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지구와 달, 공생관계의 끝은?


영국 최북단의 셔틀랜드 제도에서 심한 조석 현상을 경험한 고대 그리스의 탐험가 피테아스는 그것이 달의 모양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보름달이 뜰 때마다 조석 간만의 차이가 최고조로 달하는 사리현상이 나타난 것.
피테아스가 BC 325년에 남긴 그 기록은 달이 지구의 조석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인류 최초의 기록이다. 그 후 아이작 뉴턴이 중력에 대한 해석을 함으로써 달의 인력이 밀물과 썰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조석 현상은 지구의 생명체 탄생 및 진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달은 지구에서 약 38만4400㎞ 떨어진 거리에 있지만,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39억년 전에는 불과 20만㎞의 거리에 위치했다. 때문에 달의 조석력도 지금보다 훨씬 커서 밀물과 썰물 때 바다와 육지가 교차되는 거리가 수백㎞에 달했다.
달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최근엔 달이 지구의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NASA
달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최근엔 달이 지구의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NASA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리차드 래테 교수는 바로 그 같은 환경이 원시 지구에 생명체를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가 2004년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여 있던 웅덩이의 물이 금방 증발되면서 물속의 유기물들이 농축돼 DNA 같은 복제 가능한 분자가 나타났다는 것.
그때 밀물이 들어와 염도를 희석시키면 DNA의 이중가닥이 떨어지고 썰물 때 다시 붙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증식이 가능한 생명체로 발전했다는 주장이다. 즉, 달로 인한 조석력이 원시 지구에 생명을 탄생시키는 에너지를 제공했다는 의미다.
조석 현상은 어류가 육지동물로 진화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썰물 때 작은 물웅덩이에 갇힌 어류들은 6시간 이상 갯벌에서 생존해야 하는데, 그러한 일들이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되면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그들 중 일부가 육지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해석이다.
달은 지구의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쳐
조석력보다 달이 지구에 미치는 더 큰 영향은 지구 자전축을 23.5도로 안정되게 잡아주는 역할이다. 달이 없었다면 지구의 자전축은 어떻게 기울어졌을지 알 수 없다. 태양의 중력으로 인해 그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졌을 경우 지구엔 사계절도 생기지 않았고 남북극이 다 녹아 생물이 생존할 수 없는 행성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지구의 하루가 24시간이 된 것도 달 덕분이다. 달이 없었다면 지구의 자전주기는 지금보다 3배나 빨라져 하루가 8시간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편서풍과 해류 등의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빨라져 지구의 기후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게 되었을 것이다.
태양 주위를 회전하는 지구의 공전 궤도를 안정되게 잡아주는 역할 역시 달의 중력이 맡고 있다. 만약 달이 없었다면 지구는 다른 천체의 중력으로 인해 지금보다 훨씬 불안정한 공전 궤도를 지녔을 것이다. 달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 최근에 달이 지구의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최초로 발표됐다. 미국 워싱턴대학 존 왈래스 교수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강수량 측정 위성에서 수집한 15년간의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달이 높게 뜰 때와 낮게 뜰 때 지구의 강수량 및 기압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 달이 높게 뜰 때 달의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지구 대기의 기압 및 기온이 높아져 비를 내리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밤에 달무리가 생기면 다음날 비가 내린다는 류의 속담이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달이 지구의 강수량에 미치는 영향력은 전체 강수량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구로 인해 달 크기 작아지고 거리 멀어져
지구가 위성인 달에 미치는 영향은 달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달의 무게 중심은 정중앙이 아니라 지구 쪽으로 2㎞쯤 향해 있으며,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앞면도 뒷면보다 짱구 모양처럼 돌출돼 있다.
이는 지구의 중력이 달의 자전 속도를 늦추어 결국 공전 주기와 똑같이 만들어버렸기에 나타난 결과이다. 달은 자전 주기와 지구 주위를 도는 공전 주기가 똑같아 항상 한쪽면만 지구를 향하고 있다. 그로 인해 오랜 세월 동안 달의 무거운 성분이 지구 쪽으로 향해 짱구 모양이 된 것이다.
NASA에서 발사한 달궤도정찰위성(LRO)은 지금까지 달에서 지각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단층 3000여 개를 발견했다. 이는 달이 수축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달의 단층들은 이상한 패턴을 나타내고 있었다. 모두 특정한 방향으로 선이 형성돼 있었던 것.
NASA의 연구진은 그런 현상이 지구의 중력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한다. 즉, 달은 지구로 인해 크기가 작아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 달 내부가 액체 상태를 유지하며 지진을 일으키는 것도 지구의 중력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지구가 달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달을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한다는 사실이다. 아폴로호의 우주인들이 달에 설치한 레이저 반사경으로 지구와 달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에 의하면, 달은 1년에 3.8㎝씩 지구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그 원인은 조석 현상 속에 숨어 있다. 밀물과 썰물로 바닷물이 움직일 때 해저 바닥과의 마찰로 인해 지구의 자전 에너지는 조금씩 약화된다. 이처럼 지구의 자전 속도가 감속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달은 에너지를 얻어 지구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달이 지구에서 멀어지는 속도가 지금과 똑같이 유지된다고 해도 10억년 후에는 3만8000㎞가 멀어진다. 과학계에서는 15억년 후면 달이 목성의 중력에 끌려가 결국 지구와 이별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영원한 공생 관계도 없는 모양이다. 달이 지구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력이 결국 달을 지구로부터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하니 말이다. 달이 지구로부터 완전히 멀어지면 지구는 다시 생명체가 살지 않는 죽음의 행성이 될 수밖에 없다.
Science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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