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1일 일요일

WMO(세계수학올림피아드)아시아 대회 참가 학생을 만나다

융합형 수학 문제 게임하듯 풀며 협동심·사고력 '쑥쑥'


수학은 혼자 머리를 싸맨 채 문제를 풀며 공부해야 하는 과목일까? 그렇지 않다. 수학은 친구와 함께 공부할수록 쉽고 재미있어진다. 지난달 29일(금) 대만 명지과학기술대학(Ming Chi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개최된 2016 세계수학올림피아드(World Mathematical Olympiad·WMO) 아시아 대회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은 친구들과 힘을 모아 다양한 문제를 풀며 수학 공부의 참맛을 느끼고 돌아왔다. WMO 아시아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김민순(서울 을지초 5)·김정훈(안양 부림초 4)·양성빈(대전 둔천초 5)군에게서 대회 참가기와 사고력 키우는 수학 공부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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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WMO(세계수학올림피아드) 아시아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김민순·양성빈·김정훈군. 맨 오른쪽 사진은 WMO 단체전 중 'Shoot' 게임 모습./WMO Korea

◇경쟁 아닌 '협동' 중시하는 대회
이번 WMO 아시아 대회는 치열한 자국 예선을 통과한 한국, 중국, 대만 3개국의 수학 영재 84명이 참가했다. 한국 대표단은 지난해 9월 치러진 WMO 한국 예선 '전국 창의융합수학능력 인증시험'과 10월에 열린 한국 본선 '창의적수학토론대회(Creative Math Debating Festival· CMDF)'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학생들로 구성됐다.

WMO 아시아 대회는 개인전(오전)과 단체전(오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개인전은 학년별로 객관식 10문항, 주관식 6문항의 지필고사를 푸는 방식이었다. 교과 내용을 토대로 한 문제를 비롯해 실생활 속 소재와 연관된 문제, 첨단 기술을 접목한 융합형 문제 등이 출제됐다. 김민순군은 "퍼즐 같은 사고력 문제가 출제돼 푸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단체전에서는 ▲Shoot(주어진 재료로 비행체를 만들어 목표 지점까지 날려 보내는 게임) ▲Math game party(7개 코너로 구성된 창의 수학 게임) ▲Math run(팀원이 끈 모양의 고무매트 고리에 들어가 힘을 합쳐 건너편으로 이동한 후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 등이 진행됐다. 양성빈군은 "이 중 'Shoot'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대만까지 비행기를 타고 갔는데, 비행체의 원리를 탐구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진짜 비행기를 만드는 것 같아 흥미진진했다"고 전했다. 평소 체스를 즐겨 한다는 김정훈군은 "우리가 말(馬)이 되어 움직인 '아이슈타인 퍼즐'이 가장 재미있었다"며 "게임 형태가 체스와 비슷했는데, 친구들과 협력해 게임을 하다 보니 혼자 체스를 할 때보다 훨씬 신났다"고 설명했다.

대회 마지막에는 3개국 학생들을 위한 문화교류 시간이 마련됐다. 김민순군은 "새해를 맞아 십이지신(十二支神)을 나타내는 각국 언어를 배우고 이를 몸으로 표현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6명 팀원 중 혼자만 한국인이었는데, 중국, 대만 친구를 사귀고 외국 문화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WMO는 경쟁 중심의 수학 대회에서 벗어나 팀원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능력을 평가하는 뜻깊은 대회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단은 금상 3명, 은상 7명, 동상 2명 등 전원 수상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오는 8월에는 15개국이 참여하는 WMO 세계 대회가 처음으로 우리나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쉬운 수학 개념 증명으로 사고력 키워
금상을 받은 세 학생이 이렇게 뛰어난 수학실력을 갖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이 공통으로 꼽는 첫째 비결은 바로 '책'이다. 셋 모두 수학 관련 책을 즐겨 읽는다. 김민순군은 6~7세 때 읽은 수학동화 전집을 지금까지 볼 정도다. "이미 읽은 책도 몇 번씩 반복해서 보는데, 한 달 전에 봤을 때와 오늘 읽었을 때 배우는 게 다르더라"며 "책은 다른 어떤 문제집보다 풀이가 이해하기 쉽게 나와 '나도 이렇게 풀어야겠다'는 길을 알려준다"고 귀띔했다.

김정훈군은 '개념' 학습에 중심을 둔다. 무작정 문제만 풀기보다 책을 통해 개념을 탄탄히 다지는 과정을 우선한다. 김정훈군은 "문제를 풀다가도 어려운 게 있으면 책을 통해 개념을 다시 한 번 공부한다"며 "끝내 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때는 정답을 보고, 풀이과정을 거꾸로 유추해 보는 것도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양성빈군은 "수학을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수학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점에 주목해 보라"고 권했다. 예컨대 다항식의 거듭제곱은 '파스칼의 삼각형'과 연관되므로, 이를 함께 알아보는 식이다. 양군은 "'자연수는 무한하다'처럼 비교적 쉬운 수학 개념을 혼자 힘으로 증명해 보는 것도 수학 공부를 흥미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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