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수학·과학 개념을 실생활에 적용? '맘' 속 궁금증 확 풀어주세요

공부를 '글'로만 배워 온 학부모 세대가 '융합인재교육'(이하 'STEAM형 교육'·키워드 참조)이란 난적(難敵)을 만났다. '수학·과학 개념의 실생활 적용'을 앞세운 STEAM형 교육은 문제 풀이 위주의 기존 교과 수업에 획기적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맛있는공부 편집실에서 뜻깊은 만남이 이뤄졌다. 참가자는 네 명. 둘은 지난달 29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수여한 STEAM 교육 우수 표창 수상 교사, 나머지 둘은 과학 좋아하는 자녀를 둔 평범한 학부모였다. '학부모가 묻고 교사가 답한' STEAM형 교육의 진면목을 정리했다.

Q. STEAM형 교육은 영재 교육이다?
A. 과학에 무관심하던 아이도 '흥미'


중력 개념을 배운 후 자신의 우주복을 디자인한다, 전구 속 전기 원리를 응용해 조명박람회를 연다, 소형 다리 모형을 만들기 위해 힘의 합성 원리를 끌어온다…. 두 교사가 언급한 STEAM형 예시 문제에 학부모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 "흥미롭긴 하지만 너무 어렵다"는 것. 특히 이씨는 "수학·과학을 좋아하는 몇몇 아이를 제외하곤 대번에 뒤처질 것 같은 내용"이라며 염려했다.

두 교사는 "책상에 앉아 차분히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에겐 오히려 STEAM형 수업이 적격"이라고 응수했다. "한 번은 '인공 장기 제작'을 주제로 조별 수업을 진행했어요. 각 구성원에겐 직함을 부여했습니다. 미술 잘하는 아이는 디자이너, 배려심 많은 아이는 사회복지사 역할을 맡았죠. 그랬더니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금세 수업에 흥미를 붙이더군요."(최재운) "모든 수업을 STEAM형으로 진행하진 않아요. 현재는 각 단원 말미 심화 과정에서 이전보다 시간을 좀 더 투자해 STEAM형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STEAM형 교육과 성적 양극화 현상 간 상관관계는 크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박경미)

<교사> △박경미 서울사범대학부설중학교(과학) △최재운 경기 용인 독정초등학교 <학부모> △오석정(43) 2남(중학 1년, 초등 3년) △이진숙(42) 2남1녀(중학 1년, 초등 4년, 7세). (왼쪽부터) 최재운 교사, 이진숙·오석정씨와 박경미 교사. 최 교사와 박 교사는 지난 1년간 진행했던 STEAM형 수업 당시 학생들이 만든 작품과 강의 시 직접 활용하는 교구를 갖고 와 두 학부모를 놀라게 했다. /이경민 기자
Q. 교사 따라 수업의 질 달라지나
A. 연구·개발 등 꾸준한 노력 필요해
STEAM형 수업은 교사 재량권이 큰 편이다. 오씨는 "교육에 열정적인 교사, 과학 전공 교사를 담임으로 만나지 않으면 아이가 제대로 된 STEAM형 교육을 접할 기회는 영영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교사는 "내용이 방대한 데 반해 관련 자료는 부족해 수업을 준비할 때마다 애를 먹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교사도 당연히 공부해야죠. 물론 STEAM형 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은 이미 연구 동아리를 만들어 관련 공부에 몰두하고 있어요. 다만 수업 시안 연구 시간을 확보하려면 나머지 잡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업무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최재운) "실제 STEAM형 교육을 위해 교사 연수 강단에 서보면 적지않은 교사가 STEAM형 수업 기획에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도 몇 차례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곧 깨닫게 될 거예요. 실제 수업을 이끌어가는 건 학생들이므로 교사는 지켜보는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사실을요."(박경미)

Q. STEAM형 문항 '평가기준' 궁금
A. 창의성 중요… 복수답안도 허용


STEAM형 문항은 대부분 서술형으로 출제된다. 최 교사에 따르면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사건을 제시한 후 그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형태의 문항이 많다. 과학뿐 아니라 국어·수학 등 다른 과목 시험에서도 STEAM형 문항이 출제될 수 있다. 이를테면 STEAM형 국어 문항은 흡사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처럼 다양한 출처의 제시문이 동원된다(단, 시험 범위는 수업 시간에 다룬 지문으로 한정된다).

융합인재교육(STEAM형 교육)
STEAM은 과학(Science)·기술(Technolo- gy)·공학(Engineering)·예술(Arts)·수학(Mathematics)의 줄임말이다. 이론 중심의 기존 수학·과학 교육에 기술·공학·예술 분야 학습 내용을 연계한 교육으로 ‘실생활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창의적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과부의 최근 정책 기조를 대변한다. 지난달 29일 교과부 주최로 제1회 융합인재교육 성과발표회가 개최됐다.
이씨는 작문 실력이나 논리력이 뛰어나지 않은 아들이 이 같은 서술형 문항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이에 대한 최 교사의 조언은 “글쓰기보다 창의성 발현에 주력하라”는 것. “교사가 학생에게 요구하는 건 어른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답안이 아니에요. 특히 STEAM형 문항은 복수 답안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한 번은 기름 유출 사고의 해결 방안을 묻는 문제를 낸 적이 있는데, 한 학생이 ‘유화제로 기름을 중화시킨다’고 답변하더군요. 제가 원하는 답은 ‘흡착포로 기름을 걷어내는’ 방법이었지만 그 학생의 답안 역시 논리적으로 오류가 없어 정답 처리했죠. 황당무계하고 근거가 부족한 답변도 창의성이 돋보인다면 얼마든지 부분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중학교 STEAM형 수업은 대부분 수행평가 체제 내에서 운영된다. 박 교사에 따르면 중학교에선 STEAM형 문제를 시험에 출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문제 한두 개로 진학할 고교나 대학이 바뀌는 현행 체제에선 학부모·학생 모두 서술형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채점 기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STEAM형 문제 수를 늘리는 것도 능사는 아니에요. 다만 입학사정관 전형 등 활동 위주 대입 평가 제도가 늘어나면 관련 반발도 완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 융합적 성향 높이는 비결 3①STEAM형 교육의 목적은 과학적 사고를 키우는 데 있다. 자녀가 주변 사물이나 현상에서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꾸준히 유도한다.

②STEAM형 수업은 ‘단원 순(順)’이 아니라 ‘주제 중심’으로 구성된다. 자녀의 관심 분야를 고려해 다양한 참고도서를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③STEAM형 문항은 대부분 조별 과제 형태로 수행하게 돼 있어 전문 지식 못지않게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자녀가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을 갖도록 돕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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