처럼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로 만든다. 동시에 돼지 수정란에서 특정 장기를 만드는 유전자를 크리스퍼 가위로 잘라낸다. 돼지 배아에 환자 iPS세포를 주입하면 인간의 장기 유전자가 잘린 돼지 장기 유전자를 대체한다. 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는 "현재는 동물 장기를 사람에 이식하기 위해서 동물에게 사람 유전자를 발현시키고 있는데, 키메라는 동물에게서 처음부터 사람 장기를 키우는 것"이라며 "키메라를 통해 만드는 장기는 대부분이 사람 세포로 이뤄지므로 면역 거부반응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대의 나카우치 히로미쓰 교수는 이미 같은 방법으로 생쥐의 몸에서 시궁쥐의 췌장을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 나카우치 교수는 로스 교수와 함께 키메라 돼지 연구를 하기로 했다. 연구진은 돼지에게서 당뇨병을 치료할 사람 췌장과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를 얻을 계획이다. 하지만 키메라 돼지 수정란은 정상 임신 기간 114일에 크게 못 미치는 28일까지만 키우기로 했다. 정부의 규제와 윤리 논란을 의식해서다.

가장 큰 우려는 이식한 인간 세포가 동물의 뇌로 가서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진 동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기우(杞憂)라고 반박한다. 쥐 실험에서 사람 세포를 주입해도 쥐의 뇌는 여전히 쥐였다. 그래도 과학계는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 인간 줄기세포가 원하는 장기의 세포가 아닌 뇌세포로 바뀌지 않도록 사전에 변형하는 과정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NIH는 인간 세포 주입을 배아 발생 후기에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신경조직이 발달하기 시작한 후기라면 인간 세포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캐리 월리네츠 NIH 과학정책 담당 부소장은 "이번에 제안된 변화는 과학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유망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미국의 정책 변화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국가는 으로 사람과 동물의 키메라 배아 생산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배아줄기세포를 다른 종끼리 혼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과학이 발전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독일의 경우 사람 배아에 동물 세포를 넣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만 동물 배아에 사람 세포를 주입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조선닷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