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알코올로 표면장력 약해지며 얼룩으로 다양한 무늬 남겨
붉고 푸르고, 희고 검은 빛이 구름처럼 물결처럼 휘감아 돈다. 외계인이 살고 있는 먼 우주의 행성일까, 아니면 용암이 솟구치는 아이슬란드의 화산일까. 히말라야의 구름 바다도 언뜻 보인다. 정답은 주당(酒黨)이 남긴 위스키 잔이다.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던 잔에 남은 앙금에 갖가지 빛을 비췄을 때 나타나는 아름다운 무늬들이다.
브랜드마다 나타나는 무늬도 다르다. 아랫줄 가운데 첩첩산중 위로 붉은 해가 솟는 듯한 무늬는 매켈란 위스키가 만든 그림이고, 그 왼쪽에 구름의 바다 같기도 하고, 용암이 흐르는 활화산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림은 아벨라워 위스키가 빚었다. 위스키 잔 바닥에 이렇게 신기한 세상이 있다는 사실은 10여 년 전 미국의 사진작가 어니 버턴이 처음 알아냈다. 버턴은 아내와 함께 다양한 브랜드의 위스키가 남긴 무늬를 촬영하면서 그 원인이 궁금해졌다
위스키보다 먼저 주목받은 무늬가 있다. 바로 커피 얼룩이다. 커피 방울이 마르면 가장자리에 진한 원이 남는다. 1997년 미국 제임스 프랭크 연구소 로버트 디건 박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커피 얼룩의 비밀을 밝힌 논문을 발표했다. 커피는 물에 커피 입자가 퍼져 있는 상태다. 커피 방울 가장자리에서 물이 다른 곳보다 더 빨리 증발하면 가운데에서 계속 물이 밀려와서 빈자리를 채운다. 그러면 가장자리에 커피 입자가 계속 쌓인다. 결국 물이 다 마르면 원 모양으로 커피 입자가 남는다.
브랜드마다 나타나는 무늬도 다르다. 아랫줄 가운데 첩첩산중 위로 붉은 해가 솟는 듯한 무늬는 매켈란 위스키가 만든 그림이고, 그 왼쪽에 구름의 바다 같기도 하고, 용암이 흐르는 활화산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림은 아벨라워 위스키가 빚었다. 위스키 잔 바닥에 이렇게 신기한 세상이 있다는 사실은 10여 년 전 미국의 사진작가 어니 버턴이 처음 알아냈다. 버턴은 아내와 함께 다양한 브랜드의 위스키가 남긴 무늬를 촬영하면서 그 원인이 궁금해졌다
위스키보다 먼저 주목받은 무늬가 있다. 바로 커피 얼룩이다. 커피 방울이 마르면 가장자리에 진한 원이 남는다. 1997년 미국 제임스 프랭크 연구소 로버트 디건 박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커피 얼룩의 비밀을 밝힌 논문을 발표했다. 커피는 물에 커피 입자가 퍼져 있는 상태다. 커피 방울 가장자리에서 물이 다른 곳보다 더 빨리 증발하면 가운데에서 계속 물이 밀려와서 빈자리를 채운다. 그러면 가장자리에 커피 입자가 계속 쌓인다. 결국 물이 다 마르면 원 모양으로 커피 입자가 남는다.
위스키도 비슷한 원리로 생각할 수 있지만 남긴 무늬가 완전히 달랐다. 액체 구성도 커피는 물만 있지만, 위스키는 물 외에 알코올이 있다. 버턴은 2014년 구글 검색을 통해 프린스턴대 하워드 스톤 교수가 이 분야 전문가임을 알아내고 이메일을 보냈다. 스톤 교수는 메일을 보고 나서 바로 싱글 몰트 위스키인 글렌리벳과 글렌피딕, 매켈란을 사서 실험을 시작했다. 한국인 과학자 김형수 박사도 연구에 참여했다.
물방울이 유지되는 것은 표면적을 최소화하려는 표면장력 때문이다. 여기에 알코올을 첨가하면 표면장력이 약해져 물방울이 퍼져버린다. 위스키 잔에서 알코올이 먼저 휘발하고 나면 남은 술에서 물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표면장력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커피처럼 가장자리로만 물이 가지 않고 더 복잡한 흐름이 생기고 이 효과가 다양한 무늬에 영향을 미친다고 김 박사는 설명했다. 이런 표면장력 변화는 19세기 이탈리아 과학자 마란고니가 처음 발견해 그의 이름을 따 '마란고니 효과'라고 한다. 와인잔을 돌리면 잔 안쪽에 위에서 아래로 마치 눈물처럼 방울이 흘러내리는 '와인의 눈물' 역시 마란고니 효과 때문이다.
또 김 박사는 위스키에는 세제(洗劑)처럼 표면장력을 줄이는 계면활성제 성분이 있어 커피와 달리 미세 입자가 골고루 퍼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미세한 실 모양 고분자 성분은 위스키가 마르면서 다른 입자가 자연스레 바닥에 달라붙는 일종의 틀이 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두 물질은 모두 오래 숙성된 위스키에서만 발견돼 참나무통에서 온 것으로 추정됐다. 숙성을 하지 않는 앱솔루트 보드카도 참나무통에 일정 기간 두면 나중에 위스키와 같은 무늬를 만들었다.
스톤 교수 연구진은 2014년 11월 미국 물리학회 연례 학술대회 유체역학 분과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지난 3월 24일 물리학 분야 저명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김 박사가 제1 저자로 등재된 연구 논문이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김 박사는 우연히 시작한 연구지만 표면을 다른 물질로 고르게 입히는 코팅이나 잉크 인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커피 얼룩 효과를 연구한 과학자들도 같은 목표라고 밝혔다. 아무리 사소한 호기심이라도 깊이 파고들면 세상을 발전시키는 법이다.
물방울이 유지되는 것은 표면적을 최소화하려는 표면장력 때문이다. 여기에 알코올을 첨가하면 표면장력이 약해져 물방울이 퍼져버린다. 위스키 잔에서 알코올이 먼저 휘발하고 나면 남은 술에서 물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표면장력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커피처럼 가장자리로만 물이 가지 않고 더 복잡한 흐름이 생기고 이 효과가 다양한 무늬에 영향을 미친다고 김 박사는 설명했다. 이런 표면장력 변화는 19세기 이탈리아 과학자 마란고니가 처음 발견해 그의 이름을 따 '마란고니 효과'라고 한다. 와인잔을 돌리면 잔 안쪽에 위에서 아래로 마치 눈물처럼 방울이 흘러내리는 '와인의 눈물' 역시 마란고니 효과 때문이다.
또 김 박사는 위스키에는 세제(洗劑)처럼 표면장력을 줄이는 계면활성제 성분이 있어 커피와 달리 미세 입자가 골고루 퍼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미세한 실 모양 고분자 성분은 위스키가 마르면서 다른 입자가 자연스레 바닥에 달라붙는 일종의 틀이 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두 물질은 모두 오래 숙성된 위스키에서만 발견돼 참나무통에서 온 것으로 추정됐다. 숙성을 하지 않는 앱솔루트 보드카도 참나무통에 일정 기간 두면 나중에 위스키와 같은 무늬를 만들었다.
스톤 교수 연구진은 2014년 11월 미국 물리학회 연례 학술대회 유체역학 분과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지난 3월 24일 물리학 분야 저명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김 박사가 제1 저자로 등재된 연구 논문이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김 박사는 우연히 시작한 연구지만 표면을 다른 물질로 고르게 입히는 코팅이나 잉크 인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커피 얼룩 효과를 연구한 과학자들도 같은 목표라고 밝혔다. 아무리 사소한 호기심이라도 깊이 파고들면 세상을 발전시키는 법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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