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증주의를 사회철학으로 확장한 포퍼의 '열린사회'
"비판을 금지하는 전체주의는 열린사회의 적이죠"
"비판을 금지하는 전체주의는 열린사회의 적이죠"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이론적인 토대는 그의 반증주의 과학철학이다. 말하자면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은 그가 과학철학에서 정리한 논리를 사회철학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따라서 포퍼의 과학철학에서 ‘반증’이라는 개념은 ‘열린사회’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핵심 열쇠가 된다. 그에 의하면 한 이론이 과학적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경험적으로 반증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어떤 과학 이론이 제시되면 그 이론은 엄격한 테스트를 받게 되는데 그것이 반증되면 그 이론은 폐기되지만, 반증되지 않는 것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반증을 위한 비판과 토론이 살아 있는 사회가 열린사회다. 이 점에서 보면 과학자 사회야말로 ‘열린사회’의 표본이다.
포퍼가 제시하는 열린사회의 모습은 그의 비판적 합리주의 사상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비판적 합리주의란 이성을 중시하는 합리주의의 전통을 따르되, 이성을 절대적으로 간주하기보다 ‘인간의 이성은 원래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을지도 모르며, 노력에 의해서 우리는 진리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라며 오류 가능성을 제시한 포퍼의 주장에는 그의 비판적 합리주의가 함축돼 있다. 이 입장에서 보면 열린사회는 상호 비판과 논의에 의해 그 오류를 교정하고자 하는 자유주의 사회이다.
플라톤·헤겔·마르크스는 ‘적’
이제 열린사회가 비판을 수용하는 사회이며,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진리란 용인되지 않는 사회라고 한다면, ‘그 적들’의 정체를 밝히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열린사회와 대립되는 닫힌사회는 바로 전체라는 미명 아래서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전체주의 사회이다. 이 전체주의가 현실적으로 표출된 것이 나치즘과 마르크스주의이다. 포퍼는 전체주의야말로 열린사회를 위협하는 ‘적’이라고 진단하고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전체주의의 미신과 허구를 폭로하고 있다.
유토피아주의는 폭정
그런데 전체주의와 유토피아주의를 이론적으로 지탱하는 사상은 역사주의다. 포퍼가 말하는 역사주의란 역사 전체의 진행방향이 필연적으로 결정돼 있다는 입장으로서 플라톤과 헤겔 그리고 마르크스가 역사주의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역사란 이성적 존재자인 우리들 개개인의 선택과 결단에 따라 창조돼 간다고 한 점에서 볼 때,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필연적 법칙을 인간에게 뒤집어씌움으로써 인간의 자유와 이성을 부인하는 역사주의자들을 포퍼가 ‘열린사회’의 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우리는 금수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의 길, 열린사회로의 길이 있을 뿐이다”라는 포퍼의 말은 나치의 폭정 아래서 인간을 금수처럼 취급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거부하고, 인간다운 열린사회를 열어야 한다는 포퍼의 간절한 열망이 담긴 외침이다.
● 기억해주세요
플라톤은 전체주의의 주창자로서 그의 철인정치론은 전체주의와 독재자를 옹호하였으며 히틀러의 나치 뒷배로 작용했다. 특히 그의 이상국가론은 유토피아주의를 반영하고 있는데, 미리 설계한 청사진에 따라 사회 전체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비타협적인 급진주의를 띠고 있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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