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6일 일요일

선배 엄마가 말하는 전국단위모집 자율고 준비

수학 학원, 자녀 성향 따라 ‘복습’‘선행’ 골라야 효과

“친언니한테도 안 가르쳐주는 비밀이에요.” 서울대에 자녀를 합격시킨 엄마에게 “아이가 어떤 학원에 다녔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강남·서초·송파 지역 학부모들은 학원 정보에 민감하다. 자신이 발품 팔아 얻은 정보를 공짜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게 아깝기도 하고, 자신의 자녀가 성공했다고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고입에 성공한 학부모들은 더욱 그렇다. 대학입시까지 긴 여정이 남았기 때문이다. 민사고·용인외고·하나고에 자녀를 합격시킨 선배 엄마들이 후배 학부모를 위해 학원 정보를 공개했다. (학부모들의 요청에 의해 사진 촬영은 하지 않았으며, 익명으로 게재한다.)

전민희 기자

조기 영어 교육

민사고(이하 민)=초등학교 1학년 1학기부터 2년 동안 미국에 있었어요. 돌아온 뒤엔 제가 직장을 계속 다녔기 때문에 셔틀버스가 다니는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죠.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입학 전까지는 청담어학원에 보냈어요. 영어 문장을 듣고 받아 적는 훈련을 통해 리스닝 실력이 많이 향상됐죠. 다른 학원에서 레벨테스트 볼 때 “청담어학원 다녔죠?”라고 질문하는 걸 보면 청담어학원이 리스닝 실력 키우는 데는 유명했나 봐요.

 용인외고(이하 용)=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3년 반 정도 미국에서 생활했어요. 한국에 온 뒤에는 폴리어학원을 다녔죠. 귀국한 자녀들이 많아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6학년 1학기 때 대치동 빅3 어학원 중 하나인 피아이어학원에 보냈어요. 렉스김어학원은 스파르타식이라 아이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았고, 상담을 받아보니 ILE보다는 피아이어학원이 아이 성향에 더 맞을 것 같더군요.

 하나고(이하 하)=저희는 해외 거주 경험이 짧아요.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때 3개월 동안 영어캠프로 미국에 다녀온 게 전부입니다. 어려서부터 한글을 빨리 깨우쳐서 세 돌 지났을 때 윤선생영어교실을 시작했고, 5살 때부터는 원더랜드 고덕브랜치에 보냈어요. 집에서 좀 거리가 있었지만, 직영점이라 강사 관리도 잘되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심 성의껏 신경 써주는 게 마음에 들었죠.

수학

민=수학학원은 블루스카이, 위슬런, 파인만학원 등에 다녔어요. 중1 때 1년 정도 다녔던 학원이 블루스카이였죠. 당시에는 대기자가 많아서 들어가기가 힘들었어요. 학년에 상관없이 반이 배정돼 있고, 담임이 개별적으로 진도를 나가서 과외와 학원이 합쳐진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블루스카이가 ‘알 때까지 학습하는’ 학원인 반면 위슬런은 ‘진도를 빠르게 나가는’ 학원이에요. 위슬런은 몇 년 전 새본아카데미로 바뀌었죠. 파인만학원은 전국단위 모집 자율고 준비하면서 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다녔습니다.

 하=저희 아이도 중학교 때 블루스카이에 다녔어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암산으로 문제를 풀어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중학생이 되니까 답도 자주 틀리고 아이가 수학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더군요. 수학에 재미를 느끼려면 문제 풀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블루스카이는 그런 면에서 잘 맞는 학원입니다. 강사는 문제 해결의 팁만 전달해주고, 개념 정리부터 문제 풀이까지 학생 스스로 해야 하거든요. 학원에 다닐 때는 아이가 많이 힘들어 했지만, 이런 형태의 학습이 수학 기본기를 다지는 데는 큰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해요.

 용=미국에 다녀온 직후에는 2년 정도 개인 과외를 했어요. 국내 아이들보다 수학 진도가 뒤처져서 다닐만한 학원이 마땅히 없었거든요. 그러다 6학년 2학기 말부터 엠솔학원에 다녔죠. 아이에게는 선행학습이 맞지 않아서 무리하게 진도를 나가기보다, 자신이 배운 분야를 완벽하게 숙지할 수 있게 도왔어요. 자녀가 수학을 얼마나 이해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행진도를 1년 이상 앞서가는 건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은 예습보다 복습이 중요한 과목이라고도 하잖아요.

토플

민=토플은 중2 겨울방학 때 삼보어학원 6주 특강을 들으면서 준비했어요. 학원에서 상담할 때 “6주 특강을 들으면 읽기는 만점이 나온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더군요. 영어실력이 기본적으로 있으면 쉽게 올릴 수 있는 항목이 ‘읽기’인 것 같아요. 처음에 학원에 다닐 때는 iBT점수가 100점을 못 넘었는데, 6주 특강을 들은 뒤 시험 쳤을 때는 112점을 받았어요.

 용=저희 아이는 중3 때 갑작스럽게 용인외고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급하게 토플시험을 준비했어요. 영어공인인증점수가 직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자기주도학습과정을 쓸 때 활용할 수 있잖아요. 베테랑스어학원에서 토플준비를 해서 108점을 받았어요. 클리닉 수업이 있어서 학생에게 부족한 영역을 따로 보충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었습니다.

학습법·학원선택법

민=아이에게 ‘어떤 학원이 가장 도우미 됐냐’고 물으니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원은 없다’고 하더군요. 학원만 다녀서는 절대로 실력 향상이 되지 못한대요.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거죠. 강남 학부모들은 전교 1등 하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자녀를 보낸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용=저는 한 학원을 선택하면 적어도 1년 이상은 지켜보는 편이에요. 강남 학부모들 중에는 한 달 안에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학원을 쉽게 옮기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학원의 커리큘럼이나 시스템을 이해하고, 강사에게 적응하기까지 보통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학원의 장점이 아이에게 맞는 지 확인하려면 좀 여유를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죠. 또 자녀의 성향에 맞는 학원에 보내야 해요. 진도 나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아이에겐 선행학습을 시키고, 선행에 부담을 느낄 때는 배운 과정을 철저히 익히도록 유도해야 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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