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수학 천재들의 헤지펀드 성공과 실패


금융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이 되는 분야다. 자본주의 경제는 기본적으로 상품을 생산하여 이윤을 남기고 파는 시스템이다. 금융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자금을 가지고 투자할 곳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연결은 주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방법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된다. 만일 위험이 적으면서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금융상품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려고 하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결국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헤지펀드는 이러한 금융환경 속에서 높은 수익을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헤지펀드
금융기관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을 공개적으로 모아 투자를 하는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규제를 통해 위험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게 된다.
헤지펀드는 이와 달리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비공개로 모집하여 당국의 규제를 덜 받고 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펀드다. 많은 자금을 빌려서 투자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위험관리를 잘 하지 못하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파산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서울에서 열리는 ‘2014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강연을 할 예정인 미국의 수학자 제임스 사이먼스(James H. Simons)는 헤지펀드로 크게 성공하기도 했다.
천재의 성공
사이먼스는 15년 이상 평균 30퍼센트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는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2007년 한해에만 3조 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 수학자의 한사람인 천싱선(Chen Xingshen)과 함께 1974년 ‘Characteristic Forms and Geometric Invariants’라는 제목의 논문을 수학분야 최고 저널의 하나인 ‘수학 연보(Annals of Mathematics)’에 발표한다. 이는 1988년 에드워드 위튼(Edward Witten)에 의하여 ‘천-사이먼스 이론’으로 발전되고 1990년 위튼이 필즈상(Fields Medal)을 받게 되는데 커다란 공헌을 한다.
이와 같이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수학계에서 사라졌던 사이먼스는 20여 년이 지난 후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다. 월가에서 최고로 성공한 헤지펀드 회사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사이먼스는 헤지펀드를 운용할 사람들을 뽑을 때 다른 헤지펀드와는 다르게 경영학이나 경제학 등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수학 분야에서 최고로 훈련 받은 사람들을 뽑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금융상품 가격에 관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엄밀한 통계적 접근으로 금융시장의 랜덤한 현상을 이해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수익을 최대화 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고 컴퓨터 전문가들이 합류하여 거래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구체적인 투자 방법은 아직까지도 베일에 쌓여있다. 현재 사이먼스는 일선에서 물러나 수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를 지원하는 등 많은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
천재들의 실패
세계 최고의 금융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헤지펀드가 처절하게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사(LTCM)는 투자의 귀재인 살로먼브라더스의 부사장 존 메리웨더(John Meriwether),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되는 스탠퍼드대의 마이런 숄즈(Myron S. Scholes) 교수와 하버드대의 로버트 머턴(Robert C. Merton) 교수 등 세기의 금융 천재들이 모여 1994년에 만든 회사다.
당시 환율로 1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화려하게 출발한 LTCM은 1994년 28퍼센트, 1995년 59퍼센트, 1996년 57퍼센트의 수익율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세계의 많은 은행들은 앞다투어 LTCM에 자금을 빌려주게 되고 운용자산은 엄청난 규모로 불어나게 된다.
이들은 세계 최고의 금융수학 지식을 바탕으로 주식이나 채권의 가격을 모델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메리웨더와 같은 전설적인 투자자가 운용을 하였다.
채권은 만기가 되면 투자금액과 이자를 모두 돌려받게 되는 상당히 안전한 투자상품이다. 그러나 만일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만기가 되기 전에 부도가 나게 되면 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부도 위험이 커지면 채권가격이 떨어지게 되는데, 만기기 얼마 남지 않아 만기 이전에 부도가 날 확률이 적어지면 가격이 다시 오른다.
1998년 LTCM은 러시아 국가에서 발행한 채권(국채)의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러시아 국채를 대량 매입하게 된다. 러시아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채권가격은 결국 오를 것이기 때문에 많은 수익을 얻게 될 것은 자명해 보였다.
그러나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가 러시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러시아는 국가의 채무를 갚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된다. 러시아의 채권 가격이 떨어질수록 엄청난 부채를 동원해 투자액을 늘렸던 LTCM은 모라토리엄에 따른 회생불능의 손실을 입게 된다.
결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치할 수 없었던 미국 연방은행은 4조 원을 긴급히 투입하였고 노벨상에 빛나는 천재들의 헤지펀드 운용은 이렇게 실패로 끝나게 된다.
사회가 첨단화되면서 세상은 복잡해지고 각 분야의 과제도 예전처럼 단순하지만은 않게 되었다. 복잡성의 시대에 어려운 문제들의 해결사로 등장하게 된 학문이 수학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장 복잡한 시스템 중의 하나인 금융 분야에서도 금융천재들이 수학을 동원하며 성공과 실패 속에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수나 운동선수를 꿈꾸지만 정말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이듯 헤지펀드를 운용하여 많은 돈을 벌게 되는 사람도 소수이다. 운동선수 중에서도 기본기가 튼튼하고 성실한 박지성, 추신수, 류현진 선수와 같은 사람들이 결국은 성공한다.
마찬가지로 금융기관에서 성공하는 사람도 금융산업의 메커니즘과 수익률, 위험, 상품구조, 수학, 통계학, 회계, 프로그래밍 등 금융관련 내용을 착실하게 공부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창의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트레이딩 기법을 개발하고 높은 수익을 꿈꾸며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헤지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하며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금융환경, 전문성, 사회적 인식 등 많은 부분에서 선진국의 수준에 뒤쳐져 있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헤지펀드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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