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점수로 영재-비영재 구분
타당성 없어 영재교육에 변화
특정 분야 재능계발로 바꿔야
고도영재에겐 전문교육 필요
타당성 없어 영재교육에 변화
특정 분야 재능계발로 바꿔야
고도영재에겐 전문교육 필요
이전에는 영재를 지능지수(IQ)에 의해 규정했다. 보통은 2 표준편차(IQ=130), 즉 같은 연령의 상위 1%에 해당하는 지적 능력을 보이는 학생을 영재라고 정의했다. 학자에 따라 약간의 기준 차이는 있지만 IQ 160 이상인 영재를 ‘고도 영재’라고 한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IQ 신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높은 IQ 점수가 사회에 나가서 바람직한 사회적 성취를 담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IQ 점수에 의해 인간을 영재와 비영재로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또한 영재성은 지적 능력뿐 아니라 창의성과 동기 등 비인지적 요인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것이며, 지적 능력은 영재성의 필요요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재교육의 패러다임은 IQ에 의한 소수 천재를 위한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분야의 높은 적성을 가진 아이들의 재능 계발에 필요한 교육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교육부가 3월에 발표한 ‘제4차 영재 교육진흥 종합계획’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탐색하고,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영재교육의 비전을 제시했다.
영재교육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영재성에 다양한 수준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영재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지식을 빠른 속도로 이해하고, 그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놀라운 집중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영재의 학습속도와 학교 교육과정 간에는 간극이 생긴다. 이때 영재에게 지적으로 도전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면 이들의 재능은 발현되기도 전에 사장되기 쉽다.
그렇다면 학교·사회·국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미국처럼 한국도 과목 속진(速進)과 학년 속진 등 고도 영재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진단이 필요하다. 획일적이고 경직된 학교 문화와 행정절차 때문에 이미 준비된 각종 법제가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둘째, 공교육 시스템에서 영재 교육 관련 진단과 상담을 맡아 줄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천재 소년’ 송유근이 등장하면서 2006년 영재교육 진흥법 제16조와 영재교육 진흥법 시행령 제37조의 2에 영재교육 특례자 조항을 신설했다. 한국에서 고도 영재 교육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 법에 따라 위원회가 열린 것은 단 한 차례뿐이다. ‘제2의 송유근’ 사례들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챙겨봐야 한다.
셋째, 영재들에는 가족뿐 아니라 친구·선생님과의 강력한 관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고도 영재들일수록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회성이다. 이들은 대부분 외로움을 경험한다. 삶의 과정에서 고민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제공해야 한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 것인지,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를 고민할 기회와 시간을 줘야 한다. 들의 시행착오와 성장통을 함께 해주고 기다려 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영재교육은 두 가지 트랙으로 분화해 이뤄져야 한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재능을 탐색하고, 도전할 수 있는 개방된 플랫폼으로서의 영재교육이 하나다. 특수한 지적·정서적 요구를 가진 고도 영재를 위한 전문화되고 개별화된 영재교육이 또 다른 하나다. 개방된 영재교육의 플랫폼에서 역설적으로 고도 영재가 적절한 교육의 기회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는 물론 교육 현장과 학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