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5일 수요일

수학자 오일러가 축구공을 발명했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스포츠 중에 유독 축구가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마력에는 바로 둥근 공의 비밀이 숨어있다”고 설명한다.

축구 초창기에 축구공은 소나 돼지의 오줌보(방광)에 바람을 불어넣은 수준. 이후 동물가죽에 털을 채워 넣어 사용했고, 19세기 초반에 8조각의 가죽을 이어 만든 최초의 정식 축구공이 탄생했으나 구(球)의 형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완전한 축구공에 도전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 축구공의 조각 수가 많을수록 구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후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최초의 공인구 ‘텔스타(telstar)’가 등장했다.

32조각을 이어 붙여 꿰매서 제작한 텔스타는 축구공의 기본형으로 오랫동안 축구계를 지배했다. 이어 등장한 ‘트리콜로(tricolore)’, ‘피버노바(Fevernova)’ 등도 기본적으로 32조각의 원형을 유지했다. 거기에는 한 수학자의 오묘한 법칙이 숨어있었다.

축구공을 지배하는 오일러의 정리

6월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2006 독일월드컵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10월 14일 국립서울과학관. 어린이들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는 가을사이언스데이 행사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이인호 박사가 초청돼 강연을 벌이고 있었다.

거의 매일 축구를 즐긴다는 이 박사는 어린이들에게 축구와 관련한 과학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바로 ‘축구공 탄생에 얽힌 기하학’이었다.

“어린이 여러분! 축구공과 수학이 관련이 있을까요? 수학은 축구공의 진화에 엄청난 역할을 했어요. 그 사실을 알기 위해 우선, 정다면체의 원리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정다면체란 각 꼭짓점에 모이는 면과 모서리의 개수가 같고 각 면이 모두 정다각형이며 합동인 입체를 말한다. 도형이 정다면체가 되려면 18세기 스위스 수학자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V(점)-E(선)+F(면)=2)를 만족해야 한다.

“정다면체중 가장 기본적인 정사면체의 경우, 정삼각형 4개로 이뤄지지요. 그런데 한 꼭짓점에 몇 개의 면(面)과 선(線)이 만나지요?”

“ 세 개요!”

아이들의 합창이 일제히 이어진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원리에요. 정사면체의 꼭짓점 하나에는 세 개의 면과 세 개의 선이 만나요. 정사면체는 꼭짓점이 모두 4개이므로 선도 12개가 되겠지만 면이 4개므로 중복되는 부분을 빼면 선은 총 6개가 됩니다.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에 의하면 점(4)-선(6)+면(4)=2가 되는 것이죠.”

이 박사에 따르면 이렇게 존재하는 정다면체는 총 5개. 그중 가장 면이 많은 정이십면체(정삼각형 20개)의 모양이 축구공 제작에 응용됐다는 것이다.

“정이십면체는 정삼각형으로 이뤄지는 반면에 FIFA 공인 축구공의 판형은 대개12개의 5각형과 20개의 6각형이지요. 만약에 진흙으로 된 정이십면체의 꼭짓점 위를 칼로 깎아냈다면 어떤 모양이 남을까요?

신기하게도 정오각형(12개)이 생기고 그 밑에는 이를 연결하는 정육각형(20개)이 자동으로 생기지요. 꼭짓점도 60개로 늘어납니다. 공처럼 평평해지는 겁니다.”

독일의 스포츠용품 전문기업 아디다스는 축구공을 제작할 때, 이렇게 정이십면체를 변형시켜 5각형과 6각형으로 된 가죽면 32개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 정다면체의 면수가 늘어나면서 모난 부분도 점점 둥글게 변하는 축구공 제작의 원리에는 수학(기하학)의 오묘한 원리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컴퓨터에 무너진 오일러의 방정식

32조각의 판형은 오랫동안 축구공을 지배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의 경우 공의 반발력과 탄력, 회전력 등을 대폭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32조각면의 판형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축구공의 이런 전통은 지난 2006독일월드컵의 공인구 팀가이스트(Teamgeist)에 의해 무너졌다. 팀가이스트는 전통적인 32면체의 공을 14면체로 축소, 최대한 구(球)에 가깝게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에 또 하나의 큰 화제를 낳았다. 14조각으로 이뤄진 팀가이스트의 경우, 기존의 축구공들과 달리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를 만족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찾아낸 최적의 구형 조합은 월드컵 트로피를 둥글게 만든 기하학적 모양의 조각 6개와 삼각 부메랑 모양의 조각 8개를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하기 수작업으로 공의 조각을 꿰매던 전통방식은 고열/고압을 이용해 특수 본드로 조각을 이어 붙이는 공법으로 대체됐다.

그 위력 역시 대단했다. 축구공의 조각 이음새는 공기저항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요소. 공의 탄력이 매우 높아지고, 무게 감소로 인해 골키퍼들이 쩔쩔 매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2010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가 탄생했다. 자블라니는 14개의 조각을 더욱 줄여 8개의 가죽조각으로 이어붙인 공. 역대 월드컵 공인구 중에 가장 구(球)형에 가깝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자블라니는 팀가이스트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지만 반발력 편차가 조금 커졌다”고 평가했다.

축구공의 반발력이란 2m 높이의 철판 위에서 공을 자유 낙하시켰을 때, 튀어 오른 높이로 재는 반발탄성계수이다. 이 계수가 높으면, 같은 강도로 공을 찼을 때 공이 더 멀리 빠르게 날아갈 수 있다.

따라서 자블라니는 팀가이스트를 능가하는 더 큰 이변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자블라니로 연습을 한 각국 선수들은 크게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필드에서 뛰는 공격수나 수비수들은 “기존에 익혀 놓은 공의 낙하지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골키퍼들은 “날아오는 공을 잡았을 때, 공의 진동이 커 놓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고지대 경기장이 많은 남아공의 특성상 자블라니의 변화무쌍한 위력이 더욱 배가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공의 안정성이 높아 목표 지점까지 정확하게 보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공의 표면에 붙은 미세돌기로 골키퍼에게 더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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