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4일 목요일

“고교 커리큘럼 보면 수능성적 보인다”… 상하위高 각 10곳 수학 분석

상위권高 2학년에 모든 과정 끝낼때… 하위권高 3학년까지 진도나가기 급급


  서울지역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진도 격차가 학교별로 큰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2015학년도 서울지역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상·하위권 일반고 10곳씩의 수학 커리큘럼을 분석한 결과 인문계열 기준 상위권 학교는 90%가 2학년까지 수능 출제과목(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을 모두 이수하는 것으로 18일 분석됐다. 그러나 하위권 고교 10곳 중 2학년까지 수능 출제과목 이수를 완료하는 곳은 1곳뿐이었다. 하위권 학교 학생이 오직 학교에서만 공부한다면 상위권 학교 학생보다 수능 준비가 훨씬 부족한 셈이다.

○ 두 번 볼 때 간신히 한 번


이번 분석은 2015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수학 영어의 평균 2등급 이내 비율이 높은 학교와 낮은 학교(일반고) 중 학교정보공시 홈페이지인 학교알리미에 3개년 커리큘럼을 모두 공시한 곳을 대상으로 했다.

커리큘럼은 2014년 입학한 학생을 기준으로 했다. 각 학교는 과목당 기본 단위만 이수하면 몇 학년에 어느 과목을 배울지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교육청의 컨설팅을 받는다. 기본 단위는 5이지만 2∼8단위 내에서 운영이 가능하다. 1단위는 한 학기 동안 수업을 17회(50분 기준) 하는 것을 뜻한다.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인문계열 학생은 수학Ⅱ를 1학년 2학기 때 배우고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를 각각 2학년 1학기와 2학기에 마친다. 3학년 1학기와 2학기에는 각각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를 다시 배운다. 그러나 비강남권 A고는 1학년 2학기에 수학Ⅱ를 한 뒤 2학년에는 미적분Ⅰ만 배우며 확률과 통계는 3학년에 시작한다.

A고와 숙명여고가 미적분Ⅰ과 확률과 통계에 할애하는 총 시간은 각 7단위로 같다. 그러나 숙명여고는 두 과목을 2학년 때 한 번 마치고 3학년에 반복해 학습하는 반면 A고는 2학년과 3학년에 각 한 과목을 한 번씩만 배운다. 하위권 10곳 중 9곳은 2학년까지 수능 출제과목을 마치지 못하는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2곳은 2학년 때 미적분Ⅰ뿐만 아니라 확률과 통계도 가르치긴 하는데 2단위밖에 하지 않아 범위를 마칠 수 없다.

상위권 자연계열은 80%(8곳)가 2학년까지 수능 출제과목 중 미적분Ⅱ와 확률과 통계를 3단위 이상 배우고 3학년 때는 기하와 벡터 외 미적분Ⅱ나 확률과 통계를 복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계열은 출제과목을 배우기 전에 기본적으로 다뤄야 하는 과목이 많아 2학년까지 출제과목을 완료하기는 어렵다.

반면 하위권은 20%(2곳)만 2학년까지 미적분Ⅱ와 함께 확률과 통계나 기하와 벡터를 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8곳은 2학년까지 미적분Ⅱ만 하거나 확률과 통계를 하더라도 2단위밖에 편성하지 않았다.

학교의 커리큘럼 차이는 지역 간 학력 격차로도 이어졌다. 상위권 학교는 모두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였고 하위권 학교는 동대문 금천 중랑구 등 비강남권이었다.

○ 학력 떨어지는 학생 탓?


하위권 학교들은 학생 실력 때문에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없다고 말한다. 한 학교 교장은 “학생들 학력이 떨어져 기초부터 차근차근 하다 보면 진도를 빨리 나가고 싶어도 안 된다”며 “우리 학교 상위권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거의 가지 못해 진도를 빨리 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각 학교는 3년간 과목당 기본 단위는 모두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과목을 늦게 마치거나 반복 학습을 안 한다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에서 충실히 가르쳐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과 학교 공부만으로는 수능 대비가 잘되지 않는 것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수능 하위권 학교라고 수업 수준을 무조건 낮추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전 한양대 입학처장 배영찬 교수는 “강남 학생은 반복해 보는데 비강남권은 그렇지 않다면 출발부터 다른 것”이라며 “학생 능력별로 맞춤형 수업을 해야 하위권 학교의 공부 잘하는 학생이 사교육을 안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맞춤형 수업이 잘되면 좋은 교육을 받으려고 굳이 강남으로 이사하는 학생도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 재수효과는 비강남권이 높아


학교의 성실한 학생 관리가 성적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비강남권 학생의 ‘재수효과’가 강남권보다 더 높다는 조사 결과로도 입증된다. 재수효과는 고교 재학 때보다 재수 성적이 얼마나 올랐는지 측정한 내용이다. 본보는 종로학원하늘교육과 2015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3등급 이내에 든 비율의 재수생과 재학생(일반고 기준) 간 격차를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인문계열 기준 1위는 강동구(23.15%포인트)였다. 다음은 노원구(21.40%포인트) 중구(21.30%포인트) 영등포구(21.29%포인트) 등 모두 비강남권이었다. 그러나 강남구는 재수생과 재학생 간 격차가 15.37%포인트에 불과해 24위, 서초구(16.84%포인트)는 20위, 송파구(19.62%포인트)는 10위였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비강남권이 재수효과가 난다는 건 역설적으로 이 지역 일반고가 상위권 학생을 제대로 집중 관리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재수학원에서 집중적으로 맞춤형 교육을 받은 덕분에 성적이 오르는 것”이라며 “맞춤교육을 받으면 비강남권 재학생도 성적이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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