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30일 화요일

서울 '숙제 없는 학교' 실험…공교육 바꿀 계기 될까

서울시교육청이 30일 발표한 '초등 1∼2학년 안성맞춤 교육과정' 계획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적어도 초등학교 저학년 단계에서 만큼은 일괄적인 숙제를 금지하고 한글과 수학은 학교에서 책임지고 가르쳐 사교육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장 학교 숙제가 없어지면 그 자리를 학원 숙제가 메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부터 나온다.

숙제 금지 지침은 교사의 자율권 침해라는 반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 조희연 교육감 "안심하고 학교 보내달라" 호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교육 안에서 교육의 상당 부분이 완결되고 약간 부족한 부분은 사교육에 의존하는 형태가 돼야 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이번 방안을 추진하는 배경을 소개했다.

공교육이 부실하니 사교육 의존도가 커지고, 그만큼 공교육은 더욱 더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학생들도 학교에서는 에너지 절약형 취침을 하고 학원에서 진짜 공부를 하는 현실"이라며 "이런 악순환을 끊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입학 단계인 1∼2학년부터 일괄적인 숙제를 금지하고 한글과 수학교육을 학교에서 책임지겠다고 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실제 상당수 학부모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글과 기초 수학 연산 등을 떼고 가야 한다고 인식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한글과 수학을 가르치는가 하면, 학습지 등을 통한 사교육도 성행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한글을 떼고 왔다는 전제하에 수업을 해, 미리 공부를 하고 가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조 교육감은 "예비 학부모들이 더이상 선행학습 걱정을 하지 않도록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겠으니 학교에 믿고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 학부모, 교사 호응이 관건…교사권한 침해 논란도

이번 방안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잠재워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초등학교부터 대입을 위한 과정이 시작된다고 믿는 현실 속에서 학부모들이 학력 저하 등을 우려해 오히려 사교육에 더 의존하려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장 학교 숙제가 줄어들면 학원 숙제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아이와 직접 놀아줄 수 없는 맞벌이 부모의 경우 '숙제라도 있어야 아이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숙제 부과는 교사의 자율권에 속하는 부분이어서 교육청이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반발도 나온다.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는 논평에서 "숙제는 교사가 학생의 성취수준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내줄 수도 있는 것인데 교육청이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해 교사 수업권, 자율권을 훼손하려 하고 있다"며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반발을 의식해 교육청은 "전면 금지가 아니라 선행학습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강압적, 반복적인 숙제를 금지한다는 뜻"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육청은 또 이번 방안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학부모와 교사 대상 연수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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