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학자가 2016년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이후 2년만에 다시 노벨 과학상을 받으면서 일본 과학은 다시 한번 저력을 인정받게 됐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최근 불거진 일본 과학기술 위기론을 벗어날 동력이 새롭게 마련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의학부 명예교수-노벨위원회 제공
한국연구재단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노벨과학상 강국이 된 이유로 장기적인 연구시설투자와 신진연구자에게 안정적인 환경 제공, 유학과 해외 연구가 활발했던 일본의 문화수준을 꼽았다.
혼조 교수 역시 1970년대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발생학 부문 객원연구원과,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소아보건발달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1979년 본국으로 돌아와 오사카대 의학부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1982년에는 모교인 교토대 교수로 자리를 옮겨 일본의 대표적인 신진 연구자로서 암 치료를 위해 우리가 가진 면역체계를 이용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면역기능으로 암 치료를 한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던 시기였다.
혼조 교수는 1992년 면역세포중 하나인 T세포 표면에 PD-1 단백질이 면역반응을 약화시켜 암세포가 성장하기 유리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진 연구자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남들과 다른 관점으로 시작한 그의 연구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의 탄생으로 최근 수년째 제기된 일본의 과학 위기론도 재평가될 전망이다. 실제로 일본 과학의 곳곳에선 위기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정책연구소가 2013년~2015년 발표된 자연과학 논문 건수를 집계한 결과 일본은 6만4013건으로 10년 전보다 6%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소는 10년마다 각국의 자연과학 논문수를, 집계해 발표한다. 일본은 1993~1995년 조사와 2003~2005년 조사 때 논문 건수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중국과 독일에게 자리를 내주고 4위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과학 경쟁력이 이처럼 급속히 약화한 건 경제 침체를 이유로 R&D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라는 게 과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엔고 여파로 R&D 투자를 묶어뒀다. 지원을 받지 못한 젊은 연구자는 유학과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면서 위기론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혼조 교수는 노벨생리학상 수상자 발표 뒤 진행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연구자가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꾸준히 한 기초 연구가 새로운 암 면역치료에 응용돼 기쁘다”며 “많은 연구자가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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