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학업성취도·역량 분석 결과]
20세 이후 역량 떨어지기 시작, 35세부터 OECD 평균 이하로
"초중고때 암기위주 교육하고 질낮은 하위권 대학 늘어난 탓"
직장내 학습 지표도 최하위권
◇대학 입학 후 떨어지는 한국인 능력
우리나라 학생들은 2006년 이후 세 차례 치러진 PISA 시험에서 수학과 읽기 영역에서 OECD 회원국 가운데 1~2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를 '한국 교육의 성과'라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치러진 16~65세 대상 PIAAC 점수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영재 한국'은 허상에 불과했다. 한국인은 20세 이후 끝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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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에 해당하는 17~19세 한국인의 PIAAC 성적은 여전히 높았다. 수리력(수학)·언어 영역에서 각각 네덜란드와 일본 다음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이후인 20세 이후부터 순위가 급격히 떨어져 10위권 안팎을 기록하고, 이런 추세는 29세까지 이어졌다. 35~44세 때에는 OECD 평균보다 떨어졌고, 55세 이상에서는 조사 대상 21개 OECD 국가 중 20위였다. 40년 기간을 거치며 한국인은 세계 1위에서 OECD 최하위권으로 역량이 추락한 것이다.
연구진은 두 가지 요인을 지적했다. 우선 초중고 시절 암기 위주 주입식 교육이 나이가 들수록 학업 동기를 떨어뜨려 성인 학습 의지를 감소시키고, 한국 대학 교육의 질이 국제적 수준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명문대 공대 2학년에 올라가는 김모(21)씨는 "중·고교 때 공부를 너무 지치도록 해 대학 입학 후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입시 위주 공부를 독려하면서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된다"는 식으로 조언하는 것도 학습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1990년 후반부터 우리 사회 대학이 급격하게 늘었지만,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주호 교수는 "상위권 대학보다는 상대적으로 하위권의 질 낮은 대학으로 학생들 진학이 늘면서, 대학 교육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취업 후 능력 더 떨어지는 한국인
취업 후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진이 25세에 노동 시장에 진입한 비슷한 역량의 우리나라 성인 남성과 일본·미국·영국·독일 남성을 비교했더니, 우리나라 직장인은 역량이 서서히 떨어져 35세부터 비교 국가들보다 낮아졌고 45세부터는 큰 폭으로 뒤졌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학습 의지, 직장 내 학습 지표 모두 우리나라는 비교 국가 중 최하위였다. 직장 생활 10년차인 대기업 차장 손모(41)씨는 "인터넷 강의도 신청해봤지만, 야근·회식에다 밀린 업무까지 처리하다 보니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초중등학교의 주입식 교육, 대학 교육의 질 하락, 취업 후 역량 축적이 안 되는 시스템하에서 한국인들의 역량이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고 있다"면서 "이 추세가 계속되면 사회적으로 성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만 15세(고교 1학년)를 대상으로 3년마다 치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국제 학업 성취도 시험으로 수학·언어·과학 문제 해결력을 측정한다.
☞PIAAC(국제성인역량조사)
OECD 가입국의 만 15~65세를 대상으로 언어능력·수리력·컴퓨터기반 문제 해결력을 평가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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