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8일 일요일

공부 안하면 질병 쉽게 걸린다"

사람이 공부를 많이 하거나 동물이 임신을 하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선웅 고려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팀이 유성운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팀과 공동으로 신경줄기세포에 성체 신경발생을 조절하는데 예정세포사(Programmed cell death)가 매우 중요한 결정인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예정세포사란 새로운 뉴런의 발생 과정에서 불필요해진 세포가 스스로 사멸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즉 뉴런이 죽게 되면 질병에 걸린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뉴런이 다시 생기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뇌에서 뉴런을 만드는 줄기세포인 ‘신경줄기세포’를 발견하면서 인간의 뇌에서 새로운 뉴런이 계속 생겨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뇌에 신경줄기세포가 왜 존재하는지, 새로운 뉴런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지식은 부족했다.

선 교수는 10여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신경줄기세포가 새로 만들어낸 뉴런 중 절반은 죽는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정리했다.

일례로 공부를 많이 하면 뉴런이 죽는 비율, 즉 예정세포사가 적어진다. 반대로 공부를 안하면 뇌 활성화가 적어져 예정세포사가 많아져 더 많은 뉴런이 죽는다는 것이다. 동물이 임신을 하면 새로운 뉴런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 새끼를 낳아 키우려면 이전보다 고차원적인 사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숭이처럼 서열 관계가 있는 동물들의 경우, 상위집단보다 하위집단들의 뉴런이 더 많이 죽게 된다. 이는 사회적 동물의 경우 서열에 따른 스트레스가 생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렇다면 예정된 뉴런의 죽음을 막으면 어떻게 될까. 태아의 경우, 뉴런은 아무런 능력을 가지지 못한 채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좀비’처럼 변한다. 태아 시기 뉴런의 예정세포사는 세포 발달과정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차선책도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새로 만들어진 뉴런의 죽음을 막게 되면 나이가 들수록 뉴런이 너무 많아지면서 뇌 회로의 효율이 저하된다. 이는 성인의 예정세포사 외에는 뇌 신경망의 효율을 조절하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고, 몇 개의 세포를 죽이고 살리는지를 조절하는 최종 결정자라는 것이 다

선웅 교수는 “최근 뇌출혈, 뇌경색 등 뇌질환이 한국인의 사망원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등 우리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뉴런의 예정세포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와 뇌질환 연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분야 국제학술지인 몰레큘러 브레인(Molecular Brain)에 게재됐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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