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5일 수요일

“수학실력 없으면 철학 하지 마시오” 아테네 학당 플라톤

앞서 이야기했지만 플라톤은 어린 나이에 조국 아테네의 멸망을 지켜봤고 그리고 존경하는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정치의 환멸을 느낍니다. 그리고 10여 년의 방황 끝에 학문을 통한 교육의 길로 들어섭니다. 제자를 육성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의 확신은 철학이야말로 인간의 정신을 진리의 길로 이끌고 정신을 창조하는 길잡이 구실을 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아테네 교외에 학교를 세워 학생들과 더불어 학문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학교가 바로 오늘날 대학의 전신이라고 하는 아카데미아입니다. 또한 플라톤이 배출한 제자들 역시 쟁쟁한 수학자이자 그리스 철학을 꽃피운 대단한 철학자들이죠.



플라톤의 수학은 양자이론에도 영향 미쳐 
국가론과 같은 현실을 떠난 이상적인 철학, 소위 고차원적인 철학을 했다는 생각에만 치우쳐 플라톤의 수학적 업적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플라톤만큼 후세에 과학적 영향을 끼친 사람도 드물 겁니다.

오늘날 뉴턴의 고전물리학을 뒤엎고 최고의 현대 물리학으로 등장한 양자물리학(quantum physics)에 철학적, 사상적 기반을 제사한 사람이 바로 플라톤과 그의 제자들이 남긴 수학적 성과라고 한다면 그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플라톤은 인간의 정신을 진리와 창조로 이끄는 데 철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러한 철학을 위해서는 수학적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까지 남겼습니다. “Let no one ignorant of Mathematics enter here. 수학을 모르는 사람은 여기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시오” 여기가 어디냐고요? 플라톤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아죠. 대학입학 자격이 없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플라톤의 주장은 수학적 능력이 없으면 철학적 능력도 없기 때문에 제자로 안 삼겠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수학을 못하면 아카데미아에 와서 고생할 생각하지 말고 일찌감치 마음 바꿔 철학공부를 그만두라는 내용입니다. 

또 만약 들어 왔다면 보따리 다시 싸서 집에 가라는 겁니다. 여기에 수학은 철학을 완성하는 기본이라는 주장이 깔려 있습니다. 과학적 능력 없이는 철학적 사유나 사변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됩니다.

“수학 못하면 아카데미아에 못 들어가”
그래서 이런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He is unworthy of the name of man who is ignorant of the fact that the diagonal of a square is incommensurable with its side. 정사각형의 대각선과 변의 길이를 정수의 비(比)로 나타낼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름 가치를 못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서 이 공식조차 모르면 문하생으로 아카데미아에 들어오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다 알 겁니다. 변이 1, 2, 3 등 유리수인 경우에 빗변은 유리수가 안 되고 무리수가 됩니다. 아주 쉬운 예로 변이 1인 정사각형의 경우 빗변은 √2가 됩니다.

대신 변이 무리수, 예를 들어 √2나 √6등 무리수인 경우는 빗변이 유리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빗변과 변의 비는 결코 정수가 아니라는 이야기죠. 맞나요?

그래서 플라톤은 그 정도도 모른다면 이름가치를 못하는 사람들이니까 아카데미아 입학자격이 없다는 내용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그때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 들어가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모두 다 그만한 자격을 갖춘 실력자들이었겠죠?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는 수학이란 땅을 사고 팔고, 또는 재산관리 정도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정도로 약간 천박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그렇게 존경하면서도 스승의 생각에서 탈피하여 수학의 의의를 새롭게 확립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철학적 사고를 바르게 이끌기 위한 학문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겁니다.

나중에 소크라테스 편에서 언급하겠지만 소크라테스는 사실 수학실력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글을 전혀 몰랐습니다. 심한 말로 완전 일자무식꾼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단한 논리를 갖고 있었나 봅니다. 플라톤을 비롯해 당시 대단한 석학들을 거느렸으니 말입니다.

수학으로 철학을 입증시키려고 노력
알다시피 수학은 바른 사고력을 필요로 합니다. 뿐만 아니라 추리력이 필요합니다. 또 정연한 논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한 수학적 능력이 있어야 플라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철학을 마스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니까 플라톤은 소위 ‘구름 잡는 철학’을 한 게 아니라 정확한 철학을 하려고 노력한 겁니다. 그만큼 수학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플라톤이 남긴 영어로 된 한가지 문장만 더 알려 드리겠습니다.

“Those who have a natural talent for calculation are generally quick-witted at every other kind of knowledge. Arithmetic is a kind of knowledge in which the best natures should be trained, and which must not be given up.

수학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종류의 지식에도 총명하고 재빠르게 적응한다. 수학은 최선의 본성을 키울 수 있으며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학문이다.” 플라톤의 이러한 이야기가 모두 사람들이 ‘이상에 치우쳤다’며 비난하는 국가론(The Republic)에 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수학 잘하면 아무것이나 다 잘해”

그는 교육에서 이처럼 수학을 중요하게 생각한 겁니다. 과학의 기본은 수학입니다. 또한 오늘날 영재의 기본은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수학적 능력이라고 지적합니다. 그의 통찰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유효한 주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어쨌든 당시만 해도 철학과 수학은 불가분의 관계였다는 겁니다. 요즘은 전혀 다르죠. “철학시험은 만점 먹겠는데 수학은 도대체, 또는 수학은 하겠는데 그 알쏭달쏭한 철학은 도대체” 이러면서 말입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비교할 때 중요한 것은 누가 좀 더 정확하고 신중하게 현상을 해석했는가의 문제입니다. 사실 사람이라면, 그것도 학문을 하는 사람인 경우 기질상의 차이라는 건 더욱 있기 마련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보다 수학에 더 열성적
우리는 경험과 현실에 무게를 둔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수학에 치중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과학 자체가 현실적인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수학에 대한 열성은 플라톤이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더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보다 수학에 더 적은 열성을 보인 것은 눈에 나타나는 현실적이고 경험적인 자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의 구체적인 진행과정들을 연구와 철학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의 추상적인 수학적 사고는 자연과 관련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일부 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이 너무 수학을 강조했기 때문에 마음이 맞지 않아 아카데미아를 떠났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플라톤이 죽을 때까지 아카데미아를 지켰고 아카데미아의 경영이 플라톤의 조카인 시퓨시포스의 수중으로 넘어가고 난 후 마음에 맞지 않아 떠납니다.

사실 플라톤을 추상적 수학 철학자라고 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 식물 등에 관심이 많았던 생물학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인체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결국 나중에 도움이 되는 학문은 플라톤의 수학철학이 아니라 방대한 자연의 자료를 남긴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자연과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며 서양에서 대단한 대접을 받은 반면 플라톤은 허황된 주장을 했다는 철학자로 그가 남긴 업적에 비해 푸대접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거죠. 대단한 수학을 남겼는데도 말입니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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