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1일 화요일

노벨상엔 왜 수학 부문이 없을까

올해로 제117회를 맞이하는 2017년 노벨상의 주인공이 모두 가려졌다. 평화상을 받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1개 단체를 포함해 문학상, 생리의학상, 화학상, 물리학상, 경제학상에서 모두 12명이 수상했다. 시상식은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에 거행되는데, 수상자들은 시상식 후 6개월 내에 자신들의 수상 업적에 관한 강연을 해야 한다.
노벨상은 모든 부문이 다 영예롭지만 그중에서도 자연의 원리를 파헤친 과학상에 더 관심이 집중된다. 그런데 노벨상에는 모든 과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수학 부문이 없다. 물론 천문학이나 지질학, 생물학 부문도 없지만, 이들 분야는 물리학이나 의학 등과 관련이 깊어 그 부문에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수학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학문이자 과학의 근본이 되는 중요한 학문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 역시 기초공학과 화학을 공부한 과학자로서 수학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왜 수학 부문을 빠뜨렸을까.
노벨상에는 과학의 근본이 되는 수학 부문이 빠져 있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노벨의 연적설이 회자되고 있다. ⓒ 위키미디어 public domain
노벨상에는 과학의 근본이 되는 수학 부문이 빠져 있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 노벨의 연적설이 회자되고 있다. ⓒ 위키미디어 public domain
이에 대한 설명으로 항간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건 바로 연적설이다. 즉, 노벨이 연적 관계에 있던 수학자 때문에 수학 부문의 상을 만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노벨의 연인으로 알려진 이는 그가 43세 때 빈에서 만난 23살 연하의 소피 헤스다.
그들은 18년간이나 연인 관계로 지냈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노벨이 소피 헤스의 사치와 방종에 실망한 나머지 결국엔 헤어졌기 때문이다. 그 후 소피 헤스는 군인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녀가 수학자와 사귄 적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소피 헤스는 노벨의 연적설과는 별 상관이 없는 셈이다.
노벨의 또 다른 연인으로는 러시아 출신의 여성 수학자 소냐 코발레프스카야를 들 수 있다. 여성 최초로 스톡홀름대학의 정식 교수에 임명된 소냐는 당시 스웨덴의 대표 수학자였던 미타그 레플러의 지도를 받았다.
때문에 노벨이 자신의 연적인 미타그 레플러를 의식해 일부러 수학 부문을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만약 그때 노벨 수학상이 제정되었다면 그 첫 번째 수상자로 미타그 레플러가 가장 유력했다는 점도 이 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노벨과 미타그 레플러는 생전에 거의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이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이론 위주인 수학보다 실용 과학 중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그가 수학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그는 과학을 상품으로 이용하는 응용 과학자이자 사업가였다. 노벨상 제정과 관련한 그의 유언을 보면 “인류에게 가장 큰 유익을 가져다 준 사람들”이라는 기준에 근거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을 원했다. 이렇게 볼 때 노벨은 이론 위주인 수학이 실용성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비해 문학상이나 평화상 부문이 제정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는 시와 소설을 습작하는 등 평생 문학을 가까이 했으며, 당시 평화운동가들과도 가까이 지내는 등 평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제학상은 노벨기금과는 별도로 1969년에 스웨덴 중앙은행이 따로 기금을 마련해 신설된 케이스다.
노벨상에 수학 부문이 없는 것을 염려한 캐나다의 수학자 존 필즈는 1924년 개최된 국제수학자총회(ICM)에서 수학자만을 위한 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후 총회의 잉여 자금과 필즈가 기부한 재산으로 재단이 설립됐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이다.
1936년에 첫 수상자를 탄생시킨 필즈상은 노벨상과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ICM에서 수여하므로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는 노벨상과는 달리 4년에 한 번씩만 수여한다는 것이다.
또한 필즈상은 특이하게도 40세 이하 젊은 수학자들에게만 수여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 조건이 붙은 이유는 천재성을 지닌 젊은 수학자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노벨상보다 더 받기 어려운 영예로운 상이지만, 상금은 1만 달러에 불과해 노벨상과 큰 차이가 난다.
필즈상에 이어 아벨상 제정돼
그럼에도 필즈상이 노벨 수학상을 대체할 만큼 부상하자 노르웨이 정부는 2003년에 자국의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아벨상’을 만들었다. 아벨은 19세 때 약 3세기 동안 수학의 난제로 알려진 5차 방정식의 불가해성을 증명한 천재 수학자다.
수학자들은 3차 방정식의 해법은 2차 방정식의 공식을 이용하고 4차 방정식의 해법은 3차 방정식을 이용하는 식으로 차수를 높여가며 일반해를 찾았다. 따라서 5차 방정식의 해법 역시 4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이용하면 알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됐다.
하지만 3세기 동안 5차 방정식 문제는 난제로 남아 있다가 결국 아벨에 의해 일반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그 외에도 그는 ‘아벨의 정리’를 비롯해 ‘아벨의 적분’, ‘아벨 군’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당대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채 가난하게 살다가 27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아벨상은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만 수여되는 필즈상과는 달리 수학자의 평생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또한 필즈상은 순수수학 분야의 수학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해 아벨상은 순수수학과 응용수학 가릴 것 없이 수상자를 매년 선정한다.
상금 역시 600만 크로네(노르웨이 화폐, 한화 약 8억 5000만원)에 달해 올해 노벨상 상금인 900만 크로나(스웨덴 화폐, 한화 약 12억 5000만원)에 비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노벨상과 발음이 비슷한 아벨상이 이제 필즈상에 필적할 만한 세계적인 수학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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