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수 가장 많이 줄어든 10區 중 8곳이 강북
최근 10년 사이 서울지역에서 일반고 서울대 합격자가 이른바 ‘교육특구(강남, 서초, 송파, 노원, 양천)’에 쏠렸다는 동아일보 보도(2월 15일자 A13면)가 나간 뒤 교육현장에선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학교 관계자들은 “일반고는 이제 다른 길을 찾거나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학부모들은 “상황이 이러니 초등학교, 중학교 때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본보는 현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지역별 분석에서 더 나아가 서울의 25개 자치구에 있는 일반고 1곳당 서울대 합격자 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고 1곳당 서울대 합격자가 많이 줄어든 10개 구 중 8곳은 강북 지역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강북과 강남의 일반고 학력차가 커지는 가운데 고교 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수 학생들이 전·편입을 통해 강남 지역에 쏠리는 동안 강북 지역 일반고에서는 점차 서울대 합격자가 줄고 있다. 지난해 강남의 한 여고 학생들이 학력평가 문제지 배부를 기다리고 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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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 도봉, 서울대 합격 가장 많이 줄어
서울 각 구의 일반고 출신 서울대 합격자를 해당 지역의 일반고 수로 나눈 결과 합격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동대문구였다. 2007학년도만 해도 동대문구에 있는 일반고 1곳당 서울대 합격자는 1.4명이었으나 2016학년도 입시에서는 2.0명으로 42.9%가 늘었다.
동대문의 서울대 합격자 증가는 휘경여고의 ‘원톱’ 효과가 크다. 동대문에는 경희여고, 동국대사범대부속고, 청량고, 해성여고, 휘경여고 등 총 5곳의 일반고가 있다. 이 중 휘경여고는 서울대 합격자가 2007학년도 0명에서 2016학년도 6명으로 급증했다. 해성여고는 0명에서 3명으로 늘었고, 나머지 세 학교는 줄었다.
동대문에 이어 마포(28.6%↑), 강남(26.4%↑), 양천구(15.6%↑) 순으로 합격자가 큰 비율로 늘었다. 이 중 강남과 양천은 일명 ‘교육특구’에 속한 지역으로 이전에도 명문대 합격자가 많았지만 10년 사이 더욱 늘어났다.
반면 부진을 면치 못한 지역도 있었다. 서울대 합격자가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은 강북구로 2007학년도만 해도 일반고 1곳당 1.8명꼴로 서울대 합격자가 나왔지만 2016학년도에는 0.6명(66.7%↓)으로 줄었다.
그 다음으로는 도봉 강동 구로 중랑구 순으로 합격자 수 감소가 컸다. 특히 하위 10개 지역 중 강동, 동작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강북이었다. 그나마 강남권으로 분류되는 강동과 동작도 교육특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지역이다. 결국 서울 내에서 지역별 서울대 합격자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다. 평균 학력이 높고 학구열이 거센 지역은 세월이 흐르며 더 많은 합격자를 냈고, 반대 지역은 갈수록 쇠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우수 학생들 ‘강북 엑소더스’
강북의 쇠락과 강남의 선전은 학생들의 이동 흐름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15학년도 신학기 후기 일반고 전·편입학 배정결과’를 살펴보면 서울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몰린 지역은 강남, 강동, 송파였다. 후기 전·편입학이란 일반고 신입생 배정이 다 끝나고 입학한 뒤 가족들이 갑자기 이사하는 등의 새로운 이유가 생겨 다른 학교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당시 총 1095건의 전입 또는 편입이 이뤄졌는데, 이 중 158건은 강남구로 들어온 숫자였다. 강동·송파구에도 149건의 전·편입이 이뤄졌다.
보통 이 지역은 집값과 전셋값이 높지만, 전문가들은 “교육이라는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거주지를 옮겨서라도 들어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강남은 성적을 잘 내는 학교가 많고 학원도 많아서 좋은 학군으로 재배정받기 위해 고교 입학 초 아예 옮겨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한 고교 교장은 “특히 강남지역 사립고는 교사들이 오랜 기간 바뀌지 않고, 입시전문가도 있어서 맞춤형 입시준비가 가능하다”며 “강북이나 공립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우수학생이 특정 지역의 학교에 꾸준히 몰리는 문제는 교육적으로 해결책을 논의해봐야 할 현상”이라며 “비강남 지역 학생들이 서울대에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럴 만한 실력을 만들어 줄 장기적인 계획을 학교, 교육당국, 교육청이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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