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일 월요일

암 공격 ‘면역 스위치’ 규명 … 앨리슨·혼조 노벨 생리의학상

면역 조절하는 관문 수용체 발견
면역세포 활성화해 암세포 공격
최근 부상한 3세대 항암제 원리
지미 카터도 복용, 뇌종양 완치

1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혼조 다스쿠 (왼쪽) 일본 교토대 교수가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혼조 타스쿠(本庶佑·76) 일본 교토대 교수와 제임스 앨리슨(70) 미국 텍사스대 엠디앤더슨 암센터 교수가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1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면역 항암제 원리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했다”며 “두 사람이 연구한 면역 항암제는 작동 방식은 다르지만, 암세포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상금은 900만 크로나(약 11억3000만원)로, 두 사람이 나눠 갖는다.

혼조 교수는 1992년 면역 항암제의 핵심 물질 PD-1을 발견했다. 앨리슨 교수도 25년간 면역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물질인 CTLA-4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두 사람의 연구 성과에 기초한 면역 항암제는 3세대 항암제로 불리며 최근 주목받고 있다.

항암 치료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전쟁에 비유된다. 항암제는 암세포는 물론이고 정상 세포까지도공격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최소화하는 게 항암제 개발의 역사다. 1세대 화학 항암제는 암세포뿐만이 아니라 정상 세포도 공격해 부작용이 많았다. 이와 비교해 2세대 표적 항암제는 암세포 주변 조직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항암제 장기 투여에 따른 암세포 내성은 극복하진 못했다.

면역 항암제는 면역세포 활성화를 통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한다. 앨리슨 교수는 2015년 버클리대와 인터뷰에서 “면역 항암요법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며 “암세포는 체내 면역체계로부터 공격당하지 않도록 하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데 이를 해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수상자는 제임스 앨리슨(오른쪽) 미국 텍사스대 교수로 선정됐다. [EPA=연합뉴스]
면역 항암제는 그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일본 제약사 오노약품공업은 혼조 교수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항암제를 개발해 2014년 항암 신약 옵디보를 내놨다. 다국적 제약사 MSD도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2014년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 뇌종양에서 완치했다고 밝힌 지미 카터(94) 전 미국 대통령도 키트루다를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 식품의약처(FDA)는 2011년 CTLA-4를 응용한 면역항암제 여보이를 허가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생리의학상 두 수상자는 암세포에서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면역 관문 수용체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규명했다”며 “이를 통해 환자의 항암 면역기능을 회복하게 해 효과적인 항암 치료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항암 백신 등 면역세포 활동을 촉진하는 면역 항암제가 미래 항암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언론들은 1일 혼조 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속보로 전하며 ‘일본인의 26번째 노벨상 수상’을 자축했다. 혼조 교수는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중병에서 회복한 사람들이 ‘당신 덕분이다’라는 말을 해 줄 때 내 연구가 의미가 있다고 느껴져 기쁘다” 며 “앞으로도 더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 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제 일본 출신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5명으로 늘었다. 일본은 2015년과 2016년에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혼조 교수를 포함해 일본은 지금까지 노벨과학상 23명 등 모두 2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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