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1일 목요일

아인슈타인의 수수께끼 '중력파'… 시공간 휘게 만드는 비밀 찾았나

美·EU 연구단 12일 동시 발표
천체의 생성 원리 밝혀줄 단서 "올해 노벨 물리학상 사실상 예약"


라이고의 터널 설명 이미지

101년 전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예측했던 '중력파(重力波)'의 실체가 오는 12일 처음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중력파란 큰 별의 폭발, 블랙홀 생성 같은 우주 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강력한 중력이 물결처럼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실체가 관측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8일(현지 시각) "미국·한국·독일·영국 등 13개국이 참여한 '고급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라이고) 연구단'이 11일 오전 10시 30분(한국 시각 12일 0시 30분) 워싱턴에서 중력파 연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연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의 중력파 연구단인 'VIRGO(버고)' 역시 같은 시각 이탈리아 피사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라이고와 버고 연구팀은 발표 내용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하지만 저명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와 AFP통신 등 외신들은 중력파 검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의 클리퍼드 부르게스 교수는 3일 라이고 연구팀의 지인을 인용해 "두 개의 블랙홀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중력파의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으면 블랙홀의 생성과 흡수, 중성자별의 충돌 등 그동안 파악하지 못한 천체의 생성과 작동 원리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계는 "금세기(今世紀) 최고의 과학 발견이 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10월 발표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이미 중력파 연구자들로 결정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중력파는 마치 호수에 던진 돌이 만들어내는 물결처럼 우주로 퍼져 나가며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게 만든다.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처음 제시한 현상이다. 중력파가 지나가는 공간에 있는 물체는 순간적으로 중력의 세기와 방향이 바뀌면서 미세하게 움직이거나 크기가 변했다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시간 역시 중력의 영향으로 느려졌다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1950년대부터 수많은 과학자가 중력파 검출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구의 중력은 중력파를 만들 만큼 세지 않고, 먼 우주 공간에서 발생한 중력파는 지구에 도착할 때면 아주 미세한 신호만 남기 때문이다. 중력파가 '아인슈타인이 남긴 마지막 수수께끼'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에 중력파를 검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라이고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퍼드에 있다.

라이고는 레이저로 중력파를 찾는다. 기역(ㄱ)자 형태로 4㎞ 길이의 진공 터널 2개를 연결한 뒤 터널 끝에 거울을 붙이고 레이저를 쏜다. 이 레이저가 이동하는 와중에 중력파가 지나가면 거울이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레이저에 무늬가 생긴다. 라이고에는 전 세계 70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부산대 등이 참여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이 라이고의 관측 데이터 분석을 맡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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