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스스로 목표 정하고 끊임없이 채찍질 "공부, 진짜 자기 하기 나름"

수능 만점 지방 고교생 2인을 만나다

지난달 2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만점(언어·수리·외국어·탐구영역 포함)을 받은 고 3 학생은 인문계열 3명, 자연계열 3명 등 총 6명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이 지방 출신이란 것. 유명 학원과 입시 정보가 서울에 몰려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들은 '공부는 자기 하기 나름'이란 명제를 몸소 증명한 셈이다. 맛있는 공부가 그 중 두 학생을 만났다.
이승규(왼쪽)군과 이민홍군은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데 대해 하나같이 “운이 좋았던 것일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이승규(대구 대륜고 3년, 인문계열)군

"서울대 갈 것" 선언 후 독하게 공부
이승규군은 수능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어머니와 함께 임시 채점을 해봤다. 언어·수리·외국어영역까지 확인한 결과는 만점. 승규군과 어머니는 기쁨의 환성을 지르며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이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사회탐구영역 답도 맞혀봤다. 이번에도 오답은 없었다.

"순간 정신이 멍해졌어요. 처음엔 수능 채점 웹사이트에 오류가 생긴 줄 알았어요. 다른 웹사이트에서 다시 채점하고 눈으로 하나하나 맞춰봐도 결과는 똑같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감당이 안 될 지경이었죠."

승규군은 "원래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공부만 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일부러 친구들에게 '나 수능 만점 받고 서울대 갈 거다'라고 큰소리 치고 다녔어요. 친구들 반응은 당연히 시큰둥했죠. 허튼소리 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 제 자신을 몰아세웠어요."(웃음)

입학 당시 승규군의 성적은 전교 173등. 친구들 반응이 미적지근한 것도 이해가 됐다. 승규군은 자기 말에 책임 지려고 '독하게' 공부했고 1학년 마지막 시험을 전교 37등으로 마쳤다. 2학년 마지막 시험 성적은 전교 4등까지 올랐다. 그제서야 승규군을 대하는 친구와 선생님의 눈빛이 달라졌다.

승규군은 현재 수시 모집으로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상태다. "처음부터 목표는 서울대뿐이어서 입시 전략을 따로 세울 필요가 없었어요. 남들은 학부모가 입시 전형 공부해 알려준다는데 저희 부모님은 입시에 대해 전혀 모르세요. 엄마가 '입시설명회라도 가볼까?'라고 물어보신 적이 있는데 제가 '그럴 필요 없다'고 말렸죠."

승규군의 장래 희망은 인지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학자가 되는 것. "그러려면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건 전적으로 우연이에요. 입학하면 저보다 뛰어난 학생이 대부분일 게 분명해요. 이번 방학 때요? 교양서적 위주로 책을 읽으면서 지낼 생각이에요. 물론 놀기도 열심히 해야죠. 오늘도 인터뷰 끝나면 친구들이랑 경주에 놀러 가기로 했어요."(웃음)

이민홍(강원 원주고 3년, 자연계열)군

"열공하는 친구들 보며 자극 좀 받았죠"
"어, 얘 만점 받았는데?" 수능 당일 저녁 이민홍군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던 도중 형이 꺼낸 한마디에 온몸이 굳었다. 그는 점수를 알면 불안해질까 봐 임시 채점도 안 한 상태였다. 그런 동생이 답답했던 형이 수험표 뒤에 적어 온 답을 인터넷으로 맞춰본 것. 민홍군의 가족은 그 자리에서 식탁을 물린 후 시험지를 꺼내놓고 다시 답을 맞혀보기 시작했다. 몇 번을 해봐도 결과는 만점이었다. 민홍군은 당시를 회상하며 "얼떨떨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던 날, 민홍군의 학교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한 친구는 제게 '너 이제 대학 자유이용권 끊었다'고 말하더군요."(웃음)

민홍군이 말한 고득점의 비결은 '친구'다. 그가 입학할 당시만 해도 원주고는 비평준화 지역에 속해 있었다. 그래서 나름 '공부 좀 한다'는 관내 우수생이 대거 몰렸다. 민홍군의 1학년 때 모의고사 성적은 전교 20위권. 민홍군은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친구들에게서 '건강한 자극'을 받은 덕분에 성적은 쑥쑥 올라 올 초 전교 3등까지 뛰었다. "이후 올 한 해 계속 전교 3등과 4등 사이를 오갔어요. 문제는 내신이었죠." 민홍군의 1학년 때 평균 내신은 2등급과 3등급 사이를 오르내렸다. 올 1학기 직후 내신은 1.69등급. 그는 "열심히 했지만 내신 성적을 올리는 덴 한계가 있더라"며 "이후 수시모집보다 정시모집 준비가 유리할 것 같아 입시 전략을 정시 쪽에 맞췄다"고 말했다. "수시 준비하려면 전형 요소도 알아야 하고 준비할 게 많잖아요. 원주에선 서울만큼 입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거든요. 인터넷을 뒤지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저뿐 아니라 학교 친구 대부분이 정시에 집중했어요."

민홍군은 연세대학교 의예과에 지원할 계획이다. 수능 우선선발로 지원할 계획이어서 합격은 무난할 전망. 덕분에 요즘은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휴식'을 만끽하는 중이다. "요즘은 다니던 수학 학원에서 후배들 공부 도와주며 지내고 있고요. 겨울방학 땐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드라마도 실컷 보고 싶어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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