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대기와 해양 연구에도 수학이?


대기와 해양에서 일어나는 물리현상에 관한 연구가 학문으로 발전되고 그 중요성을 인정받게 된데는 그 물리현상이 갖고있는 현실적 중요성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인지하고 있듯이 해양과 대기에서 일어나는 많은 물리현상의 경제적, 산업적 가치는 그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수 없다. 그들이 인간의 활동과 생존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다른 어떤 요소와 비교하여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두 학문의 발전에 수학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되는 3개의 전환기가 있었다.
해양과 기상의 복잡한 유체역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방법이 필수적이다. ⓒ Wikipedia
해양과 기상의 복잡한 유체역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방법이 필수적이다. ⓒ Wikipedia
유체역학에 기반한 연구 :  체계적 연구의 확립
유체의 운동을 다루는 기상학과 해양학에서 유체역학은 그 학문과 연구의 뿌리에 해당한다.  ’나비에-스토크스 운동방정식’은 힘이 주어질 때 유체의 입자들이 가속되는 힘과 운동의 연관성을 뉴턴의 제2법칙에 따라 표현했다.  하지만 고전역학의 관점에서 각각의 유체입자들의 운동을 표현하기에는 입자들이 너무 많다.
따라서 각각의 입자를 따라가는 라그랑지 관점이 아니라 주어진 좌표에서 유체의 운동을 표현하는 오일러 관점에서 유체의 운동을 기술하였다.  오일러 관점에서 유체 입자들의 시간에 따른 변화는 ‘전미분(total derivative)’ 또는 ‘물질미분(material derivative)’이라 부르며 이는 유체의 운동을 기술하는데 필수적인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유체 속도를 전미분하면 유체의 가속도가 되며 이는 유체에 가해진 힘으로 표현된다. 그중에서도 유체의 특수한 성질에 의하여 ‘질량에 미치는 힘(body force)’과 ‘표면에 미치는 힘(surface force)’의 2가지 힘을 고려해야 한다.  지구 위에서 운동은 비관성좌표계의 운동이기 때문에 지구의 자전으로 인하여 2가지의 중요한 ‘겉보기힘(fictitious force)’이 운동방정식에 나타난다. 그 첫 째는 전향력 또는 코리올리 힘이며 다른 것은 원심력이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큰 규모의 운동을 보면 수평방향으로는 ‘코리올리 힘’과 ‘기압경도력(pressure gradient force)’이 대체로 평형을 이루고 있다.  이를 ‘지균평형(geostrophic balance)’이라고 일컫는다.  수직적으로는 대체로 ‘정역학적 평형(hydrostatic balance)’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대기와 해양에서의 자세한 운동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위에 언급한 평형에서 벗어난 작은 힘들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운동방정식을 지배하는 지균평형의 두 힘을 제거하기 위하여 방정식에 회전(curl)을 취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생산되는 운동방정식을 ‘소용돌이도 방정식(vorticity equation)’이라 한다.  소용돌이도 방정식에서는 기압경도력과 코리올리 힘의 주된 평형이 상쇄되어 더 약한 힘들이 어떻게 평형을 이루는지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운동방정식을 벡터공간에서 표현한 것은 특정한 좌표계와 관계없이 운동을 기술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를 풀기 위하여 특정 좌표계에서 운동방정식을 기술할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여러 좌표계에서 복잡한 운동방정식을 기술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며 이를 위하여 일반적 곡선좌표계에서의 벡터 미적분학이 도입이 되었다.  곡선좌표계에서의 벡터 미적분학의 도입으로 인하여 유쳬의 운동을 여러 좌표계에서 표현하는 것이 한층 용의해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계산 수학의 도입:  대기/해양 모델
‘네비어-스토크스 운동방정식’은 비선형일 뿐 아니라 복잡한 경계조건이 주어지면 더더욱 해를 구하기 힘들다.  제2차대전의 발발로 인하여 대기와 해양의 물리적 조건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문제는 그 중요성이 크게 증가하였다.
전 지구적 순환장을 예측하기 위하여 기후모델은 필수적이며 기후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계산과학의 도입이 절실해졌다.  지구 위에서 일어나는 해양과 대기의 운동은 구면좌표계에서 가장 잘 표현되며 따라서 처음 시도된 전구모델은 대체로 구면조화함수(spherical harmonics)로 구성된 ‘스펙트럼 모델(spectral model)’이었다.
스펙트럼 모델이란 변수를 구면조화함수의 선형적 합성(linear superposition)으로 나타내며 그 함성꼴을 운동방정식에서 결정하는 모델을 일컫는다.  스펙트럼 모델을 이용하여 극에서 경도선이 다 모여 생기는 특이점(singularity)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으나 모델 구축의 어려움, 계산의 병렬화, 및 모델 해상도 증가 등에 있어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이 되었다.
계산과학의 발전과 계산 능력의 향상으로 인하여 점차 ‘유한차분법(finite difference method)’에 근거한 모델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유한차분법이란 운동방정식의 각 항들을 테일러급수를 이용하여 다항식의 형태로 근사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유한차분법에 근거한 모델은 사각형 격자 뿐 아니라 여러가지 형태의 격자를 만들 수 있고 병렬계산에 유리하며 계산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별히 다중격자를 이용하여 극에서 생기는 특이점을 해결한 것도 유한차분법이 각광을 받게 된 큰 요인이 되었다.
유한차분법 외에도 ‘유한요소법(finite element method)’에 근거한 모델도 구축할 수 있는데 유한요소법은 섬같이 여러가지 복잡한 경계조건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모델을 구축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약점도 있다.  이밖에 ‘유한체적법(finite volume method)’을 이용한 화학수송모델도 종종 볼 수 있다.
지구 위에서의 유체운동을 계산적으로 풀면서 직면하게 된 큰 문제는 수직방향 모델 격자를 어떻게 주어야 지형에 의한 수평방향의 불연속성을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해양에서는 육지에 의해 해류의 흐름이 막히고 소위 ‘서안경계류(western boundary current)’라는 좁고 빠른 유속을 가진 해류가 해양의 서안에 생성되며 이를 정확히 묘사하기 위하여 고도의 해상도를 가진 모델이 필요하였다.
하지만 대기 운동의 경우 지형이란 수평방향의 경계조건의 역할보다는 수직방향의 경계조건으로서 그 역할이 훨씬 중요하였다.  그리하여 고도에 따라 격자를 나누는 대신 등압력면에서 격자를 정의한 압력좌표계를 탄생시켰다. 압력좌표계 역시 지형에 의하여 생기는 수평방향의 불연속성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여 지형을 따라 정의되는 ‘시그마좌표계’가 도입이 되었다.
시그마좌표계는 표면에서의 압력에 대한 압력의 비례로 층을 나누는 방법으로서 일반적으로 지형을 따라 매끄럽게 수직층이 결정되므로 수평방향의 불연속 문제가 크게 해소가 되었다.  하지만 유체가 일반적으로 등압면이나 등밀도면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시그마좌표계의 사용은 모델을 구축하는데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시그마좌표계와 등압좌표계 또는 시그마좌표계와 등밀도 좌표계를 섞은 ‘혼합좌표계’가 나타나기 이르렀다.
통계 수학의 도입:  자연변동성
비록 대기와 해양의 운동의 기술이 대체적으로 결정적(deterministic)인 방정식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나 운동방정식의 비선형 항 및 변수들의 추계적(stochastic) 관계에 의하여 모델자료나 관측자료에 나타나는 변동성은 결정적인 서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자연변동성(natural variability)을 표현하기 위하여 통계적인 개념이 도입되었다.  즉 관측자료를 확률변수로 간주하고 자연변동성을 확률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통계 수학의 도입은 기상학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기상장에 근거한 연구와 더불어 긴 자료 안에 있는 여러가지 변화의 양상을 통계적으로 바라보는 연구를 병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각은 ‘선험적 직교함수(EOF, empirical orthogonal function)’라는 새로운 분석기법을 탄생시켰다.
선험적 직교함수라는 것은 자료로부터 시간에 따라 상관성이 없으며 서로 직교하는 패턴들을 의미한다.  자료를 이러한 선험적직교함수의 선형적 합성으로 표현하고 선험적직교함수의 모양과 그 진폭의 변화로 기후변동의 물리적·통계적 분석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 직교함수 분석은 기후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도 많은 연구들이 이를 이용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통계의 도입은 다분히 획기적이며 해양과 대기의 기후학적 연구에 큰 획을 긋는 시도였다.  하지만 물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해양과 대기의 연구에 있어 통계분석은 다분히 물리적 기작의 불완전한 일부 내지는 부정확한 표출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는 기후변수의 통계적 성질이 시간에 따라 변함에도 불구하고 정상성(stationarity)을 가진 확률변수라 가정했기 때문이다.  해양이나 대기 변수들의 통계적 성질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이런 시간적 변화의 지배적 요인은 해양이나 대기의 대부분 물리적 기작들이 시공간에서 특정한 방향으로의 물리적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변수의 주기적 정상성(cyclostationarity)을 가정하고 물리적 기작을 표현하기 이르렀다.  그 결과로 ‘주기정상적 선험적직교함수(cyclostationary empirical orthogonal function)’란 분석법이 개발되었다.  이 분석법으로 인하여 기후학적인 측면에서 대기와 해양의 운동과 변화에 대한 더 정밀한 분석이 가능케 되었으며 더 정밀한 물리적 기작을 기반으로 더 정확한 알고리즘 개발이 가능하게 되었다.
자료 분석의 측면 뿐 아니라 관측이나 자료 생산에 있어서 통계수학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더 중요하다.  전 지구를 동시에 관측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위성에서 지구를 관측하는 것은 앞으로 지구를 관측하는 주된 방법이 될텐데 위성에서 대기나 해양 변수를 직접 관측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마이크로파의 산란과 흡수를 이용하여 대기 중에 있는 수분의 양을 측정하고 파의 산란을 측정하여 해수면 고도의 바람을 측정한다.  심지어는 해수면 온도같이 적외선으로 직접 관측할 수 있는 변수도 구름이나 강수의 영향을 제거하기 위하여 통계적인 기법이 중요하게 쓰일 수 있다.
대기와 해양의 연구에서의 수학의 역할
수학과 통계의 도입은 대기와 해양의 물리적 연구에 큰 기여를 하였다.  하지만 앞으로의 연구에서 더 중요한 것은 수학, 통계와 물리를 자료와 어떻게 연관시키느냐 하는데 있다.  한정된 자료를 기상·기후모델에 접합시키는 자료동화나 기상모델을 관측자료로 초기화 시키는 자료초기화 문제같은 것이 이러한 접목의 좋은 예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더 나아가 자료동화 기법을 수학적으로 가속화시키는 기법이라든지 모델 격자보다 작은 물리적 기작을 모수화(subscale parameterization)하는 수학·통계적 기법, 위성·레이다 관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통계·물리·수학 기법의 중요성은 우리가 세계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는 좋은 분야이며 대기나 해양의 연구에서 국제적인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필수적인 연구라고 하겠다.
아무리 계산 능력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전지구에서의 해양·대기 운동을 100미터 단위 격자에서 풀어내는 것은 가까운 시간 내에 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물리, 수학, 통계, 계산, 자료를 접목시킬 수 있는 발전된 패러다임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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